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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주간 우수작 및 월간 최우수작

  • 작성일 2016-01-23
  • 조회수 397

[작가의 말]

이달 초에 뜻하지 않은 수술 때문에 열흘 가량 입원을 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이달 초에 했어야 할 작품 심사가 이십일이나 늦어지고 말았다.
부득이한 일이기는 했으나, 개인사정으로 심사가 늦어진 것에 대해 머리숙여 사과를 드린다.

이달에는 모두 열 작품이 올라와 있다. 그중 세 작품은 제대로 된 완성작이라고 하기에는 미흡한 SF물이었고, 세 작품은 종교적 색채가 강한 소설들이었다.
니그라토 님의 온전하지 못한 SF물은 그래도 이런저런 평가를 내릴 수 있었지만, 단풍나무사탕님이 올려주신 세 편의 종교물은 나로서는 평가하기가 힘들었다. 장르소설로 판단하기 어려웠을 뿐 아니라, 내용 자체도 특정 목적을 가지고 써내려 간 글이어서 순수한 문학 사이트의 이념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점에 대해 단풍나무사탕님의 넓은 이해를 당부드린다.

나머지 네 작품중 <황혼의 요람><우리는 밤하늘에서 달을 본다>는 모두 일정 수준 이상에 오른 작품들이어서 어느 작품을 월간 최우수작으로 선정해야 할지 고민을 했다. <우리는 밤하늘에서 달을 본다>는 작품의 기본인 충실한 문장과 개성적인 캐릭터가 잘 표현되었지만, 다소 밋밋한 전개와 암울한 내용이 마음에 걸렸다. 그에 비해 <황혼의 요람>은 함축된 장면이 많아서 이해에 조금 어려움이 있기는 했으나, SF다운 참신하고 독창적인 설정과 진행이 좋았다고 생각하여 후자를 최우수작으로 선정했다.

이달의 작가 추천작은 '빈스 플린'의 <권력의 이동>과 '넬슨 드밀'의 <라이언스 게임>이다. 두 작가 모두 당대 최고의 인기 소설가들이며, 두 작품은 그들의 대표작이자 최고의 스릴러 물이어서 새해의 추위를 잊게 하기에 충분한 소설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달에 올라온 작품들의 간략한 심사평은 아래와 같다.

 
<괴우주야사 외전 : 마왕 깡치의 환생>

한 나라의 왕이었던 깡치는 마왕으로 불리운다. 갖은 방법으로 자기 나라 국민들과 이웃의 사람들을 괴롭히고 살해하던 깡치는 마침내 행성안의 모든 생물들을 죽이게 된다...

몇 번 올라왔던 <괴우주야사 외전>중의 한 작품이다. 일전에도 몇 번 언급했었는데, 특별한 주제의식이나 스토리라인이 없이 단편적인 이야기만으로 스토리없는 이야기를 진행하기 때문에 이해하기도 어렵고 난삽한 느낌이 든다.
깡치의 넋이 여러 세상에서 쫒겨나 끝없는 방화을 하다가 블랙홀에 의해 그 넋조차도 산산이 찢겨지는 상황은 충분이 이해가 가나, 단순히 그 점만으로 한 편의 이야기를 꾸미기에는 너무 미흡하다고 본다.

 

<니그라토 전체주의>

인공지능의 반란과 우주폭력배의 공격으로 지구가 위기에 처하자 지구인들 사이에서는 과거의 니그라토라는 소설가의 사상이 번지기 시작했다. 그 사상의 가장 큰 추종자인 데이비드는 폭력성을 가진 모든 인간을 제거하려는 망상을 하게 된다...

작가 자신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제법 흥미로웠지만, 그 서술 방식과 내용에 있어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작가가 대체 무슨 의도로 이런 방식의 작품을 썼는지는 모르지만, 흥미롭지도, 참신하지도 않은 다소 지루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폭력성은 우주의 기본 속성이므로 임의로 이를 제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오만이다'라는 문장은 제법 멋있지만, 전후 문맥이나 전체적인 스토리가 너무 난삽하여 별다른 감동이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원 갓<One God)>

인류는 여러가지 과정을 거쳐 마침내 1명의 최종 부자만이 남게 되고, 그는 문명 6단계에 이르러 원갓이 된다...

