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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우주야사 외전 : 이자토디를 꼬셔 보다.

  • 작성일 2015-08-01
  • 조회수 207

이자토디를 꼬셔 보다.

 

 

*본편 이전.

괴우주(怪宇宙) 인신족(忍辰族)의 나라인 인신국(忍辰國)의 내각 최상위 관리로는 두 대인간(大因間)이 자리했다. 대인간은 극초인간(極超因間) 이상의 무력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기갑(氣甲)이라는 파라탐(Paratam)으로 짜여진 갑옷 얼개를 쓰는 인신족을 말한다. 기갑은 물론 벗을 수도 있었지만, 인신국 바깥에서 기갑을 벗는 대인간은 없었다. 내각 최상위 두 대인간은 총리인 만물인간(萬物因間)과 부총리인 자연인간(自然因間)이었다. 이들은 의남매였다. 총리와 부총리인 이들은 인신국 재화의 총책임자였다. 둘 다 도덕적이고 책임감이 강해 관료다웠다. 인신족의 관료들은 모두 관료다웠다.

만물인간이 말했다.

“어이, 자연인간 아우. 데몬 술탄 아자토스(Azathoth)에게 갈 때가 오지 않았나?”

“오빠야, 그러네?”

그렇게 대화를 빛으로 한 뒤 자연인간은 기갑을 더욱 단단히 착용했다. 기갑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집어 쓴 자연인간은 다른 대인간들이 흔히 그렇듯이 인간형 로봇처럼 보였다. 자연인간은 여성체인지라 기갑도 가슴과 엉덩이가 강조된 것이, 보통 남자들인 다른 대인간들과는 다른 점이었다.

자연인간은 크툴루(Cthulhu) 괴신족(怪神族)의 수도로 포탈로 이동해 순식간에 이르렀다. 포탈은 예전부터 뚫려 있었던 것이다. 황천과 명부와 지옥의 간수인 인신족, 즉 명색이 하늘 권력의 관리자 종족의 부총리인 자연인간은 이제 근본적 지옥에 안착했다. 자연인간은 파라탐을 더욱 세심히 다루면서 크툴루 괴신족 세계에 휘몰려 들어갔다.

“오셨군요.”

아자토스의 시녀, 기어 다니는 혼돈 니알랏토텝(Nyarlathotep)이 자연인간을 영접했다. 자연인간은 니알랏토텝의 정해지지 않고 꿈틀거리는 해괴한 몸에 속으로 질겁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사교적인 언사로서 무표정한 기갑 속에 마음을 감추고 자연인간은 거대한 아자토스의 동체 가까이에 접근했다.

아자토스는 너무나도 불가해한 존재였고, 괴우주의 무의미한 창조주였다. 아자토스가 창조 작용을 하기에 우주들은 창조력을 얻었다. 괴우주는 무수히 많고, 서로 물리 법칙이 다른 영역들로 나누어졌다. 각 영역들은 서로 다른 수학적 얼개를 갖고 있었다. 신족(辰族)이나 신족(神族)은 그 영역들 위를 자유로이 날기에 그 위치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었다. 부처들을 비롯한 아라한들 또한 그런 힘을 가졌다. 괴우주 영역 중 허수나 무리수에 지배되어 그 어떤 생명도 깃들 수 없는 부분들을 인신족은 개조해서 황천, 명부, 지옥으로 만들어서 관리했다. 예를 들자면, 황천 하나 하나는 지름이 960조 광년의 개조된 괴우주 일반 영역이었는데 이런 황천들이 매우 많았다.

아후라신족(Ahura辰族)은 괴우주 보다 하위 단계의 우주들을 의식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자들이었다. 하위 단계 우주들도 가능한 수학의 경우들만큼이나 많았다. 사실상 가능한 경우의 우주의 수는, 크기가 있는 무한이었다. 우주들은 일단 창조되면 물리 법칙의 힘에 이끌려 끝없이 창조되었다. 어떤 우주들에선 문명들이 떠올라서 자신들과 같은 단계의 우주들 중 허수나 무리수에 지배되어 어떤 생명도 깃들 수 없는 우주들을 개조해서 지성체들을 부활시켜 생활하게 하는 영역으로 만들어주었는데 이는 자신들 문명의 자살 욕구를 더욱 강력하게 억제하기 위한 것이었고 또한 자비의 측면이었다.

이 같은 사실 때문에 자연인간은 아자토스도 괴우주 상위 단계의 창조적 힘의 그림자에 불과한 것이 아닌지 의심했지만 이는 여전히 가설에 불과했다.

‘왔군.’

아후라신족도 아자토스의 무녀를 보내왔다. 니알랏토텝은 크툴루 괴신족의 무녀였고, 자연인간은 인신족의 무녀였다. 다른 수많은 신족들과 신족들도 아자토스의 뜻을 살필 무녀를 이번에 파견했다. 아자토스가 부정형의 내장 덩어리 같은 몸에서 피리 같은 음색을 불면서 알 수 없는 뜻을 토하면 파라탐이 요동쳤는데 이를 잘 해석해야 더욱 완전한 파라탐 방정식을 각 종족 별로 알맞게 만들 수 있었다. 현재 가장 강대한 신족은 아후라신족이었다. 자연인간은 그런 아후라신족의 힘에 인신족이 거의 접근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결코 내색하지 않았고 이는 기갑을 썼기에 더욱 쉽게 감출 수 있었다.

