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출처 : 편혜영 소설집, 『저녁의 구애』, 228-230쪽, 문학과지성사, 2011년.
편혜영 │ 「통조림 공장」을 배달하며…
통조림을 만드는 회사의 공장장이 실종되었습니다. 평범하고 멀쩡해 보이던 직장인이자 가장, 그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꽁치나 고등어, 깻잎 통조림을 따서 식사를 하고 복숭아나 귤 통조림을 따서 후식으로 먹는 세계, 통조림 공장의 시스템은 자동화되어 있고, 통조림에 밀봉하지 못할 물건은 없습니다. 작업자의 실수로 통조림 안에 무엇인가를 빠뜨린다 해도 꺼낼 수 없습니다. 소설이 끝날 때까지도 사라진 공장장의 이름이 무언지 독자는 알 수 없습니다. 얼굴을 상상해볼 수도 없습니다. 개인은 진즉에 말살되었고, 공장장은 새로운 직원으로 대체되었으니까요.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닫으면 ‘다시는 열어볼 수 없는’ 그 세계가 현실과 다르지 않다는 실감에 새삼 섬뜩해집니다.
소설가 정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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