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올라브 H. 하우게, 「큰 집은 춥다」

  • 작성일 2015-03-17
  • 조회수 2,638


올라브 H. 하우게, 「큰 집은 춥다」





큰 집은 춥다.
가을에 그걸 알았다.
첫 눈송이들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서리 아래 땅이 굳어가는 때.
그러자 적막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내 외로움이.
지붕은 삐걱대는 소리로 가득하고
언 숲의 도끼 소리 날카롭게 짖는다.



나의 숲은
외로움의 숲 속에 있는 숲,
나의 산은
외로움의 산 속에 있는 산,
그리고 낮은
외로움의 밤 속에 있는 한 점 반짝임.
한참 만에 마주치는 사람과 짐승,
소나무 바늘과 잔가지를 갖고 어둔 그늘을 어슬렁거리다
서리 위로 발자국을 남기는 그들은,
외로움의 꿈속에 그림자 진 흐린 빛.



_ 올라브 H. 하우게 - 올라브 H. 하우게(1908~1994)는 노르웨이 울빅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살며, 독학으로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을 익혔다. 평생 전문 정원사로 일하며, 고향을 떠난 본 적이 없다. 시집으로 『재 안의 불씨』 등이 있다. 20세기 노르웨이의 국민 시인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낭송_ 정성익 - 배우. 연극 「미친극」, 「밤비 내리는 영동교」 등에 출연.


배달하며

시골에 살아본 사람은 큰 집이 춥다는 것쯤이야 누구나 다 알지요. 첫 눈송이 떨어지고 서리 아래 땅이 굳으며 북풍과 함께 초빙(初氷)이 올 때 겨울은 시작되었는데요. 어느덧 춘분이 눈앞에 다가왔네요. 겨울 나는 동안 외로웠나요? 집도 외로우니 지붕은 삐걱대는 소리를 냈겠지요. 고라니 너구리 오소리 따위 산짐승들도 소리없이 한 점 등불을 켜고 반짝이는 집까지 내려와 어슬렁거리다 다시 산으로 돌아갔겠지요. 오늘은 내가 “서리 위 발자국을 남기는 그들”을 찾아 산속에 들어가 봐야겠어요. 겨울을 잘 나고 살아남았는지 살펴봐야겠어요.

문학집배원 장석주



▶ 출전_『내게 진실의 전부를 주지 마세요』(실천문학사)

▶ 음악_ 정진영

▶ 애니메이션_ 강성진

▶ 프로듀서_ 김태형

문정희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 1500

댓글1건

  • 최민재11119

    시를 처음 읽고 지금 까지의 삶을 약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추운날 나는 누구와 있었나 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부모님도 바쁘시고 나도 항상 바쁜 일상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가족과의 시간을 많이 가지지 못한것 같습니다. 어릴때는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는데 더욱 바빠진 지금은 불가능하게 된것 같습니다. 겨울에는 다른 계절과는 달리 혼자 있을때 고독함을 더욱 많이 느끼는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셔 겨울철 시골에 혼자 계시는 할머니를 스스로 상상해봅니다. 분명 비슷한 상황에 처하신 연로하신 분들도 겨울철에 쓸쓸한 외로움을 느끼시겠죠. 혼자 있을때 공감이 가는 시 같습니다.

    • 2018-05-31 10:45:44
    최민재11119
    0 / 1500
    • 0 /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