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녀와 순수성
- 작성일 201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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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녀와 순수성 / 흑 비
예전에,
수원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시내버스를 타러가기 위해서는
필히 거쳐야 하는 곳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곳을 “텍사스촌”이라 불렀다
저녁 어스름 녘,
그곳을 지나가고 있을 때였다.
진한 화장 아래 민낯을 숨긴
20세쯤 되어 보이는 여자들이
“쉬었다 가세요.”를 반복하는데,
어떤 이는 바쁘다며 손길 뿌리치고
또 어떤 이는 못 이기는 척 따라간다.
그 때 ,
마치 산적 같이 생긴 한 사내가
그녀들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서
“아가, 얼마냐?”라고 묻자,
그녀들은 일제히 입을 다물고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인다.
잠시 동안 침묵이 흐르고
한 여자가 그 남자의 손에 이끌려
마치 소녀처럼 따라 들어가고 있다.
저 겨울여자들은
추위가 결빙을 못질해도
끊임없이 견고한 뼈를 곧추 세우며
남자들을 향한
불퇴의 활을 겨냥하고 있을 것이란
나의 생각이 일시에 무너져 내린다.
각각 사연으로 그 곳에 서서
몸을 파는 그녀들
“아가”라는 단어에 말을 잃고
수줍음에 고개를 숙인 그녀들
그 순간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속에
“소냐”가 떠올랐다.
난,
그녀들의 맘속에서 순수를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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