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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아버지의 답장

  • 작성일 2016-03-21
  • 조회수 314

 

바쁘게 일하고 있으면 '연락바랍니다'라고 오는 문자가 있다.

친정 아버지의 번호로 오는 것이다.

바쁘니까 이따 하자 하고 생각한 뒤 퇴근하면서 또 집안일을 하다보면

전화할 시간을 놓치고 만다.

그러다가 시간이 또 흘러 죄송한 마음에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내며 한번 놀러가겠다고 건강하시라고 아이들 보면서

잘 지내시라고 나름 배려한답시고 문자를 보내드린다.

그리고 잠시 후

"잘 받았다. 너도 잘 지내라" 이런 내용의 답장을 받을줄 알았다.

그러나,

한참 시간이 지나서 온다는 메시지는

'연락바랍니다'였다.

 

그러자 한순간 그동안 연락바랍니다라고 온 아빠의 문자는

보고싶다는 글 대신에 보내는 문자라는걸...

그러니까

아빠는

그동안 문자보내는걸 잘 모르셨다는...

 

지난번 가서 알려드렸을때는" 쉽다. 그래 알았다"고 웃으며 말씀하셨던 당당한 태도는

어디가시고

핸드폰 기계가 대신 연락바랍니다 라고 알려주는 것도 모르시고 몰래 보내드리는 사진이나

문자 내용을 보시며 흐뭇해하셨을 모습을 생각하니 죄송스런 마음에 울컥했다.

부모님들이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자식에게 핸드폰 사용법을 많이 물어보고 배우실거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것을 내게 물어오는 미화 할머니들을 보고 최근에 알았다.

 

"아니 큰 아드님하고 같이 사신다면서요! "

"아고 얼굴도 잘 못봐. 바쁜데 어떻게 이걸 물어봐. 그냥 안 하고 말지. "

 

씁쓸했다.

세상이 어찌돌아가는지  자기 손안에서 외국에 까지 소식을 전하며 사는데...

정작 부모님의 한글을 읽지못할때의 그 답답한 심정도 모르고 잘난체하고 살았다니.

 

이번 어버이날때는 확실하게 답장을 받는것까지 트레이닝을 시켜드릴 예정이다.

"아빠, 5월까지만 기달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