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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야마 아키코, 「바다에서 기다리다」 중에서

  • 작성일 2017-09-07
  • 조회수 1,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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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출처 : 이토야마 아키코 소설집, 권남희 역, 『바다에서 기다리다』, 50-55쪽, 북폴리오, 2006년.




이토야마 아키코 │ 「바다에서 기다리다」를 배달하며…




여기 두 사람이 있습니다. 직장동료로 만났지만 죽이 잘 맞고 마음이 잘 맞아 친구 같은 관계가 되었지요. 그들은 어느 날, 엉뚱한 약속을 하나 합니다. 둘 중 하나가 갑자기 죽게 되면 서로의 하드디스크를 몰래 파기해주기로 하는 계약입니다. 물론 파기하기만 할 뿐 그 안의 것을 열어보는 행동은 하지 않기로 합니다. 그 비밀이 엄청난 국가기밀이거나 끔찍한 범죄의 증거 같은 것들은 아닐 겁니다. ‘남이 보면 곤란한 것’, ‘어쩐지 부끄러운 것’. 누구나의 하드디스크에도 그런 것은 깊이 숨겨져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 중 하나인 후또짱이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납니다. 이제 둘 만의 장난 같았던 약속은 ‘나’의 몫으로 남겨지게 됩니다. ‘나’는 친구의 사무실에 몰래 숨어들어가, 별 모양 드라이버로 컴퓨터를 하나하나 분해해갑니다. 마침내 ‘은색 거울 같은, 고요한 원반’과 마주쳤을 때 독자인 저도 덩달아 숨을 죽였습니다. 약속은 지켜졌습니다. 세상의 모든 곡진한 애도는 약속의 형식을 띠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습니다.


소설가 정이현




ⓒ 이상엽

문학집배원 문장배달 정이현

- 정이현 소설가는 1972년 서울 출생으로 성신여대 정외과 졸업, 동대학원 여성학과 수료, 서울예대 문창과를 졸업했다. 단편 「낭만적 사랑과 사회」로 2002년 제1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왔다. 이후 단편 「타인의 고독」으로 제5회 이효석문학상(2004)을, 단편 「삼풍백화점」으로 제51회 현대문학상(2006)을 수상했다. 작품집으로 『낭만적 사랑과 사회』『타인의 고독』(수상작품집) 『삼풍백화점』(수상작품집) 『달콤한 나의 도시』『오늘의 거짓말』『풍선』『작별』『말하자면 좋은 사람』『상냥한 폭력의 시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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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건

  • 지마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며 어릴적부터 배워왔는데,그 묘미를 이제는 잊은것 같아요,읽어야지 하면서 침만발라 놓고 ,예전책같으면 누렇게 탈색이 될터인데,갑자기 전해진 글을 듣고,어둠이 서서히 내리기 시작하면 낭독해 볼렵니다...갑자기 눈을 깜작이게 하는 불빛을 본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2017-09-07 17:22:36
    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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