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주간우수작 및 월간 최우수작

[작가의 말]

문장 사이트의 장르분야 심사를 맡게 된지 어느 덧 2년6개월이 훌쩍 넘었다. 그동안 여러 부침이 있었으나, 늘 꾸준히 글을 올려주시는 회원님들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문장 사이트가 보다 발전적인 형태로 전환되면서 창작광장이 없어지게 되어 개인적으로는 무척 서운하지만, 그래도 장르를 사랑해 주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더욱 좋은 기회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한편으로는 반가운 마음도 든다.
그동안 미흡한 본 심사위원을 믿고 꾸준히 작품을 응모해 준 많은 분들과 창작마당을 찾아와준 모든 회원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을 드리는 바이다.

이달은 모두 일곱 작품이 올라왔는데, SF부터 로맨스물, 시대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소설들이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심사를 했다. 그중에서도 풀님의 <에덴>은 단연 돋보이는 발상과 흥미진진한 내용전개로 월최우수작에 선정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앞으로도 계속적인 작품활동을 해주시기 당부드린다.

이달의 작가 추천작은 '마크 그리니'의 <그레이맨>과 '찬호께이'의 <13.67>을 선정했다. '마크 그리니'의 <그레이맨>은 하드보일드의 전형같은 작품으로, 마치 007최신판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드는 베스트셀러작이다. 그에 비해 '찬호께이'의 <13.67>은 홍콩을 배경으로 한 추리물로, 작년에 나온 추리물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다.

이달에 올라온 각 작품들의 간략한 심사평은 다음과 같다.

 

<죽어서 술마시고 떠드는 단편>

도시 연합의 촉망받는 기사 라프넨은 마지막 전투에서 사망하고, 그 혼은 영혼의 쉼터로 오게 된다. 사랑하는 공주님과의 작별을 아쉬워하던 라프넨은 쉼터에서 여러 영혼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신을 찾아온 뜻밖의 손님을 맞게 된다…

죽은 사람의 영혼이 과거의 기억을 되새기며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고, 다시 새로운 운명을 찾아 생명의 강을 건너는 이야기가 잔잔하게 전개되는 작품이다. 문장이 아름답고, 등장인물들의 대사나 감정처리가 매끄러워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등장하는 영혼들의 해학적인 말투와 따뜻한 감정 때문에 읽는 내내 입가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되는 매력이 있다.
인간과 엘프, 오크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다양한 종족의 영혼들이 모여 자신들의 살아온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은 상당히 신선하면서도 흥미로운 것이었다.
끝에 등장하는 공주의 화신은 상당히 놀라웠으며, 라프넨과의 사랑을 너무 적나라하게 그리거나 신파조로 설명하지 않은 담백함도 마음에 들었다.

환생의 강을 건너 거울속으로 사라지는 라프넨은 과연 그의 소망대로 공주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공주는 그때까지 그를 잊지 않고 기다리고 있을까? 두 사람의 미래가 공연히 기다려진다.

 

<안나 드 발자크의 개념상실>

안나 드 발자크는 천재 무기장인으로, 자신이 만든 휴머노이드 지안느와 제자인 루이와 함께 살고 있다. 제국을 손에 넣으려는 전쟁광이자 서부전선 사령관인 빅 더 휴고는 그녀에게 최종병기를 달라고 요구한다…

자신의 머리를 몸에서 떼어 가지고 다니는 천재 과학자와 그녀가 만든 최종병기 휴머노이드, 그리고 그녀의 도움으로 최강의 몸을 가지게 된 전쟁광 휴고가 엎치락뒤치락하며 벌이는 한바탕 활극은 한 편의 잔혹동화를 보는 듯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무언지 모르게 뒤틀려 있다. 그래서 읽는 내내 불편하고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앞뒤가 잘라진 짤막한 대사와 불친절한 지문, 그리고 개성적이긴 하지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등장인물들로 인해 작품 자체는 그리 높은 평을 줄수가 없다. 좀 더 짜여진 진행과 인물및 상황에 대한 적절한 묘사가 아쉬운 작품이다.

