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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수, 「착한 사람 문성현」

  • 작성일 2015-05-01
  • 조회수 2,143





“ 인생은 계속되어야 해.
우리에게 남은 것을 가지고 계속 나아가야 해.”

- 존 업다이크, 장편 「달려라, 토끼」 중에서 -



윤영수, 「착한 사람 문성현」






출생

착한 사람 문성현(文成賢)은 1957년 7월 서울 종로구 동숭동 130번지에서 태어났다. 경상도 합천의 천석꾼이던 고조부 문천웅이 전답을 처분한 돈으로 서울로 올라와 자리를 잡은 지 어언 80년, 토박이 서울 양반은 아니로되 그만하면 사대문 안에서 남부럽지 않은 남평(南平) 문씨(文氏) 집안의 장손이었다.
성현의 출생이야말로 집안의 경사였다. 그의 할아버지 문희수와 할머니 김입분의 기쁨은 비할 데가 없었다. 슬하에 육 남매를 두었건만 아들이라고는 막내로 태어난 성현의 아버지 문덕규 하나뿐이었던지라 며느리를 들인 후로는 두 양주가 하루 한 시간이 멀다하고 자손을 고대해 오던 터였다.
할머니 김입분은 성결이 세고 급했다. 가슴에 담은 생각이나 말을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거나 내뱉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아들 덕규의 혼사를 치른 지 두 달이 채 못 되어 그녀는 ‘이렇게 소식이 없다니 집안의 대가 끊길 것이 분명하다.’며 드러내어 걱정하기 시작했다. 걸핏하면 며느리 이경순을 불러 내외의 은밀한 정분까지 낯이 뜨거울 정도로 족대겼다.
성현의 어머니 이경순은 서울 남산골이 친정이었다. 시댁만큼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지만 효와 법도를 중시하는 유학자 집안의 장녀로서 타고난 기품이 차분하고 온순했다. 덕규는 아내 이경순을 좋아했다. 어머니의 괄한 성질이 좀 무엇하던 그로서는 아내의 유순함이 마음에 들었다. 그들의 애정은 한결같았다. 훗날 덕규가 병을 얻어 이경순을 홀로 남겨 두고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비록 길지 않은 십여 년의 세월이었지만 그들은 서로를 진심으로 위하고 고마워하며 한 쌍의 원앙처럼 다정하게 살아갔다.




▶ 작가_ 윤영수 - 소설가. 1952년 서울에서 태어남. 1990년 《현대소설》에 단편 『생태관찰』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 대표작으로 『사랑하라, 희망없이』『소설 쓰는 밤』『내 안의 황무지』 『자린고비의 죽음을 애도함』 『귀가도』등이 있음.


▶ 낭독_ 박성연 - 배우. 연극「목란언니」, 「아가멤논」, 「그을린 사랑」, 「천하제일 남가이」등에 출연


배달하며

분명 이 「착한 사람 문성현」은 픽션, 소설입니다. 꾸며낸 이야기이지요. 그런데도 이따금 이 문성현이라는 사람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꼭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만 같고 또 그래주었으면 해서요.
최근에 어떤 젊은 화가가 쓴 책을 읽었는데요, 그림은 많이 지우고 그릴수록 깊어진다고 합니다. 그건 세상과 사람과 사물을 오염없이, 과장 없이 보는 방식을 가져야만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착한 사람들이 만든 마을에서 착한 사람들이 만든 빵을 먹으며 착한 사람들이 만든 책을 읽는, 오늘 밤엔 그런 꿈을 꾸고 싶습니다.


문학집배원 조경란


▶ 출전_『착한 사람 문성현』(창비)

▶ 음악_ BackTraxx - classical1 중에서

▶ 애니메이션_ 강성진

▶ 프로듀서_ 양연식

서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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