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숙, 「빈집」 중에서
- 작성일 2017-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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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출처 : 황석영,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 8』, 82-85쪽, 문학동네, 2015년.
김인숙 │ 「빈집」을 배달하며…
‘이십 칠년, 그녀는 남편과 이십 칠년을 함께 살았다.’ 이 소설의 첫 문장입니다. 그들은 평범한 중년 부부입니다. 남편은 평생 소규모 화물과 이삿짐 나르는 일로 가계를 꾸려왔고, 자녀들은 어느새 ‘죽순처럼’ 쑥쑥 자라 제 앞가림을 시작했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았어도 생은 이럭저럭 무탈합니다. 추리소설 읽는 취미를 가진 아내의 눈에는 젊은 여성 손님들에게 ‘친절하다기보다는 공손했고 공손하다기보다는 때때로 비굴하게 보일 정도’인 소심한 남편이 늘 불만스러웠지요. 남편이 연쇄살인마임을 의심하는 추리소설의 여주인공을 동경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역설적으로 현실의 삶이 별 일 없이 굴러가고 있다는 증거일 겁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내가 남편의 주머니에서 작은 열쇠(들)을 발견하게 되면서 소설은 갑자기 섬뜩하게 얼굴을 바꿉니다. 오랫동안 은밀히 모아온 수많은 열쇠들 외에도 그 빈집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가까운 이의 ‘빈집’이라 해도 타인은 영원토록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 비밀스러운 고독에 완전히 감응할 수 없습니다.
소설가 정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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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건
좋은 문장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