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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문학집배원 : 문장배달을 시작하며_서영은(소설가)

  • 작성일 2015-07-01
  • 조회수 1,003

 


[문장배달을 시작하며]


 


산에 오르는 심마니 같은 마음가짐으로

 


 



bagal_sea-ye
소설가 서영은


    모든 책은 그 수백 페이지의 글 속에 아름답고, 의미심장하고, 새겨 볼 만한 보석 같은 문장들을 도처에 감추고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마치 모든 산이 곳곳의 계곡이나 바위틈으로 흘러내리는 맑은 샘을 감추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산을 오르는 사람의 취향, 마음가짐, 안목에 따라, 그 발길이 멈추고 찾아내는 샘의 위치는 당연히 다를 수 있고, 쪽박으로 퍼 올리는 물맛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발로 세상을 두루 돌아다녀 보는 것을 꿈꾸었고, 창문만 빼고 사면이 천장까지 책으로 둘러싸인 방에서 입술이 새파래지도록 책을 읽으면서 살고 싶다는 꿈을 꾸어 왔다. 이 두 가지 꿈은 서로 상반된 것 같지만, 인생은 모순을 품는 신비를 지니고 있어, 지금은 여행도 다녀 볼 만큼 다녀 보고, 방 두 개가 책으로 꽉 찬 집에서 살고 있다.

 

 

서가에 가득 꽂혀 있는 시, 소설, 철학, 예술, 역사, 인문사회, 신학 등 온갖 종류의 책들은 나를 작가로 이끈 흔적으로서 밑줄이 그어진 오래된 책들이 대부분이지만 ― 사놓고 미처 읽지 못한 신간들도 다수 있어, 이번 문장배달을 계기로 다시 산에 오르는 심마니 같은 마음가짐이 되어 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숨겨진 산삼 같은 문장이 설사 그 자체로 의미심장하다 해도, 산이 지닌 전체성의 일부분일 뿐이다. 때문에 원고지 두세 매 분량의 해설은 샘으로부터 가능하면 먼데서 산의 전모를 더듬어 보는 얘기가 될 것이다.

 


- 2015. 7. 1 서영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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