 

<누가 울새를 죽였나>

친구인 김소윤이 처참하게 토막살해 당한 후, 수진은 그녀를 살해한 범인을 잡기 위해 그녀와 똑같은 분장을 하고 그녀와 같은 행동을 한다. 그 모습을 본 동급생 서지연은 흥분하여 수진에게 폭행을 휘두른다…

여학생들 사이의 우정은 때로는 집요한 탐욕과 소유욕으로 발전한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랑과 질투는 종종 여러 소설의 흥미로운 소재가 되기도 한다. 이 작품은 그러한 여학생들 사이의 탐욕과 질투를 소재로 하여 범인을 추적하는 여주인공의 모습을 때로는 두 개의 시점으로, 때로는 다소 독특한 시각으로 묘사하고 있다.
결국 그러한 질투나 애증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우발적인 충동에 의한 살인으로 밝혀졌지만, 여주인공이 자기 나름의 직관과 추리를 가지고 범인을 추적해 가는 모습은 상당히 흥미진진했다. 섬세하게 그려진 여학생들의 모습과 서정적인 문체가 형성하는 분위기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예상된 결말이 아닌 것에서 오는 반전의 묘미가 좋았지만, 그래서 추리물도 아니고 로맨스물도 아닌 다소 어정쩡한 내용이 된 것은 다소 아쉬운 일이다.
수진을 주인공으로 한 보다 제대로 된 여하생 탐정물을 보고 싶은 건 나의 개인적인 욕심일까?

xove님의 작품을 그동안 여러 편 읽었는데, 갈수록 필력이 늘어나고 내용이 충실해져서 개인적으로 무척 기쁘고 고마운 마음이다.
아마도 글에 대한 진지한 자세와 노력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으로 생각하는데, 늘어난 필력만큼 꾸준한 노력을 계속한다면 정말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님의 건필을 기원한다.

 

<괴물이라 불러주오>

진영은 소설을 쓰기 위해 귀신이 있다는 장소를 찾아다니고 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다 괴물이 있다는 D산에 가서 외계에서 온 소스강캉을 만나게 된다…

외계에서 온 생명체와 지구인 사이의 만남과 우정을 그리고 있다. 별다른 내용 전개가 없어서 소품에 가까운 작품이지만, 소스강캉이 사는 글리제581G 행성의 설정이 상당히 흥미진진해서 나름의 재미를 지니고 있다.
잔잔한 우정을 교환하던 두 사람 사이는 예정된 복선인 사냥꾼 때문에 비극적인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 내용이 부드러워서 결말까지 그렇게 진행될 줄 알았는데, 다소 뜻밖의 전개였다.
진영의 죽음 이후 울면서 자신의 우주선을 분해하는 소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고향별로도 돌아가지 못하고 평생동안 인간을 피해 바다속에서만 살아야 하는 소스의 모습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물질의 사제>

인공자궁에 의해 태어나 로봇에 의해 키워진 준수는 NPC로서의 삶을 거부하고 군인의 길을 선택한다. 그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 싸우기를 원하고, 그들을 우주폭력배라고 간주한다…

근미래의 일을 서술형식으로 적은 글인데, 하나의 소설이라기 보다는 소설을 쓰기 위한 설정이라고 해야 더 옳을 것 같다. 준수라는 인물이 등장하기는 하나, 다분히 피상적이고 작품 속의 캐릭터로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너무나 부족하다.
소설은 '기승전결'이 있어야 하는데, 이 글은 그중에서 '기'만 있는 격이다. 전개된 내용이 없으니 하나의 온전한 작품으로 평가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니그라토님의 작품을 읽기 시작한지도 상당한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꾸준히 글을 올려준 것에 늘 감사하는 마음이다. 다만 글이란 '기승전결'의 형식을 취하며,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을 지어야 한다는 생각을 꼭 해주었으면 한다. 단순한 설정집이나, 쓰다 만 듯한 글만 계속 써내려간다면 글도 안늘고 작가의 길도 요원하다. 하나의 작품을 꼭 마무리 짓는 습관을 가져주시기 바란다. 니그라토님의 건필을 기원한다.

