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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버리고 간 눈(雪)

  • 작성일 2015-10-01
  • 조회수 201

 

겨울이 버리고 간 눈(雪) / 흑 비

 

 

햇볕이 미처 찾아가지 못한 곳에

한여름에도 녹지 않는 殘雪이

외로운 마음 기댈 곳이 없어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다

 

 

시린 바람이 **고아원에 둥지를 틀고

살며시 훔쳐보는 잔설(殘雪)의 눈에는

봄의 손 잡고 마중 온 아지랑이는

그저 사막의 신기루일 뿐이다

 

 

겨울은

버리고 간 殘雪이 눈에 밟혔던지

꽃샘바람 앞세우고

잔설을 데리러 왔었지만

각박한 현실에 한숨만 내쉬며

무거운 발길 돌리기를 수십 번이다

 

 

거기에만 잔설(殘雪)이 있겠는가?

**양로원 사철나무 생 울타리 아래

보이지 않은 끈으로 발목 묶인 채

잔뜩 웅크리고 앉은 잔설(殘雪)이

짓무른 눈을 힘겹게 뜨면서

가물가물 누군가 애타게 기다린다.

 

 

이따 끔 다녀가는 봄바람이

이슬비로 흰머리를 쓸어내리면

모든 것 내려놓은 채 눈을 감고

어찌 알고 날아왔는지

몇몇 까마귀들 한꺼번에 몰려와

마른 눈물까지 찍어먹고 날아간다.

 

 

겨우내 잔설(殘雪)이 앉았던 자리엔

또 다른 잔설(殘雪)이 얼굴을 들이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