너무 짧은 글에 두서없는 문장의 나열이어서 별다른 내용이 없다. '부자'라고 표현된 존재가 무엇인지, 그리고 전 인류를 학살한 부자가 원갓이라면 굳이 자살할 사람도 없는데 왜 인류가 다시 원갓에게 모든 걸 빼앗기고 그걸 축복으로 여겨야 하는지 참으로 뜬금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중풍병자>

평생을 소탈하게 살아온 나는 가버나움에서 돗자리 장사를 하고 있다. 그러다 갑자기 길에서 쓰러졌고 중풍에 걸려 몸을 움직일 수가 없게 되었다. 랍비와 의사들의 치료도 소용이 없게 되자, 나는 죽음을 갈망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네 명이 나를 찾아왔다...

예수의 기적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신화와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가버나움은 예수의 선교 중심지 중 하나로, 이곳에서 가장 많은 기적과 교훈을 행하셨다고 한다.
이 작품은 그 많은 기적 중 하나를 소재로 한 것인데, 약간은 거친 듯하면서도 시의적절한 문장과 담담하게 그려진 주변 인물들의 정황이 잘 어우러진 좋은 작품이다. 중풍으로 몸을 움직이지 못해 절망에 빠진 주인공이 뜻하지 않은 기적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되었을 때 그의 심정이 어떠했을까를 생각해 보면 잔잔한 감동마저 일어난다.

이 소설의 바탕이 되는 <가버나움의 작자 미상 동요>가 실재로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 조차도 작가의 상상력에 기인하는 것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내용에 어울리는 문장과 주인공을 위해 모진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네 명의 친우들의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일독의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헤브론의 양치기들>

삼과 그의 친구들인 눌, 야벳느고는 양을 치는 목동들이다. 그들은 양떼를 몰고 목초지를 따라 이동을 했는데, 어느 날 밤에 천상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를 듣게 된다...

아기 예수가 태어나는 날의 모습을 그린 소설이다. 종교적인 색채가 짙긴 하지만, 군데군데 그려지는 양치기 목동들의 일과와 주변 풍경이 잘 묘사되어 있어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종교적인 목적을 가지고 쓰어진 작품이라 별다른 기승전결이 없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작가의 글솜씨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시내 가는 길>

마트에서 알바를 하는 석정은 휴일에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탄다. 그 버스에서 우연히 눈이 마주친 한 남자는 계속 그에게 시비를 걸고 있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잔잔한 일 속에 담긴 섬뜩함을 그린 작품이다. 다만 끝에 묘사된 상황이 제대로 인지되지 않아 그 맛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 그 남자는 왜 단순히 눈이 마주친 것만으로 그토록 석정을 집요하게 공격하는지, 그리고 손에 든 칼을 왜 석정에게 맥없이 빼앗기고 오히려 목을 찔리는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남자의 시비가 모두 석정이 잘못 들은 환청이라면, 그 남자가 석정을 따라 정신병원까지 쫒아오는 상황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
특히, 석정이 남자를 살해하고 정신병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정신병이 아니라면 대체 왜 그 남자를 살해한단 말인가?

작품에 반전을 주려면 그 반전의 상황을 읽는 독자들이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게끔 서술해야 한다. 이 점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황혼의 요람>

인류는 자신들의 모든 기록과 데이타를 보관하기 위해 화성에 영구히 존속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를 만들기로 한다. 오랜 세월이 흘러 3차 대전이 벌어지고 폐허가 된 지구에서 데이터센터와 연동하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

지구 종말을 소재로 한 SF는 많지만, 이 작품은 상당히 독특하면서도 인류지향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를 끌어나가고 있다.
3차대전으로 폐허가 된 지구에서 화성의 데이터센터와 연결되는 디바이스를 찾기 위해 외로운 여행을 하고 있는 브라이언과 그에게 삶의 지혜를 배우고 자란 맥밀란. 오랜 여정 끝에 마침내 홀로 남미 끝자락의 통신중계소에 도착한 맥밀란은 화성의 데이터센터와의 교신에 성공한다. 그리고 그는 서기장이 된다.

