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팀 오브라이언,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

  • 작성일 2015-04-12
  • 조회수 1,934





“ 내가 달성하는 것은 최소일까, 아니면 최대일까?”

- 테드 창, 중편 「네 인생의 이야기」 중에서 -



팀 오브라이언,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






한 발 두 발 계속하여 걸음을 내딛었으나 거기에는 결단력도 의지도 없었다. 그런 걸음은 기계적인 것이었다. 전쟁은 전적으로 마음과 몸의 문제였으며 짊어지고 다니는 것이 전부였다. 일종의 관성이나 타성 같은 것이었으며 공허했다. 욕망이나 이성 그리고 의식, 희망, 인간의 감각이 무뎌진 상태였다.
그들의 행동 기준은 그들의 발이 결정했다. 그들의 신중한 계획도 생물학적인 것이었다. 그들은 전술이나 임무에 대해서 무감각했다. 그들은 알려지지 않은 마을들을 찾아갔다. 조심하지도 않고 무엇인가를 찾아갔다. 쌀독을 뒤지고 어린아이와 노인들을 몸수색하고, 땅굴을 날려버리고 어쩔 때는 불을 지르고 또 어쩔 때는 불을 지르지 않았다. 그런 후에 대열을 갖추어 다음 마을로 이동했고 다른 마을들에서도 항상 똑같은 행동을 했다. 그들은 그들 자신의 생을 짊어지고 다녔다. 곤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았다.
(…중략…)
그들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군인들이 가진 격한 감정의 짐을 가지고 다녔다. 슬픔, 공포, 사랑, 열망 같은 것들은 무형의 것이었으나 그것들만의 양과 특별한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들은 또한 유형의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부끄러운 기억들을 가지고 다녔다. 간신히 통제되고 있는 자신의 비겁함에 대한 비밀을 짊어지고 다녔다. 도망치고, 겁먹고, 숨으려는 본능이 그것이었다. 그것은 모두에게 무거운 짐이었다.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그들은 결코 그것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완벽한 균형이 필요했다. 그들은 자신에 대한 평판을 짊어지고 다녔다. 물론 어마어마한 공포도 가지고 다녔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공포였다.




▶ 작가_ 팀 오브라이언 - 미국의 소설가. 1946년 미네소타 주 오스틴에서 태어남. 지은 책으로 『내가 만약 전장에서 죽는다면』『핵의 시대』『호숫가에 서 있는 나무들』 『카키아토를 뒤쫓아서』등이 있음.


▶ 낭독_ 백익남 - 배우, 연극 「리차드 2세」, 「공장」, 「하얀 앵두」 등에 출연



배달하며

가지고 다닐 수만 있다면 무엇을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집 혹은 방 같은 게 가장 많을까요. 무형적인 것으로는 열정이랄까 호기심, 희망이나 열망 같은 것도 좋겠지요. 그러나 가지고 다니고 싶지 않은 것도 역시 많을 겁니다. 실수나 비밀, 비겁함, 불안 같은 것들. 어떤 것은 무겁고 어떤 것은 그렇지 않겠지요. 슬픔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요? 그리고 가족의 무게는?
지금 짊어지고 있는 무거운 것들 중, 결코 내려놓을 수 없는 게 있을 테지요. 그게 좋은 건지 그렇지 않은 건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를 테면 슬픔이나 부끄러움, 기억, 혹은 나이.



문학집배원 조경란


▶ 출전_『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팀 오브라이언 지음, 한얼미디어, 2004, 35~36쪽, 43~44쪽)

▶ 음악_Song Bird av212 중에서

▶ 애니메이션_ 송승리

▶ 프로듀서_ 양연식

서영은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 1500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