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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주간 우수작 및 월간 최우수작

  • 작성일 2015-11-09
  • 조회수 341

[작가의 말]

이달에는 무려 11편이나 되는 작품들이 올라와 있다. 그중 SF가 상당히 많은 것이 눈에 띄었고, 특히 10월의 후반부에 집중적으로 좋은 작품들이 몰려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주간우수작들중 대다수를 그 작품중에서 선정했는데, 그 바람에 첫째주, 둘째주 하는 주간의 구분이 애매하게 되어 버렸다. 이 점에 대한 양해를 부탁드린다.
괜찮은 SF작품들의 홍수 속에서 유일한 로맨스 물인 <섬>은 무척이나 서정적이고 문장이 아름다운 작품이다. 목이긴기린그림님의 이전 작품과 비교해 보아도 묘사나 문장력이 상당히 뛰어나서 즐거운 마음으로 월간최우수작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목이긴기린그림님의 앞으로의 작품을 기대해 본다.

이달의 작가 추천작은 진산의 로맨스소설인 <가스라기>와 좌백의 <비적유성탄>으로 선정했다. 익히 알려진대로 좌백과 진산은 부부 무협작가로 유명하며, 필력에 관한 한 국내 장르소설 작가들 중 최고 수준으로 공인받고 있다. <가스라기>는 진산이 모처럼 쓴 로맨스 소설로 최근에 재출간되어 로맨스 분야에 베스트소설로 오르기도 한 좋은 작품이다. 좌백의 <비적유성탄> 또한 예전에 출간되었으나 최근에 다시 재발간된 작품으로, 좌백의 본령을 알 수 있는 정말 훌륭한 무협소설이라고 생각되어 기꺼이 추천하게 되었다.

이달에 올라온 작품들의 간략한 심사평은 아래와 같다.

 
<쿠소게 마니아>

소년은 수업중에 우연히 이어플러그 케이스를 줍게 된다. 그리고 곧 이어 학교는 추락하는 비행기의 충돌로 폐허가 되고 소년은 사망하고 만다....

같은 상황을 무한히 반복하게 되는 타임리셋물은 최근의 장르소설에서 곧잘 취급되는 것이지만, 이 소설은 좁은 시공간에서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한 소년의 모습을 상당히 그럴 듯하게 그려내면서 나름대로의 독창성을 가지고 있다. 정체모를 이어플러그 케이스를 줍게 되면서 시작되는 타임리셋이 어떠한 결과를 맞게 될지는 충분히 예상가능한 일이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앞으로 나아가는 소년의 모습과 마침내 참혹한 비행기 충돌의 여파에서 살아남게 된 소년이 이어플러그 케이스의 진상을 알기 위해 스스로 다시 죽음에 뛰어드는 마지막 장면은 무척이나 인상적인 것이었다.
소년의 행위 하나하나가 나름대로의 타당성을 가지고 있고, 끝까지 분명한 목표의식이 있기 때문에 상당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다만 문단 처리를 전혀 하지 않아서 너무 빽빽한 문단 때문에 읽기 괴로운 것은 정말 아쉬운 일이다.
왜 문단 처리를 하지 않았는지 의아스러운데, 다람쥐가 쳇바퀴 돌 듯 같은 상황을 반복하게 되는 타임리셋의 폐쇄성을 나타내려는 의도에서 일부러 한 것이라면 오히려 적절한 문단처리로 가독성을 높이는 것이 훨씬 더 좋은 방법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작품을 올리는 과정에서 에러가 난 것이라면 올린 다음에는 반드시 작품이 제대로 올라왔는지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해주고 싶고, 별 다른 생각없이 문단처리를 하지 않은 것이라면 앞으로는 반드시 문단처리를 하라는 따끔한 충고의 말을 해주고 싶다.

 

<광야>

엘로힘의 아들의 후손인 나필은 부족민을 죽인 죄로 쫒겨 숲속을 떠돌다가 거대한 배를 만드는 일단의 무리들을 보게 된다. 그들중 한 사람인 함과 친해진 나필은 그들이 엘로힘의 지시로 세상을 멸망시킬 거대한 홍수로부터 피하기 위해 방주를 만드는 중이라는 걸 알게 된다...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워낙 유명한 이야기를 기본 베이스로 하여 작가 나름의 상상력으로 엘로힘에게 버림받은 나필이라는 종족의 방황을 잘 묘사하고 있다. 다만 성경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해서인지 정해진 결말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상력의 한계 또한 그대로 드러나 있다.

광야를 방황하던 나필이 카인을 만나 새롭게 각성하고, 노아를 찾아가 '비참한 종말의 생존자가 되지 말고 모두를 구원할 구원자가 되라'고 일갈하는 장면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으나, 그 후의 진행은 너무 평이하여 아쉽기 그지 없다. 문장 또한 성서의 방식을 따라서인지 상당히 난해하고 읽기 어렵게 서술되어 있다는 것도 아쉬운 일이다.

