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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한, 「강변북로」

  • 작성일 2015-06-09
  • 조회수 1,513


강인한, 「강변북로」





내 가슴의 동쪽에서 서쪽으로
달이 지나갔다.
강물을 일으켜 붓을 세운
저 달의 운필은 한 생을 적시고도 남으리.


이따금 새들이 떼 지어 강을 물고 날다가
힘에 부치고 꽃노을에 눈이 부셔
떨구고 갈 때가 많았다.


그리고 밤이면
검은 강은 입을 다물고 흘렀다.
강물이 달아나지 못하게
밤새껏 가로등이 금빛 못을 총총히 박았는데


부하의 총에 죽은 깡마른 군인이, 일찍이
이 강변에서 미소 지으며 쌍안경으로 쳐다보았느니
색색의 비행운이 얼크러지는 고공의 에어쇼,
강 하나를 정복하는 건 한 나라를 손에 쥐는 일.


그 더러운 허공을 아는지
슬몃슬몃 소름을 털며 나는 새떼들.


나는 그 강을 데려와 베란다 의자에 앉히고
술 한 잔 나누며
상한 비늘을 털어주고 싶었다.






_ 강인한 - 1944년 전북 정읍에서 출생.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 『전라도 시인』 『강변북로』 등이 있음.


낭송 _ 이애진 - 연극배우. 시인.


배달하며

한강을 따라 북쪽에 난 자동차 전용도로를 가리켜 강변북로라고 하는 데요. 여름 새벽 한강북로를 달리자면 푸르름 속에 잠긴 강의 자태에 감탄이 절로 나오지요. 한강은 커다란 짐승처럼 비늘을 뒤채며 깨어날 채비를 하지요. “강물이 달아나지 못하게/밤새껏 가로등이 금빛 못을 총총히 박았는데”라는 구절이 인상적이네요. 이 강변북로는 많은 사연을 안고 있죠.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최고 권력자와 내연관계였던 여인이 이 강변북로에서 총 맞아 죽은 일이지요. 그러거나 말거나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강은 묵묵하게 말없이 흐릅니다.

문학집배원 장석주



▶ 출전_『강변북로』(시로여는세상)

▶ 음악_ 최창국

▶ 애니메이션_ 제이

▶ 프로듀서_ 김태형

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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