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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식, 『굴과 아이』

  • 작성일 2015-06-01
  • 조회수 1,284





“ 흐린 강과 맑은 강의 물이 한모양일세.”

- 이곡, 한시漢詩「큰물」 중에서 -



문성식, 『굴과 아이』






어느 날, 족구를 마치고 내 자리로 돌아와서 어제 젯소(캔버스에 애벌로 바르는 흰 물감)를 칠해둔 면 천을 바라보았다. 누르스름한 천의 질감이 살아 있는 20호짜리 빈 캔버스가 참 맘에 들었다. 뭔가 그리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다. 하지만 딱히 사둔 재료가 없었기에 연필을 손에 쥐었고, 한동안 머릿속을 맴돌던 옆집에 사시는 혼자된 철수 할머니와 그 집이 어떤 느낌으로 그려지면 좋겠다는 청사진이 떠올랐다. 뭔가 이야기가 될 것 같았다.
나는 마음이 이끄는 대로 그냥저냥 나름대로 그려나갔다. 아무런 부담이 없었다. 30퍼센트 정도 그렸을 때 나는 그림이 기분 좋게 되어가고 있음을 알았고, 흐름을 깨고 싶지 않아서 캔버스를 신문지로 싸서 들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와 방에서 연속해서 그렸다.
늦은 저녁 「과부의 집」은 효자동 자취방에서 완성되었다. 되는대로 그린 그림의 정성에 어울리지 않게 「과부의 집」은 소박하고 미술적이며 진심이 잘 들어가 있는 그림이 되었다. 나도 모르게 연필의 재미를 구사했고 화면의 구성이나 내용이 알차게 되어버렸다. 과감한 선들도 있고 잡초나 사람의 표현은 매우 순진하고 정직하게 표현되었다. 천 위에 연필이라는 재료는 안착이 잘 되지를 않아서 그리는 사람에게 더 많은 노력과 의지를 요구했다. 어떻게든 그려보려는 노력의 흔적은 기분 좋은 회화성을 만들었고, 그림은 마음에 들었다. 나는 머리맡에 그림을 세워두고 기분 좋게 잠들었다. 마치 마법에 걸린 것 같았다.




▶ 작가_ 문성식 - 화가. 1980년 김천에서 태어남.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예술사, 전문사 과정을 마침. 2005년 제51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 최연소 작가로 초대되면서 화가로 활동하기 시작함. 개인전, 그룹전으로 『바람 없는 풍경』 『풍경의 초상』 『유사한 차이』 등이 있음.

▶ 낭독_ 조주현 - 배우. 연극 『복사꽃지면 송화날리고』, 『엄마를 부탁해』, 『사랑 지고지순하다』 등에 출연


배달하며

소설은 말할 것도 없고, 좋은 산문, 좋은 시를 읽고 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마음이 깨끗해진다고나 할까요. 조지 오웰이 말한 “좋은 산문은 유리창과 같다”고 한 의미를 단박에 이해할 것 같아지지요. ‘많이 지우고 그릴수록 그림은 깊어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작품을 빛나게 하는 건 예술적 대상에 대한 집중력’이라고 하네요. 제가 이 책을 읽고 배운 것들입니다.
편견도 과장도 현란한 수식 같은 것도 없이 세상을 보고 느끼며 쓰고 싶습니다. “큰 것과 작은 것, 연한 것과 진한 것, 긴장된 것과 헐렁한 것이 서로를 돋보이게” 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지금부터 더 많이 지워가면서 살아가려고 합니다.


문학집배원 조경란


▶ 출전_『굴과 아이』(스윙밴드)

▶ 음악_sound ideas/romantic -pastoral8

▶ 애니메이션_ 제이

▶ 프로듀서_ 양연식

서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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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건

  • 익명

    제가 좋아하는 작가인데^^ 영상이 안나오네요~~;;

    • 2015-06-13 10:03:57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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