 

<N.Diver – Garbage Collector>

광대한 네트워크이 바다에서 필요한 데이타를 찾아내는 네트워크 다이버 알버트는 우연히 400여년 전의 게임을 찾는다는 게시물을 읽게 된다. 호기심에서 그 게시물에 적힌 오래전 게임을 찾기 시작한 알버트는 어렵사리 게임을 구하나, 게임을 구동할 디바이스를 찾는데 애를 먹는다...

400년 후의 미래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를 그린 SF소설이다. 태양계 전체를 통괄하는 거대한 네트워크에 포함된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필요한 데이트를 찾아내는 네트워크 다이버라는 직업은 무척이나 흥미롭고 유니크한 착상이다. 하나 그 이후의 사건 전개는 너무 평이했고, 마지막 장면 또한 평범함을 넘어 심심할 정도여서 상당히 아쉽게 느껴졌다.

네크워크 다이버라는 직업을 제목으로 설정할 정도였으면 그 직업만의 특징을 이용하거나 잘 살리는 참신하고 기발한 장면이나 반전이 있을 법 했는데, 그냥 밋밋하게 오래전의 게임을 찾고 그 게임에 맞는 디바이스를 구해 게임을 실행하는 것으로 그치고 말았으니 읽는 내내 은근한 기대를 했던 독자들이라면 실망감을 맛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소재의 장점을 잘 살린 좀 더 멋지고 기발한 작품을 기대해 본다.

 

<삼인>

작가가 예전에 올렸던 <동제, 미시파시즘 2447 인스턴트 성탄절>을 기본 베이스로 해서 <코카콜라 신드롬 정>같은 작가의 몇 작품들을 이리저리 합친 작품이다.

자신이 그동안 쓴 작품들을 짜집기한 것일뿐, 새롭거나 별다른 내용은 없어서 평은 생략하도록 한다.

 

<좀비는 웃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좀비가 된 세상에서 유일하게 좀비가 되지 않은 사내는 혼자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지하실에 가둬 두었던 가족들이 좀비가 된 채 탈출하는 순간, 사내는 자제력을 잃고 마침내 망치를 든 채 밖으로 나간다...

좀비롤 소재로 한 소설은 최근에 제법 흔하게 접할 수 있다. 이 작품 또한 좀비를 소재로 했지만, 좀비 보다는 유일하게 인간으로 남아 있는 '사내'를 주인공을 하고 있다. 하지만 문장이 너무 밋밋하고 내용 전개 또한 평범해서 작가가 무슨 의도로 이런 작품을 썼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모든 사람들이 좀비로 변한 상태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인간'이라는 좋은 소재가 너무 평이하고 특징없는 스토리로 인해 시들어버린 느낌이다.
게다가 주인공을 두려워하는 여타의 좀비들과 달리 주인공의 앞을 당당히 가로막았던 셔츠를 입은 좀비가 누구인지, 그가 주인공 앞에 나타난 이유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좀비들이 왜 주인공을 보면 무서워하고 달아나는지도 설명되지 않았고, 마지막의 장면 또한 혼란스럽게 서술해서 어떤 내용인지 제대로 파악하기도 힘들었다. 여러모로 아쉬운 작품이다.

 

<이런 데서 주무시면 얼어죽어요>

추운 겨울날, 길에서 자는 남자를 깨운 주인공은 남자의 딸이 올 동안 남자에게 자신의 여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낙태로 인해 세상에 태어나지 못하고 죽은 태아영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단순한 여동생의 고난과 그 고난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그린 작품인줄 알았는데, 마지막의 진상은 결국 주인공은 세 명의 태아영가중 하나이고, 자신의 아버지를 붙잡고 넋두리를 했던 것이다.
겨울의 길가에서 술에 취해 얼어죽은 아버지를 데려가는 마지막 장면은 섬뜩했지만, 글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해학적이고 밝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주인공이 자신의 누나와 형을 소개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자칫 평범하고 지루해지기 쉬운 일상의 한부분을 참신한 아이디어로 서스펜스를 만들어낸 솜씨에 박수를 보낸다. 다만 기본 스토리와 이야기의 얼개 자체가 너무 평범하기에 어느 수준 이상의 강렬함이 부족한 것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익숙한 어둠>

윤서는 불의의 사로고 10년의 기억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그런 그녀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종현은 어느 날 그녀에게 더 이상 쫒지 않겠다고 말한다...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불명에 빠진 한 여인이 남편의 도움으로 다시 정신을 차리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다소 특이한 방식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기억상실증에 빠진 여인의 이야기인줄 알았지만, 조금 더 진행되는 내용으로 그 후의 스토리를 유추할 수 있고, 마지막의 내용 또한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다소 평이한 내용이지만 나름대로의 문법으로 서술한 부분은 상당히 좋았다고 본다. 다만 처음에 윤서가 왜 그렇게 자신을 쫓아오는 종현을 싫어했는지에 대한 이유나 설명이 전혀 없다는 것은 다소 아쉬운 일이다.