아마 그가 쏘아보낸 우주선이 핵융합을 일으키지 못한 것은 애초부터 그 우주선에 핵폭탄이 장착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서기장은 화성에 우주선을 쏘아보낸 자체만으로 이미 목적을 달성했다고 믿었던 것일까?

읽고 난 후 묘하게 감상적인 마음이 드는 것은 '요람에 누운 아이는 황혼과 함께 잠들고, 어머니의 미소를 보며 깨어난다.'는 명패의 문장(틀림없이 브라이언의 어린시절 사진에 적힌)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구나카시의 여행>

독실한 신자였던 구나카시는 무신론자가 되기 위해 길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목사에게 작별하고 길을 나선 구나카시는 여행길에 멜렉이라는 동반자를 만나게 된다...

종교를 주제로 한 소설은 판단하기가 어렵다.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쓴 것이라 장르소설에 부합되지 않는 면이 많기 때문이다.
이 작품 또한 특정종교의 색채가 너무 강해서 하나의 작품으로 재단을 하기가 어려웠다.
무신론자가 되기 위해 먼길을 떠난 구나카시가 여행 중간에 만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마지막에 접한 길의 끝, 그리고 충실한 동반자였던 멜렉의 정체 등 모든 요소가 결국은 넓은 의미의 포교를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나카시의 여행은 상당히 흥미진진했고, 그가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하나둘씩 깨닫게 되는 내용도 재미있었지만 이러한 점 때문에 장르소설로서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리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밤하늘에서 달을 본다>

나는 제국군에 맞서 싸우다 사로잡혀 포로로 오랜 세월을 보낸다. 노예처럼 부려지다 결국 폐기되어 버려진 신세가 된 나는 마리아라는 여인에게 구원을 받는다...

중근대 시대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소설이다. 오랜 전장으로 폐허가 된 세계에서 힘겹게 살아남은 소년이 군인이 되고, 다시 포로가 되었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나 여인과 동거하게 된다. 힘들게 살아온 주인공이 그래도 여인과 행복하게 사는 해피엔딩 인줄 알았건만, 결국은 최종병기의 마수가 그들에게까지 다가오고 있으니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장과 대사가 상당히 매끄럽고, 형과 조슈아, 피터, 로이 노인 등 잠깐씩 등장하는 인물들이 나름대로의 캐릭터 성을 가지고 있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어렵게 살아온 주인공이 결국 최후를 맞이하는 암울한 스토리가 썩 마음에 들지 않고 주제가 불분명하다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적절한 대사와 매끄럽고 부드러운 문장,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개성강한 모습에 많은 점수를 주고 싶다.

 

<소희가 외계인이었던 시절>

동인은 단짝 친구인 소희에게서 충격적인 고백을 듣게 된다. 자신이 바로 외계인이었다는 고백이었다...

흔히 '중2병'이라고도 불리는 중학교 2학년 시절, 어리다면 어리고 민감하다면 민감할 나이의 두 남녀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신을 외계문명의 유일한 생존자라고 생각하는 소녀는 그 사실을 어렵게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고백하고, 그 친구는 그 점을 수긍하면서도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고 그녀를 평상시와 똑같이 대한다. 일년 후에 소녀는 자신이 착각한 것이라고 말하고, 소년은 그 점에 대해서도 쉽게 수긍을 한다.
언뜻 잘 이해되지 않는 이러한 관계는 마지막 줄에 소년의 독백으로 명확하게 설명이 된다.
사실은 소년 자체도 그녀와 같은 외계인이었던 것이다. 소녀와 같은 십오년의 유예기간을 갖지 않은...

마지막의 반전이 재미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약간은 심심하고 잔잔한 전개의 작품이었다. 깔끔한 한 편의 소품을 읽는 것 같았는데,  깔끔한 만큼 너무 절제되어 작품이 전체적으로 밋밋해 진 것은 상당히 아쉬운 일이다.

 

첫째둘째주 우수작 : 우리는 밤하늘에서 달을 본다 / xove
셋째넷째주 우수작 : 소희가 외계인이었던 시절 / 목이긴기린그림
월간 최우수작 : 황혼의 요람 / excel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