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인, 「각별한 사람」
- 작성일 2015-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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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인, 「각별한 사람」
그가 묻는다, “저를 기억하시겠어요?”
언제쯤 박음질된 안면일까, 희미하던 눈코입이
실밥처럼 매만져진다
무심코 넘겨 버린 무수한 현재들, 그 갈피에
그가 접혀 있다 해도
생생한 건 엎질러 놓은 숙맥(菽麥)이다
중심에서 기슭으로 번져가는 어느 주름에
저 사람은 나를 접었을까?
떠오르지 않아서 밋밋한 얼굴로
곰곰이 각별해지는 한 사람이 앞에 서 있다
▶ 시 _ 김명인 - 김명인은 1946년 경북 울진에서 태어났다.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출항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 『동두천』 『머나먼 스와니』 『바다의 아코디언』 등이 있다.
▶ 낭송_ 홍서준 - 배우. 뮤지컬 「우리 동네」, 「위대한 캐츠비」 등에 출연.
배달하며
나이 들면 잊어버리는 게 많아지죠. 나이 들면 뇌의 역량이 준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필요한 기억들을 보호하려고 덜 중요한 것들부터 망각으로 넘겨버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겠지요. 허나 분명 아는 사람인데, 기억이 감감한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어느 날 “떠오르지 않아서 밋밋한 얼굴로/곰곰이 각별해지는 한 사람”이 내 앞에 서 있다 해도 너무 난감해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문학집배원 장석주
▶ 출전_『기차는 꽃그늘에 주저앉아』(민음사)
▶ 음악_ 심태한
▶ 애니메이션_ 제이
▶ 프로듀서_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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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건
각별한 사람이라는 소재의 의미를 색다르게 해석한 시인 점이 눈길을 끌었다. 소중한 사람의 의미라기보다는 시간이 지나 그간 만나왔던 사람들 중 자연스럽게 잊어버린 후 언젠가 다시 만났을때 그 옛날 기억을 되새기며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사람이라는 점이 인상깊다. 그렇게 지나치며 한번쯤 내 머릿속에서 각별한 사람이 된 많은 이들을 다시 떠올려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