 

<장례>

100살 가까이 산 '그'는 우주선을 타고 미지의 행성으로 가서 묻힐 결심을 한다. 우주선의 출발시간이 다가오면서 '그'는 자신이 여전히 살아있고, '죽음'이 '삶'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배경이 SF이긴 하지만, 그 안에 '죽음'을 앞둔 인간의 잔잔한 성찰이 담긴 좋은 작품이다. 죽은 시신만을 우주로 보내 다른 행성에 묻게 할 목적으로 발사되는 우주선에서 유일하게 살아있는 채로 승선한 주인공이 담담히 죽음을 맞이하면서 우주로 나가서 냉동되겠다고 하는 장면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우주선에서 냉동된 주인공이 혹시라도 A행성에서 되살아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은근한 기대를 한 것은 아마도 내가 너무 소프트한 SF물을 자주 접했기 때문일 것이다. 주인공도 떠나고 넓은 집에서 혼자 남게된 로봇 SL-414가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한 것도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하늘비>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서하는 연구소에 갇혀 있는 소녀 하늘비를 데리고 밖으로 외출나간다. 세상은 황폐해 있었으나, 하늘비는 난생 처음 경험하는 외출을 즐거운 마음으로 만끽한다...

인간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휴머노이드와 초능력을 지난 피험체 소녀. 얼핏 생각하기에는 무언가 처절하고 비극적인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지만, 차분하고 서정적인 문장 만큼이나 잔잔한 내용이 전개되었다. 그래서 다소 심심하기도 하다. 어찌 보면 좀 더 긴 소설의 한 부분만을 잘라낸 듯한 느낌이 드는데, 기승전결중 다른 부분이 거의 생략되고 '승' 부분만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서하와 하늘비의 뒷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는 아쉬움이 진하게 든다.

 

<유영>

살수 조직 살문의 하급 살수 유영은 특급 살수인 도희의 방문을 받는다. 도희는 살문을 도망치자는 말로 유영을 놀라게 하고, 유영은 그녀의 강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살문을 도망치게 된다...

타의에 의해서 살수가 되고, 그 살수조직을 벗어나기 위해서 자신의 인생을 거는 두 남녀의 모습을 그린 무협소설이다. 도희가 자결한 이유에 대해서는 충분히 예측이 가능했으나, 그래도 모두 읽은 다음 씁쓸하고 아릿한 아쉬움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두 남녀는 틀림없이 살문을 탈출하여 행복을 찾을 기회가 있었는데, 순간의 선택과 망설임으로 기회는 날라가 버리고 말았다.
우리의 인생도 이와 별반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다만 그들처럼 그 선택의 한쪽이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것이 아닐 뿐.

약간은 평면적인 도희에 비해 별볼일 없는 무공을 지니면서도 누구보다 약삭빠르고 심모원려가 뛰어난 유영이라는 캐릭터가 무척이나 인상적인데, 그래서인지 살문을 벗어난 유영의 뒷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섬>

성공한 작곡가인 주인공은 사촌동생의 추천으로 가을이라는 여학생의 피아노 레슨을 하게 되었다. 그녀를 찾아 남해의 외딴 섬에 찾아간 주인공은 갸름한 얼굴에 단정한 용모의 가을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사랑을 시작하게 된 두 남녀의 이야기를 잔잔하고 서정적인 필치로 그려낸 작품이다. 문장이 무척이나 수려하고, 내용 전개 또한 절제된 가운데 부드럽고 유연하게 펼쳐져서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담담한 마음으로 가까웠다 멀어지고, 다시 또 가까워지는 두 남녀를 바라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나라는 존재에게 타인은 섬과 같다. 그 섬이 마음에 자리하는 순간, 내 마음은 바다처럼 멍들어 버린다.'라는 문장은 외로움에 쌓인 채 주위를 멀리하던 주인공이 한 여자에게 빠져들게 되는 심정을 묘사한 정말 멋진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작품 내내 여주인공을 '가을'과 '을'이라는 두 가지 명칭으로 번갈아 부르고 있는데, 둘 중 하나로 통일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10월 첫째주 우수작 : 쿠소게 마니아 / 91211
10월 둘째주 우수작 : 이런 데서 주무시면 얼어죽어요 / 권도하
10월 셋째주 우수작 : 장례 /ccg
10월 넷째주 우수작 : 유영 / 풀
10월 월간 최우수작 : 섬 / 목이긴기린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