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송종찬, 「시베리아의 들꽃」

  • 작성일 2015-08-11
  • 조회수 1,741


송종찬, 「시베리아의 들꽃」





누가 내게 사랑을 물어 온다면
시베리아로 달려가 반란처럼 피어난
보랏빛 엉겅퀴 한 송이 보여주리


벌판에 십 개월 동안 눈이 쌓이고
자작나무 숲에 안개가 덮여도
원색의 야생화는 피어난다


유형의 길 떠나던 임을 따르다
눈밭에 나뒹굴던 여인처럼
길가에 맨발로 피어난 양귀비


여름은 짧고 길은 어두어도
그대에게 가야 만 하는 먼 길
사랑은 들꽃처럼 붉어지고


누가 내게 사랑을 물어온다면
그냥 시베리아로 달려가
엉겅퀴 한 송이 가슴에 물들여주리





_ 송종찬 - 1966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전주에서 성장했다. 1992년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시문학에 '내가 사랑한 겨울나무'외 9편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그리운 막차』, 『손끝으로 달을 만지다』 등이 있다.


낭송_ 이재훈 - 시인. 1998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으로 『내 최초의 말이 사는 부족에 관한 보고서』 『명왕성 되다』가 있음.



배달하며

시베리아라는 시어는 호랑이와 횡단열차와 함께 달려온다.
자본론을 읽고 있는 유리창에 추운 입김이 서리고, 이념의 가죽 군화 소리가 저 멀리서 메아리처럼 들려올 것 같은 시베리아. 가장 단단한 영혼과 가장 순결한 바람소리로 소스라치게 잠든 의식을 깨우고야 말 것 같은 시베리아! 광활한 대지와 그 대지가 품은 보랏빛 이념들을 떠올려본다.
유형지를 따라 나선 맨발의 엉겅퀴와 양귀비! 들꽃이지만 지독한 사랑과 파멸을 동시에 품은 것 같아 슬며시 두려워지는 들꽃들이다.

문학집배원 문정희



▶ 출전_

▶ 음악_ 권재욱

▶ 애니메이션_ 박지영

▶ 프로듀서_ 김태형

문정희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 1500

댓글2건

  • 한지훈10621

    화자는 누가 자신에게 사랑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자신은 시베리아에 있는 들꽃을 걱어서 줄 것이라고 말한다. 시베리아라는 공간은 눈이 쌓이고 안개가 덮이는 곳으로 꽃이 살아가기 굉장히 힘든 환경이다. 그러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피는 양귀비나 엉겅퀴는 인내심과 생명력이 굉장히 강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생물들의 생명에 대한 사랑에 대해 노래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자신에게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물으면 어떠한 이성에 대한 사랑이나 허위로 가득한 사랑이 아닌 이러한 원초적 사랑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시는 '사랑은 대학 가서나 하는 것'이라는 저의 생각을 다른 형태의 사랑도 가능하다고 바꾸어놓았고 굉장히 감명 깊었다.

    • 2018-10-31 11:24:12
    한지훈10621
    0 / 1500
    • 0 / 1500
  • 포엠스타

    정말 좋습니다. 고운 하루 되세요.^^

    • 2015-08-12 09:44:36
    포엠스타
    0 / 1500
    • 0 /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