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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호기, 「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진다」

  • 작성일 2015-04-14
  • 조회수 2,327


채호기, 「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진다」





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진다
사랑의 피부에 미끄러지는 사랑의 말들처럼



수련꽃 무더기 사이로
수많은 물고기들의 비늘처럼 요동치는
수없이 미끄러지는 햇빛들



어떤 애절한 심정이
저렇듯 반짝이며 미끄러지기만 할까?



영원히 만나지 않을 듯
물과 빛은 서로를 섞지 않는데,
푸른 물 위에 수련은 섬광처럼 희다





_ 채호기 - 채호기(1957~ )는 대구에서 태어났다. 1988년 『창작과비평』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지독한 사랑』 『밤의 공중전화』 등이 있다.


낭송_ 장인호 - 배우. 영화 「고고지전」, 「하울링」 등에 출연.


배달하며

물과 빛과 수련의 묘한 하모니를 보여주는 시에요. 빛은 물 위로 미끄러집니다. 물에 섞이지 못하고 그 위로 미끄러지는 빛을 “사랑의 말”이라고 합니다. 수면 위로 빛은 반짝이며 미끄러지니, 둘은 “영원히 만나지” 못하고 합일의 꿈은 멀기만 합니다. 해서, 시인은 그걸 누군가의 “애절한 심정”으로 봅니다. 내 마음 끝내 알아주지 않으니 얼마나 속을 끓일까요? 물과 빛 사이에서 수련은 “섬광”을 뿜으며 희게 빛납니다. 수련은 서로 엇갈리기만 하는 이 애절한 사랑의 증인인 것이지요.

문학집배원 장석주



▶ 출전_『수련』(문학과지성사)

▶ 음악_ 권재욱

▶ 애니메이션_ 강성진

▶ 프로듀서_ 김태형

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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