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불황

  • 작성일 2015-10-22
  • 조회수 169

불황 / 흑비

 

 

대공원 산책길 옆

깎아지른 산허리 비탈에

때아닌 노란 개나리가 피어서

“재건축반대”푯말을 들고 서 있다.

 

 

약삭빠르게 자라난 잡목들은

거목의 무릎에 붙어 아양을 떠는데,

한 때 산업의 주역이었던

대덕구 제1공단, 제2공단 공장 굴뚝이

하늘을 향해 주먹질하던 곳에는

무너져 내리는 공장의 껍데기만이

뿌옇게 먼지 뒤집어쓰고

그 속에 남아 있는 몇몇 사람들은

삶의 뼈를 드러낸 채

엄혹한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허나, 시내 중심으로 들어서면

신물(新物)들이 넘쳐나는데

죽은 희망을 입에 물고

부실한 내장을 끌어안은 채

아스팔트 도로를 무단 횡단하던

눈이 푸른 푸들 한 마리가

중앙선에 멈춰서더니

존재의 이유를 생각한다.

그러나

그 이유를 깨닫기도 전에

죽음이 먼저 올 것을 즉감하고

개 꿈 같은 삶을 포기하려는데

 

도심 빌딩이

높은 허공의 엉덩이를 찌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