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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우주야사 외전 : 마왕 깡치의 환생

  • 작성일 2015-12-02
  • 조회수 234

마왕 깡치의 환생

 

 

마왕이라 불렸던 한 사내가 있었다.

한 나라의 왕이었던 이 남자 깡치가 어떤 궤적으로 인해 그런 존재가 되었는지는 사실상 중요하지 않았다. 깡치가 저지른 악행이 중요했다.

깡치는 식인, 이민족 학살, 환상으로 얼룩진 점괘, 마약, 미신, 노예제가 국법으로 날뛰던 자신의 왕국의 백성들에게조차 마왕이라 불렸다.

깡치가 옥좌에서 울부짖을 때 백성들은 깡치의 뒤에서 귀신과 악령들이 광소를 터뜨리는 환영을 보았다. 백성의 일부는 정신분열증(조현병)에 걸려 있었기에 그러했고, 깡치가 부하들을 시켜 악귀의 형상을 펼쳤기에도 그러했다. 백성이 미치면 깡치는 고문하고 죽였다. 깡치는 그럴 때면,

“내가 하고 싶어 내가 하는 것이다! 모든 가능한 것은 가능하다!”

라고 외쳤다.

깡치는 백성들이 모든 의식주를 대게 하면서 큰 궁전과 무덤을 지었고, 여러 주변 나라들에 전쟁을 일으켰으며, 백성의 일부를 거듭 거듭 소수자로 몰아 때때로 학살하길 즐겼다. 백성들은 숱하게 생매장 당했다. 깡치는 백성들을 때때로 굶겨 죽였다.

깡치는 백성들에게 마약을 퍼뜨렸고, 남녀노소가 서로 난교케 하고, 자신의 뜻대로 하지 않으면 때리고 죽였다. 아부하는 자, 범죄를 즐기는 자, 사기치고 남을 파멸시키려 애쓰는 자를 불러 모아 내각과 군대를 채우고 백성 괴롭히는 일에 힘썼다. 아기를 납치해 기른 뒤 그 아이로 하여금 그 어버이를 겁탈하고 죽이고 생살을 먹게 했다.

백성의 고기를 먹고 피를 마셨으며, 비행기와 탱크와 군대가 진격하고 무수한 백성들이 매스 게임을 하는 것을 보고 웃고 떠들었다.

깡치는 흡성대법을 언제나 했고 그때마다 수천 갑자씩 모이는 무공을 휘둘렀다. 무공을 독점하기 위해 깡치는 신으로 참징 된 귀족 계급 내의 무공서들까지 모아 태웠다. 자연이 깡치의 마음속에 흘렀다.

깡치가 이웃 나라의 백성 수백만을 혼자서 학살하고 모든 문명을 파괴한 뒤 깡치는 여러 암흑의 무공 군주들을 공포로 위협하고 연합해 무공을 위협하는 총포와 과학기술을 학자들과 기술자와 함께 생매장했다.

깡치에게 많은 반란이 있었다. 그 중엔 깡치의 아들딸들도 있었다. 깡치는 아들딸이라 할지라도 잔인하게 죽였고 윤간하고 죽였다. 평상시에도 깡치는 아들딸들을 윤간했고 때때로 잡아 죽여 맛있게 먹었다.

깡치는 자신의 몸에 상처 내는 걸 즐겼고 마약과 위험에 중독되었다.

깡치는,

“계급장 떼고 한 판 붙자!”

는 말을 좋아 했다.

깡치는 환골탈태를 거듭했다. 깡치는 계속 젊어졌다. 남자건 여자건 늙은이건 어린이건 강간하고 죽이는 것을 반복했다. 마침내 깡치는 자신의 행성의 모든 생물을 죽였다.

“껄껄걸! 약육강식인 것이다!”

깡치는 우주의 힘과 공명했다.

깡치는 행성을 격파했고 항성을 먹어치우려 대들었다. 그때 깡치는 항성의 눈을 보았다.

이곳 괴우주(怪宇宙)의 항성들 몇몇의 표면엔 파라탐 지성체인 ‘별’이 살고 있었다. 이들 별들은 전체적으로 귀엽고 명랑한 아기 얼굴처럼 보였고, 항성의 일생에 따라 항성들을 오가면서 살았다. 이들 별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정신을 가진 이들에게만 보였다.

