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소리 제518회 : 김민정, 강지혜 시인편 1
- 작성일 2017-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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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회 <문장의 소리> 김민정, 강지혜 시인편 1
● <로고송> / 뮤지션 양양
● <오프닝> / 문장의 소리 DJ 김지녀
미국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인간 존재의 의미』에서 한 대목
● <작가의 방> / 김민정, 강지혜 시인
518회 찾아가는 문장의 소리 공개방송은 제주도의 소심한 책방에서 김민정, 강지혜 시인과 함께 했습니다. 강지혜 시인은 2013년 세계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올해 첫 시집 『내가 훔친 기적』을 출간했습니다. 김민정 시인은 1999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아름답고 쓸모없기를』이 있습니다.
Q.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이 제목을 생각해 내고 결정하시고 어떠셨어요?
A. 김민정 시인 : 제가 두 번째 시집을 내고 한 5년 동안 시 한 편도 안 쓰고 남의 책만 만들었어요. 제가 출판사에서 일하거든요. 두 번째 시집까지 내고 ‘아 나는 시인으로 끝났다.’ 왜냐하면 남의 책이 더 재미있고 별로 시가 재미없었고 쓰지 말아야겠다. 시를 쳐다보지 않았어요. 일부러. 하기 싫어서. 두려워서 그래서 한 5년 동안을 안 쓰다가 경북 울진에서 주운 돌 하나를 가지고 이 시를 쓰게 됐었고. 사실 제목을 먼저 썼어요. 근데 제목이 너무 내가 쓰고 너무 좋은 거 에요. 이게 너무 좋아서 이거를 표제로 시집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고 이걸 써 놓고 나니 시로 약간 열린 거 에요 마음이. 그래서 아름답고 쓸모없다는 말로 포용되지 않는 게 없는 거죠. 제가 단추를 되게 좋아하는데 단춧구멍은 없는데 매달려있는 단추를 생각해봤어요. 구멍이 있어야 단추의 기능을 하지만 그 자체로도 예쁘잖아요. 그러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던 거죠. 우리 어차피 죽을 건데 이렇게 사는 거. 제 앞선 두 권의 시집에서는 ‘아름답다’라는 말조차 나오지 않아요. 세상에 가장 추한 것만 따라다녔거든요. 드럽고 막 이런 거. 그런데 제가 왜 그러냐면 아름답다고 말하는 순간 닭살스러워져서 제가 그걸 못 견디기 때문에 안 하려고 막 발버둥을 쳤는데. 생각을 해보니. 소방관 아저씨들도 보게 되죠. 우리가 불길이 있으면 빠져나오려고 미친 듯이 그럴 때 뛰어드는 그 것은 뭘까. 참 아름다운데 그러면 안 되는 것 같은. 그걸 발견하고 나니 사람이 보였어요. 저는 앞선 두 권은 첫 시집은 날아다녔고 두 번째 시집은 옹알이 정도로 했는데 세 번째 시집에 뭔가 정리하려고 보니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이 귀한 거 에요. 그런 경험을 글로 쓸 수 있다는 생각을 잘 못했던 거 에요. 그거를 제가 스스로한테 확인받고 이 제목으로 시집을 내게 된 거죠.
Q. 내가 훔친 기적. 어떻게 만들어진 제목인가요?
A. 강지혜 시인 : 김민정 선생님 같은 경우는 진짜 제목을 요샛말로 기깔나게 뽑으시잖아요. 그런 재능이 저한텐 좀 없어요. 그래서 ‘제목 고자’라고 하는데. 진짜 무슨 과외가 있으면 배우고 싶을 정도로 제목을 잘 못 뽑는 편인데요. 그래서 표제작을 보통 많이 가지고 표지를 하거나 아니면 시 한 구절에서 따오거나 요새는 이런 방식들을 많이 쓰는 것 같은데 아무리 봐도 마음에 탁 드는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어떡할까, 어떡할까 하고 있었는데 저랑 같이 합평 공부하는 친구가 지금 출판 관련된 일을 하거든요. 저는 그 친구가 감이 되게 좋다고 믿고 있어요. 그래서 그 친구가 보고 등단작인 기적이 너에게 되게 중요한 의미인 것 같으니 「당신이 훔친 소금」이라는 시에서 그것을 좀 가져와서 그 ‘훔치다’라는 동사를 또 네가 뭔가 한 것처럼 해서 네가 기적을 훔쳤던 마음을 가지고 만들어보면 어떻겠냐 해서 만들어줬고 저도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이걸로 고민 없이 했습니다.
