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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4주(1.25-끝) 우수작과 월장원입니다

  • 작성일 2016-02-02
  • 조회수 467

2016년 1월 4주(1.25-끝) 우수작과  월장원입니다.

 

고맙습니다.

함께 하는 동안 즐거웠습니다.

제가 시를 보는 눈이 낮고 좁아서

생채기를 입으신 분도 계실 겁니다.

미안합니다.

 

어제는 3.1절 특집 “윤동주다큐(KBS1 밤 10시)”를 녹화하고 왔습니다.

영원한 살림시인인 윤동주를 이야기하면서 무척 부끄러웠습니다.

 

이번 주 우수작은 ‘위나’님의 “나의 숫자는 어디로 간 걸까”입니다.

월장원은 ‘흰강아지’님의 “자몽의 쓴맛을 좋아하는 사람에게”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책 선물은 송우혜님의 『윤동주평전』(서정시학)입니다.

그간 고마웠습니다.

다른 지면과 신간을 통해 꾸준히 인사드리겠습니다.

복된 나날 되십시오.

 

 

 

나의 숫자는 어디로 간 걸까

Posted by 위나 on 2016-01-26 15:59:10 in | 2 댓글

 

 

 

내가 10대일 때엔 어서 20대가 되었으면 했네

나의 1*이란 숫자는 책갈피로 쓰고도 남았지

20대가 되었을땐 김광석의 서른즘에를 들으며 30대를 궁금해했네

나의 2*이란 숫자는 노래방의 어느 벽에 걸려있을테지

나의 30대는 연년생과 함께 시작을 했네

그 사실조차 30대가 훌쩍 지난 다음에야 깨달았네

나의 31은 아이 유모차 주머니에 숨어 있을 것도 같고

나의 33은 주방 찬장에 누런 락앤락통 옆에 앉아 있을 것도 같고

나의 35는 다시 출근하는 통근차에 함께 올라탔을 것도 같네

아이들의 나이와 학년은 히말라야 16좌를 정복하는 중이고

나의 나이와 직책은 산사태에 덮여진 대답없는 메아리가 되고 있네

나의 4*이란 숫자는 아버지의 휠체어에 앉아있네

어머니의 굽어진 어깨에도 앉아 있네

나의 5*이란 숫자는 과연 어디에 둥지를 틀 것인가

생각해보면 내 머리에도 숫자가 자라고 있지

어릴적 이마를 짚어주던 부모님의 체온 36.5

남편을 만났던 가슴 뛰는 나이 20대

까르륵 걸음마 걷던 아이들의 신발 문수

지금 타자를 치고 있는 내 독수리 손가락 6

나의 숫자와 맞바꿈한 숫자들

나의 숫자를 떠나 보내고 새로 맞이한 둥지의 생명들

따뜻이 품었다가 꿈틀거릴때 나뭇가지에 매달아 보네

크리스마스트리가 따로 없을 것이네

 

 

 

 

자몽의 쓴맛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Posted by 흰강아지 on 2016-01-23 12:32:50 in 시| 0 댓글

 

 

자몽의 쓴맛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기로 했다

얼음처럼 자꾸만 주무르다 보면 주르륵 흘러내리는 감정이다

 

낱말 속에 쓴맛을 집어넣는다 너무 많이 집어넣으려다 찢어진 단어들을 버린다

믿을 수 없겠지만 이 문장에는 쓴 맛만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얘기를 하면서

 

햇살이 상큼하구나 엎질러진 물처럼 나는 전력으로 너를 좋아하기로

바닥의 무늬를 몸속에 새기면서 그것이 나의 지문인줄 알았지 뭐니

 

너가 떠나면 홀로 독해진 나의 지문이 나의 내부의 쓴맛을 증명하게 되겠지 곧이어

증발하는 감정들이 흩어지겠지 자몽처럼 껍질 같은 것은 남기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나를 찢어버리고 찢어진 나를 버리면서 말한다

미안하지만 너를 위한 쓴맛은 아직 찾지 못했어

 

슬픈 이야기를 하면서

자몽을 갈아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