아후라신족의 무녀, 아후라제국(Ahura帝國) 아래쪽 군단장이자 음황여제(陰皇女帝)라 불리는 이자토디 장군이 보였다. 이자토디는 여자였지만 매우 거대한 근육질의 소유자였다. 이자토디는 태양선관(太陽仙官) 중 꽤 상위인 이자토토의 여동생이었고, 이자토토라는 이름은 아자토스로부터 따온 것이었다. 이자토디는 자연인간이 인사를 하는 걸 보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자연인간님, 어서 춤을 추자고.”

이자토디는 그렇게 자연인간을 독려했다. 인신국은 아후라제국의 주요한 동맹 중 하나였고 이자토디는 인신족과 친했다. 인신족은 아후라제국에 도전하려고 하고 있었고 때문에 아후라제국의 힘을 약화시키고자 했다. 그 한 방법으로서 자연인간은 지금 이자토디에게 접근하고 있었다.

수많은 신선들이 춤을 추면서 아자토스의 뜻을 알아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는 와중에 자연인간은 이자토디와 보조를 맞추었다. 모신족(毛辰族)의 무녀 드라포엘라가 웃음지었다. 자연인간은 춤이 중간에 파했을 때 이자토디에게 다가갔다.

“이자토디님, 우리 인신족이 어떻게 지내는지 듣고 싶지 않으신가요?”

“뜻대로 말씀해보세요.”

아후라제국은 상위 계층이 하위 계층을 괴롭히는 걸 즐겼다. 이는 상위 계층이 자신들의 욕망만을 투사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자토디도 최상위 계층이었지만, 그런 사디스틱한 행위를 주도하는 신성품(神聖品)이 아니라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는 진정품(眞正品)에 속했다. 그래서 자연인간은 마음 놓고 이자토디를 회유키 위한 공작을 펼치는 것이었다. 개인은 자신을 사랑하기에 공동체를 사랑한다. 이자토디는 아후라제국 장군으로서 공공의 이익에 봉사해왔다. 그러기에 신성품 보다 선량할 것이 분명한 이자토디가 자연인간의 뜻에 유혹된다면 인신족의 간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자연인간은 인신족의 체제를 설명했다.

신족과 신족들은 모두 각 개인이 전지전능한 문명 6단계였지만, 각 개인 간에는 차이가 없을 수는 없다. 인신족은 개인의 자유를 인정했다. 각자의 자유가 보장되려면 각자의 평등이 흘러야 하는데 이를 인신족은 서로 간에 합의했다. 인신족은 괴델의 불완전성의 정리가 모든 세계에서 통용되는 공리여서 수학은 완전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그 누구도 완전히 지배할 수 없고 때문에, 지배를 향하는 것 보단 되도록 자유를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했다. 인신족은 누구나 풍족하게 살 수는 있었고 인신족에겐 이를 보장할 과학기술과 경제가 있었다. 인신족에겐 사회에 이바지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양심이 있었고 이는 공학적으로 의도된 바였다. 양심 체제의 위험성에 대해 자연인간은 숨기지 않았고 그렇지 않은 자들에게 이를 도입할 경우엔 무리가 따른다는 것도 인식했다.

자연인간에게 이자토디는 계속 들었다.

인신족은 양심으로 인해 창출된 부를 똑 같이 나누려는 인위적 시도를 국가가 나서서 하지 않았다. 아주 없지는 않은, 아예 일하지 않는 양심 없는 자를 처벌하지도 않았고 그런 이에게도 기본적 풍요와 기본권은 주어졌다. 이는 생산되는 재화가 매우 풍부한 데에 더해 복지라는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예 일하지 않아 가장 약해진 자는 자신의 빈곤이 절대 빈곤이 아니기에 불평하지 않았고 그의 삶을 누구도 침해하지 않았다. 인신족 중 가장 막강한 자는 웬만한 신족 전체 보다 강했고, 그들은 도슈레이카라는 인신족 영역 속에 숨어 있는 무량인간(無量因間) 4의형제로서 대인간 이상 급들이었다. 그들이 인신족 중 가장 약자에 비하면 매우 강했음에도 인신족 중 아무도 빈부격차 해소를 주장하지는 않았다. 무량인간과 같은 이들을 인신족은 전사로 세웠는데, 그들 전사들 인격에 약간의 결함만 발견되어도 그들의 힘은 모든 측면에서 약자로 강등되었다. 물론 자연인간은 무량인간 4의형제나 도슈레이카의 존재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자연인간은 이자토디가 감복해 인신족을 동경할 것을 기대했다.

“모두 말했나요?”

이자토디가 질문했고 그 순간 모조리 자연인간과의 대화를 잊어버린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도 그러했다. 무의미한 질답이라고 이자토디는 판단한 것이다.

자연인간은 아후라신족 진정품에 대한 인신족의 예측이 조금도 틀리지 않았음을 알고 씁쓸한 미소를 기갑 안에서 지었다.
[2015.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