Q. 24절기를 시에 가져오신, 매료되신 이유가 있나요?
A. 강민정 시인 : 일단 추분이 없네요 제 시에. 별로 느낌이 없어서 내일이 뭔지 까먹은 것 같고. 이 말이 왜 중요하게 들리느냐면 제가 바쁘게 살다보니까 달력이 되게 중요해요. 저는 농협 이런데서 주는 달력 너무 좋아해요. 별 날짜가 이렇게 다 있잖아요. 거기에 빨간 걸로 날짜 이렇게 뭐가 있는데. 사람을 만나는 거를 저는 휴대폰도 열심히 쓰지만 손으로 쓰는 걸 되게 믿어요. 그래서 누구랑 뭐하는 날을 다 깨알같이 적다보니 막 그 빨간색(절기)이 들어오는 거 에요. 무슨 날, 무슨 날, 무슨 날. 저는 이번 시집이 사람이 나오는 시라고 말씀을 드렸기 때문에 그 사람들을 떠올리면 그 때가 되게 많이 떠오르는 거 에요. 그래서 뭔가 만들 것들을 오래 생각을 하는 거죠. 그러니까 내일이 춘분이 아니냐 말을 했던 이유도 김춘수 선생님 만났던 날이 봄인데 십몇 년 전에 만났는데 봄에만 되면 선생님 생각이 나는 거 에요. 그래서 그거를 그 때 애기 때는 못 쓰고 십몇 년을 묵혔다가 제가 썼는데 그렇게 치니까 계절마다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 있는 거죠. 그러다보니까. 메모를 많이 하고 일기를 쓰다보니까 그거를 좀 정리하게 된 거죠.
Q. 강지혜시인의 시집에 보면 1,2,3부가 나뉘어 있던데 어떤 의도가 있었나요?
A. 강지혜 시인 : 1부, 2부, 3부가 제가 갖고 있던, 되게 사로잡혀있던 지점들을 시집을 펴려고 모아놓고 보니까 사로잡혀 있던 게 챕터별로 나눠지더라고요. 그래서 1부 같은 경우는 약간 사회적인, 내가 도시인으로서 살면서 부딪히는 도시와 나, 사회와 나 같은 것이 있었고. 2부가 제 유년에 관련된 것이 많이 있고. 3부가 제가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 하고 싶은 작업 같은 것들이 많이 들어갔던 것 같아요. 너무 좀 순차적으로 나눈 게 아닌가 싶어가지고. 유년을 앞으로 끼려다가 중간으로 끼면 볼륨이 좀 생기겠지 해서 넣었던 것 같은 기억이 있어요.
● <어제의 단어 오늘의 멜로디> / 양양
찾아가는 문장의 소리 11월 공개방송 <그곳에서 흐르는 단어>는 제주도 종달리에서 ‘가을’과 ‘섬’이라는 단어로 관객들이 써주신 엽서를 읽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관객 한 분이 “가을에 시집을 안사고 시를 안 읽으면 무얼 하겠습니까?”라는 엽서를 써주셨습니다. 양양이 심보선 시인의 시집 『오늘은 잘 모르겠어』의 「좋은 밤」이라는 시를 낭독합니다. 그리고 한 아이가 지은 시로 만든 노래 “단풍”을 라이브로 부릅니다.
문장의 소리 518회 김민정, 강지혜 시인과 함께한 <작가의 방>과 단어 ‘가을’과 ‘섬’으로 이야기 나눈 <그곳에서 흐르는 단어>는 사이버 문학광장 문장 홈페이지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또한, 팟캐스트를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구성 : 박정은(조선대학교 문예창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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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202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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