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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폰 뒤펠, 「후베란트가家 사람들」

  • 작성일 2015-03-01
  • 조회수 961



존 폰 뒤펠, 「후베란트가家 사람들」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그들은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변했다. 요르게는 늘 가던 길을 잠수와 수영으로 갔다. 평소처럼. 그렇지만 모든 것이 다르게 보였다. 소년이 만의 가장자리, 툭 튀어나온 바위 끝에 앉아 그의 한 동작 한 동작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소년의 시선은 요르게한테 왜 지금 자신이 이 일을 하고 있는지를 상기시켜주었다. 그는 무엇보다도 신에게 다가가기 위해 헤엄을 쳤다. 아침이 만들어낸 이런 원소보다 그분이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더 또렷이 느끼게 하는 것은 없었다. 어떤 광경도, 어떤 접촉도, 어떤 고요함도 그에게 이보다 더 충만한 은혜를 느끼게 하지는 못했다.
빛은 그의 흔적을 지워버렸다. 하루는 저 깊은 곳에서 솟아올랐다. 빛의 그물망이 철렁이다가 가라앉는 표면을 뚫고 가파르게 곤두박질치는 저 깊은 바닥까지 펼쳐졌다. 빛은 조개류 서식처를 밝게 비추고, 이끼 낀 풍경과 연노랑 식물이 자라는 곳을 지나 바다 속 깊은 곳에 융단 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요르게는 평소보다 오래 머물렀다. 소금이 그의 목덜미를 뒤덮고 있었다. 어깨 위쪽 피부가 당겼다. 그렇지만 그는 멈춰 서서 햇빛과 바다가 물이 들면서, 순간 순간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는 알았다. 소년 역시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소년 역시 왜 그래야만 하는지 알 수 있으리라는 것도.
이 순간 요르게는 자신이 예배당에서 진정한 심오함에 이르지 못한 것을 용서했다. 그는 여전히 믿음에 대한 자신의 재능을 의심했지만, 불현듯 자신이 이 의심을 견뎌낼 수 있을 만큼 강해진 기분이 들었다.




▶ 작가_ 존 폰 뒤펠 - 독일의 희곡작가이자 비평가, 번역가. 1966년 독일 괴팅엔 출생. 철학과 경제학 전공. 1998년 첫 소설 『물』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 함. 소설로 『사라질 시간』『에고』등이 있음.

▶ 낭독_ 이상구 - 연극 『리어왕』, 『싸리타』, 『유리알눈』등에 출연.



배달하며

‘진정한 심호함’까지는 좀 그렇고, 페르난두 페소아가 말한 것처럼 “교양 있되 정념 없는 삶, 언제라도 권태에 빠질 수 있을 만큼 느리지만 결코 그렇게 되지는 않을 만큼 심사숙고하는 삶을 살라”는 말에 대해서는 심오하게 생각 중입니다.
노인 요르게가 원하는 것 역시 교양 있되 정념 없는 삶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제가 이 소설을 좋아하는지도……. 소년이 노인에게 원하는 한 가지는 수영을 가르쳐달라는 것입니다. 그것 또한 요르게와 같은 삶의 한 방법일지도 모르겠네요.


문학집배원 조경란


▶ 출전_후베란트가家 사람들』(존 폰 뒤펠 지음, 전옥례 옮김, 들녘. 2006)

▶ 음악_ Backtraxx - mellow 2 중에서

▶ 애니메이션_ 강성진

▶ 프로듀서_ 양연식

서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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