 

<에덴>

우주 아카데미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뮤는 행성관찰자가 되어 에덴이라는 행성을 배정받는다. 에덴에 도착한 뮤는 에덴에 사는 인류가 멸종되어 아무도 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행성의 기억을 읽어 남극의 빙하 밑에 마지막 인류가 있음을 알게 된 뮤는 …
전쟁으로 멸종된 인류가 남긴 마지막 유산과 행성관찰자라는 특이한 신분의 뮤. 소재 자체만으로도 흥미진진한데다 유스의 정체와 인류의 부활에 대한 신비가 겹쳐 무척이나 재미있는 한편의 SF소설이 되었다.
뇌로 존재하는 유스를 1만년동안 살리기 위해 뮤가 도입한 것이 가상현실세계라는 설정도 좋았고, 유스의 눈에 그 가상현실세계가 모두 회색으로 보이고 오직 뮤만 색채를 띤 존재로 나타난다는 것도 무척이나 괜찮은 전개라고 본다. 마지막 유스의 정체는 예상된 것이기는 해도 상당히 놀라운 것이며, 스스로의 몸을 희생해 인류를 부활시키는 유스와 그런 그녀를 추억하며 행성관찰자의 신분을 계속 유지하는 뮤의 모습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풀님의 작품은 언제 보아도 참신한 소재와 깔끔한 마무리, 무엇보다도 작품 전체에 흐르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읽게 된다. 그동안 좋은 작품을 써주신 것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계속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해주시기를 당부드린다.

 

<벽사현의 창고지기>

한때 상급무관이던 태호장군은 역모의 누명을 쓰고 창고를 지키는 광사가 된다. 마을을 습격한 무리들이 나타나자 주민들은 태호장군에게 매달리고, 태호장군은 주민들을 수습하여 도적떼들을 막으려 한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국경 지대에서 창고지기를 하는 태호장군이 습격한 여진족 무리들을 훌륭하게 제압했으나, 현감과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그들을 모두 죽이지 못하고 결국 나중에 복수를 당해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는 내용의 군담소설이다.
문장이나 내용 전개는 별로 흠잡을 것이 없으나, 읽고 나면 마치 긴 장편의 짧은 한 부분만을 발췌한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 상당히 아쉽다. 이야기의 시점이 태호장군도 아니고 댄기나이도 아닌 어정쩡한 것이며, 특히 끝부분이 어설프게 마무리 되었기에 더욱 그런 느낌이 들게 되는 것이다.

작가가 이 작품으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그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도 아쉬운 일이다.
쓸데없이 송양지인의 아량을 베풀어 보복당하는 걸 조롱하는 것인지, 자신의 의사와는 달리 세태에 휩쓸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태호장군을 그리려는 것인지, 자신을 살려준 자를 죽여야 하는 어린 소년의 심정을 나타내고자 하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옛날에 이런 일이 있었다라고 말하려는 것인지…
좀 더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이야기를 전개했으면 지금보다 훨씬 흥미있는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1월 첫째주 우수작 : 죽어서 술 마시고 떠드는 단편 / 타크준
1월 둘째주 우수작 : 누가 울새를 죽였나? / xove
1월 셋째주 우수작 : 괴물이라 불러주오 / 도깨비상자
1월 넷째주 우수작 : 벽사현의 창고지기 / 개
1월 월간 최우수작 : 에덴 /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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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부족한 부분에 더욱 신경써서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최근에서야 알게된 이 창작광장이 없어질것이라 생각하니 정말 아쉬움이 큽니다

용대운 선생님의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니 정말 아쉽습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새해… 더보기 »

타크준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