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미련

  • 작성일 2015-10-20
  • 조회수 247

미련 / 흑비

 

 

도도히 흐르는 강물도

드넓은 바다에 이르면

아이처럼 바다의 품에 안긴다.

 

 

한때는

목숨을 내 줄 것 같던 사랑도

몸을 내 던지는 슬픔도

세월의 굽이굽이 돌다보면

몽돌처럼 모난 곳 없이 순해지고

 

 

또한

육신을 태워버릴 것 같은 열정도

심장을 도려내는 아픔도

세월의 뒤편으로 아스라이 사라져

가슴속에 작은 옹이로 박제된다.

 

 

어디 마음만 그럴까

가슴을 내 놓고 젖을 먹이는 여인처럼

가리개도 없이 길가에서

거침없이 오줌을 놓는 할머니처럼

性을 내려놓은 애달픈 연민을 보라

허나,

아직 다하지 못한 그리움이 있고

아직 풀지도 못한 원망이 있는데,

 

 

아침 출근 길

차에 치인 어린 고라니 한 마리

차마 눈을 감지 못하고 발버둥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