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 「너무 한낮의 연애」 중에서
- 작성일 2017-03-09
- 좋아요 0
- 댓글수 0
- 조회수 1,560
작품 출처 : 김금희 소설집, 『너무 한낮의 연애』, 34-36쪽, 문학동네, 2016년.
김금희 │ 「너무 한낮의 연애」를 배달하며…
이 장면을 말하기 위해서는, 앞과 뒤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필용은 한때 자신에게 사랑고백을 했으나 이제는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양희를 그리워합니다. 양희에게 심한 말을 퍼부어댔고, 양희는 사라진 것입니다. 그는 양희의 본가가 있다는 문산까지 찾아갑니다. ‘연애와 사랑, 연민, 속박, 약속, 의무, 섹스의 시작을 결심하고’ 난생 처음 무모하게.
그런데 거기서 그가 본 것은, 개울가의 오리들과, 굴처럼 보이는 집과, 거기 사는 양희의 가난한 가족입니다. 거기 도착하기 전에 필용은 말하려고 했습니다. ‘너의 무기력을 사랑해, 너의 허무를 사랑해, 너의 내일 없음을 사랑해.’ 그러나 그는 고백 대신 사과를 택합니다. “미안하다. 심한 말해서.” 양희는 사과를 받아들였을까요. 필용은 또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 사랑 혹은 연애 혹은 감정은 사라졌지만 그는 몰랐을 겁니다. 먼 훗날 이렇게 되뇌는 순간이 온다는 것을요. ‘다른 선택을 했다면 뭔가가 바뀌었을까. 바뀌면 얼마나 바뀔 수 있었을까.’
소설가 정이현
|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선택하신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