별은 깡치가 아니꼬웠다. 기껏 키운 지구형 행성이 한 악당의 손에 무참히 부서졌다. 또한 깡치는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 별은 인근에 있던 블랙홀 발전소를 소환했고 깡치는 그 속에 빨려 들어가 박살이 났다.

깡치의 넋 즉 개인적 영혼은, 얼 즉 영혼들 네트워크 조직망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괴우주의 거의 모든 영혼들을 다른 세력들로부터 하청 받아 관리하고 있는 것은 인신족(忍辰族)이었고 그 중에서도 주요 관리자는 하늘인간(하늘因間) 운능천(運能天)이었다. 황천상제 운능천은 깡치의 정보를 읽고 혀를 찼다.

깡치가 외쳤다.

“모든 것은 약육강식인 것이다!”

운능천의 파라탐 권능 앞에 깡치는 굴복했다.

운능천이 말했다.

“깡치, 넌 우리 인신족의 윤리적 세뇌를 통해 착해짐으로서 지금의 마음을 잃거나, 환생을 하거나, 지옥에 갈 수 있다. 착해지는 것과 환생은 알 테고, 지옥에 가면 우리 인신족은 지니의 무리와 사탄의 무리에게 하청을 주어 널 고문하게 만들 것이다. 무엇을 고를 테냐. 지금은 내가 강자이므로 따라야 할 것이다. 나 또한 깡치 너와 같은 사고방식을 지닌 자들과 격돌 중이다. 하지만 그들은 내게 대등하나 너는 저등하니 깡치 넌 내 뜻을 따라야 한다.”

“환생하겠습니다.”

“네 수준에 맞는 곳으로 보내겠다. 밑바닥부터 다시 올라와라.”

깡치의 넋은 그렇게 쫓겨나 자유민주주의의 땅에 던져졌다. 그 땅을 지배하는 영혼들로부터 깡치는 환생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자유, 민주, 공화, 인권은 개인의 자율성을 침해하고자 하는 것 보다 자유롭게 하는 것이 개인의 역량 발현에 더 좋고 따라서 사회의 번영에도 더 좋다는 걸 간파한 것에서 얻어지기에 방해 된다는 것이었다.

깡치의 넋은 그렇게 쫓겨나 검과 마법이 준동하는 땅에 던져졌다. 그 땅을 지배하는 영혼들로부터 깡치는 환생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깡치 같은 철저하고 사악한 독고다이는 협력하는 파티들로 이루어진 땅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었다.

깡치의 넋은 그렇게 쫓겨나 이성이 없는 다세포 생물들의 땅에 던져졌다. 그 땅을 지배하는 영혼들로부터 깡치는 환생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깡치처럼 약육강식의 법도 밖에 생각하지 못 하는 자는 세포들 사이의 협동까지도 부정하기 때문에 다세포 생물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었다.

깡치의 넋은 그렇게 쫓겨나 바이러스들에게 던져졌다. 깡치처럼 죽이기만 해온 자는 유전자의 영속성을 바라는 바이러스들의 영혼들에게도 쫓겨났다.

깡치의 넋은 그렇게 쫓겨나 원자들의 집합들에게 던져졌다. 깡치처럼 파괴성만 남은 자는 우주를 관통하는 4개의 힘들 중 일부에만 통할 수 있었다. 기어 다니는 혼돈, 혼돈왕 니알랏토텝마저도 교육하기엔 별 이득이 없다 여겨 깡치를 쫓아냈다.

깡치의 넋은 그렇게 쫓겨나 진공에 던져졌다. 진공은 의지를 발했다. 하고자 하는 걸 하고자 한다는 마음만이 남은 깡치의 넋과 업보는 실로 진공에 어울렸다. 하지만 진공은 깡치가 상당한 조직화를 한때나마 이루었던 넋이라는 것이 아니꼬웠다. 깡치는 모으고자 하는 자였는데 진공은 흩어버리려고 했기에 진공은 깡치를 쫓아냈다.

깡치의 넋은 깡치의 몸이 찢겨서 떠도는 블랙홀 속에 던져졌다. 블랙홀도 할 수 있는 것만이 깡치가 하고자 했던 모든 것이었다. 블랙홀은 깡치를 갈기갈기 찢는 것에 몰두했고 모두가 알고 있듯이 블랙홀에겐 마음이 없다.

지장보살은 지옥을 떠돌면서도 깡치의 넋을 보았다. 측은함이 지장보살의 마음을 채웠으나. 인신족과 지장보살의 향하는 길은 다른 법이었다.
[2015.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