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출처 : 은희경 소설집, 『중국식 룰렛』 105~107쪽, 창비, 2016.
은희경 │ 「대용품」을 배달하며…
이 소설의 맨 마지막 문장에 나오는 ‘안전거리를 유지한 채 도망 다니는’ 삶에 대해서라면 저도 조금은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이 그렇거든요. 이 도시에는 저와 닮은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앞차와도 뒤차와도, 적절한 만큼의 거리가 확보되지 않으면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끼지요. 어쩌면 모두가 각각 자신의 차 안에 앉아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바깥 세계를 노려보고 경적을 울려보아도, 한 겹의 유리창 안에 들어있을 뿐이니까요. 그런데 유리로 된 차창은 보호막일까요, 단절의 메타포일까요. ‘우리 모두가 자기 자신의 가장 오래된 대용품’ 이라는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는 날들입니다. 모든 게 다 진짜였던 적이 정말, 있었을까요?
소설가 정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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