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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주간 우수작 및 월간 최우수작

  • 작성일 2015-12-08
  • 조회수 285

[작가의 말]

이달에는 모두 네 작품이 올라와 있다. 그중 세 작품이 어떤 식으로든 SF의 요소를 지니고 있는데, 하나같이 너무 소프트한 형식의 SF 물이어서 좀 더 본격적인 작품을 기대해온 나로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느껴졌다.
네 작품 중 두 작품은 특히 마무리 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보였는데, 그런 면에서 <NEO23>은 스토리나 감정의 처리부분에서 모두 산뜻한 마무리를 지은 인상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패기만만하게 시작했던 2015년도 어느 덧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다.
지는 해를 아쉬워하고 새로운 해를 기대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비슷한 반응이겠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새로운 해에 대한 기대보다는 지는 해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커지는 것은 나이를 먹어가는 인간의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여러분들께서는 모쪼록 지는 해에 대한 아쉬 움이 적은 한 해였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이달에 올라온 작품들의 간략한 심사평은 아래와 같다.

 

<백색왜성>

하늘에서 유성우가 쏟아지던 날, 정체모를 꽃들이 군데군데 피어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 꽃들을 별꽃이라 불렀다. 그리고 얼마후에 주인공 소녀는 등교길에 별꽃을 파는 노점상을 만나게 된다...

유성우와 별꽃에 대한 서정적인 동화이다. 특별한 복선이나 은유적인 표현을 배제하고 직선적이면서도 담담하게 써내려 간 작품이기에 그냥 읽기만 하면 누구나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자연스레 마음 속에 따뜻한 무언가가 은은한 불빛처럼 반짝이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우주를 떠돌다가 지구로 내려앉은 별꽃들은 올 때와 마찬가지로 화려한 백야의 불꽃과 함께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그 꽃들은 자신들이  온 곳으로 되돌아간 것일까?

 

<도둑과 비녀>

갑작스레 인근에 나타나 부자들의 집을 터는 도둑이 나타났다. 그 도둑은 오랫동안 명성을 날리던 노고단의 시랑이었다. 시랑은 마을에 유일하게 남은 지주집안인 벽옥 아가씨네의 집에 보석을 훔치러 가겠다는 예고장을 보낸다...

정체를 숨긴 채 마을을 떠돌며 물건을 훔치는 대도 시랑과 거대한 집안을 혼자 이끄는 보석같은 소녀 벽옥. 두 남녀 사이의 소소한 사 랑이야기인줄 알았는데, 그것은 미처 전개되기도 전에 이야기가 끝나 버렸다. 그 후의 내용이 어떻게 펼쳐질지 충분히 상상이 가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야기가 마무리되지 않고 끝난 것은 무척이나 아쉬운 일이다. 이와같은 사랑이야기는 결과 보다는 그것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던 작품이 어딘지 모르게 김이 빠져버린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제대로 마무리가 된 온전한 작품을 읽고 싶은 것은 나 혼자만의 욕심은 아닐 것이다.

 

<사독>

내우주의 유명한 장군인 사독은 외우주와의 싸움에서 사로잡혀 신 콜로세움에 나가 끝없는 검투를 벌이게 된다. 네 번째 검투까지 승리 한 그를 쓰러뜨리기 위해 특별한 인물이 그의 앞에 나선다...

배경은 SF이지만, 실제로 전개되는 내용은 중세의 검투사를 연상케하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사독의 카리스마가 인상적이어서 무언가 독특하거나 의표를 찌르는 반전을 기대했지만, 사독은 자신의 고향에도 자신의 얼굴과 검투장면이 방영된다는 사실에 만족해하며 최후를 맞는다.

앞에 올라온 <도둑과 비녀>를 쓴 동일한 작가의 작품이어서인지 읽고 나서 충족감 보다는 무언지 모를 아쉬움과 끝을 제대로 맺지 못한 듯한 미흡함이 똑같이 느껴졌다. 사독을 쓰러뜨린 아셀라스라는 소년에 대한 배경 설명이나 이후의 이야기도 전혀 없고, 사독의 인생이나 과거를 알만한 단서도 전혀 없어서 마치 긴 작품의 일정부분만 잘라낸 듯한 기분이 든다.
이것은 결코 좋은 방식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단편은 그 나름대로의 완전성이 있어야 하며 장편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되어야 하는데, 단풍나무사탕님의 작품은 그런 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똑같이 아쉬움을 준 두 작품중 <도둑과 비녀>는 그래도 앞으로 어떤 식의 이야기가 전개될 지 대충이라도 상상이 가는데, <사독>은 전혀 아무런 감정의 여운도 없이 그냥 주인공의 죽음과 새로운 인물의 등장으로 매듭이 지어져서 맥이 빠진 느낌이다. 그래서 <도둑과 비녀>에 좀 더 점수를 줄 수밖에 없었다.

 

<NEO23>

지구 유일의 인공지능인 NEO23은 지구를 침략해 온 외계종족과 끝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NEO23은 외계종족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어 가고 있다. 외계종족과의 마지막 싸움을 앞두고 NEO23은 자신의 존재 목적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 들어간다...

인공지능이 과연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인간의 영혼이란 과연 어떤 것인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고민과 해답이 담겨 있는 재미있는 SF작품이다. 그리 어렵거나 딱딱하지 않고 수월하게 써내려 간 만큼 진지한 고찰이나 과학적인 탐구의 맛은 떨어지지만, SF만이 가질 수 있는 상상력의 풍부함은 그런대로 맛볼 수 있다.
자신의 존재 의의에 대한 고민으로 리부팅을 반복하는 NEO23이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사고의 흐름도 무척 흥미진진하다. 결국 페이첸을 지키겠다는 애초의 목적이 타당성을 가지게 됨으로서 NEO23은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게 되고, 외계종족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게 된다. 이 자체로 한 편의 작품이 완벽하게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한다.

제일 끝부분의 소녀와의 대화는 스토리 상의 완결만이 아닌 감정의 마무리를 위한 장치라고 생각되기에 그다지 사족 같다거나 불필요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11월 첫째둘째주 우수작 : 백색왜성 / 밤별물고기
11월 셋째넷째주 우수작 : 도둑과 비녀 / 단풍나무사탕
11월 월간 최우수작 : NEO23 / 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