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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日記)

  • 작성일 2016-03-27
  • 조회수 337

 
일기(日記)

 
포엠스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로수 길을 나는 듯이 지나고
부드러운 흙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딱딱한 아스팔트 길,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는 이제 거의 사라지고 없다

 

봄이 곁에 머무르는 듯
꽃들이 무대에서 재잘거리고
샹들리에 하늘의 서녘 마음에서는
점심으로 김밥과 같이 먹은
단무지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가로등처럼 기다란 어묵국 덕분에
따끈따끈한 봄을 느낄 수 있었다
나무젓가락은 두 짝인데
봄이 놀러 온 정원의 벤치에 앉아
김밥을 먹는 나는 한 짝이었다 아니
내 그림자와 두 짝이었다

 

봄은 여러 가지 향기로운 꽃 옷을 입고
내 주위에서 패션쇼를 하고 있다
나뭇가지에 핀 꽃보다도 들녘에 핀
아기자기한 풀꽃 옷이 나는 더 좋다
낮에는 목련꽃 가로등이 환하다
봄밤에는 과일 샐러드와
그 사람의 흔적을 발효시킨
이탈리아산 와인을 기웃거리는 거다

 

내 몸보다도 내 마음이 봄을 타서
오늘 일기는 이걸로 펜을 놓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