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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들의 책수다 + 은희경 소설집 '중국식 룰렛'

  • 작성일 2017-10-30
  • 조회수 470

 

ㅇ 수다팀 이름: 고구마들의 책수다

ㅇ 수다 진행 날짜 / 시간 / 장소: 2017. 10. 23 / 오후 5시 / 수원여고 영어교과교실

ㅇ 수다 참가 인원 및 명단(전체): 총 7명, 교사 최윤정, 고2 학생 심윤진, 김수진, 박소현, 송유진,  최민선, 하송민

ㅇ 수다 원작 작품: 은희경 소설집 '중국식 룰렛'

 

♦ 내용

1. 시작

윤정: 이 책 전체에 대한 느낌을 얘기해볼까?

송민: 따옴표가 없어서 읽기가 힘들었어요. 나중엔 익숙해지고 자세히 읽게 됐어요.

소현: 각각의 소설 사이의 연결고리가 없을까, 고민했었는데 어려웠어요.

민선: 토론하려고 다시 읽다 보니 숨은 매력이 많은 책이었어요.

유진: 계속 읽으면서 버스, 신발, 김치, 아파트 등 일상적인 소재들로 친숙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윤진: 책 제목이 ‘노는’ 얘기일 줄 알았는데, 삶과 연결되는 부분을 찾을 수 있었어요.

수진: 읽으면서 되게 우울하고 그랬어요. 재밌을 줄 알았는데 심오하고 깨달음을 많이 주는 책인 것 같아요.

윤정: 사실 이 책을 고른 게 ‘일상 소재’, ‘삶에 대한 고민’과 같은 설명이 와 닿아서였는데, 막상 읽는데, ‘술’ 이야기가 나와서 당황했었어. 여고생과 대화를 나누기에 적합한 책인가. 여린 수진이 충격 받으면 어쩌나. 그런데 뒤에 다른 단편들 읽으면서는 생각해볼 만한 거리들이 많아서 잘 골랐다고 생각했어.

 

2. 동성애

윤진: 궁금한 게 있었어. 단편 중국식 룰렛에서 ‘나’와 K의 관계는?

민선: K는 ‘나’를 좋아하지만, ‘나’는 밀어내고 있는 것 같아.

윤진: ‘나’는 좋아는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밀어내는 느낌이었어.

민선: 게이로 볼 수 있는 증거들이 있어. K가 ‘나’의 어깨에 기대어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는 부분이랑 진실게임에서 ‘당신은 남에게 밝힐 수 없는 사랑을 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부분.

유진: ‘나’는 전형적인 한국인 느낌이었어. K가 싫지 않지만, 한국적인 문화상 밀어내고 있는 느낌.

소현: 동성애 이런 걸 떠나서 ‘나’와 K가 하루를 도박장에서 보내고 있을 때, 아내는 혼자 있었잖아. ‘나’가 이혼하고 나서 K에게 화풀이 하는 느낌을 받았어.

송민: 둘 다 게이는 아닌 것 같아요. 그런 사건들로 단정 짓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수진: 나도 송민이랑 같이 아니라고 얘기했어. 등장인물이 여자들이었으면 단정 짓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

윤진: 진짜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있어.

윤정: 한 번 읽었을 때는 그런 느낌 못 받았는데, 다시 읽다보니 너희들이 왜 게이 얘기를 했었는지 알겠더라고. 민선이가 짚은 부분들. K는 ‘나’를 좋아하는 게 맞는 거 같기도 한데, 분명한 건 ‘나’는 아내를 사랑하고 있어. 아니면 양성애자일 수도 있을까?

 

3. 와인, 위스키

송민: 와인, 위스키 서양적인 느낌인데, 한국적인 소주, 맥주 이런 걸로 안했을까?

윤진: 소주, 맥주 가격은 비슷비슷한데, 와인, 위스키는 가격 차이가 많이 나잖아.

수진: 중년 남자들의 대화 장소로 바 분위기를 연출한 게 아닐까?

민선: 중년 남자들과 어울리는 술이잖아.

윤정: 중년 남자들이라면 소주가 더 어울리지 않아? (웃음)

이런 부분이 있었어.

위스키는 숙성시키는 동안 매년 2퍼센트에서 3퍼센트 정도가 증발하죠. 그걸 천사의 몫이라고 불러요. ... 천사들은 술을 가리지 않아요. 모든 술에서 공평하게 2퍼센트를 마시죠. 사람의 인생에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증발되는 게 있다면, 천사가 가져가는 2퍼센트 정도의 행운 아닐까요. 2퍼센트의 증발 때문에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군요.”

이 남자들이 불행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것과도 관련이 있을 것 같아.

 

4. 행운과 불운

유진: 한 사람의 인생을 행운과 불운이라는 하나로 정의할 수 있을까? 비싼 술이 행운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송민: 행운을 돈으로 환산하는 것. 비싼 술을 먹었다고 해서 행운은 아니지 않나. 자기 입에 맞는 술이 행운인 거 아닌가.

소현: K도 그런 걸 생각했던 것 같아. 취향과 상관없이 돈 있는 사람들만 비싼 술을 먹을 수는 없다.

송민: 행운 느끼는 거는 주관적이잖아. 똑같은 일을 해도 누군가는 행운이라고 느끼고, 누군가는 불행이라고 느끼고.

윤진: 그래서 사람은 항상 긍정적으로 살아야해.

유진: 검은 테 남자. 삶이 불운하다고 하지만, 비싼 술을 골랐던 건 행운이야.

소현: 2%의 몫이 어쩌다 생긴 불행으로 생각해봤어. 고작 2%인데, 우린 목을 매는 건가? 그 정도 불행한 일은 많은데. 행운보다 불행에 집착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어.

수진: 사람들은 보통 안 좋은 일에 집중한다고 하는데, 슬픈 것 같아.

소현: 2%를 바라보는 자신의 관점에 따라 각자의 인생이 달라지는 것 같아.

수진: 다들 행복해?

송민: 응. 나는 하루하루 사는 게 행복해.

수진: 행복하다고 말하면서 그렇게 안 보이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아.

윤진: 행복하다고 자꾸 말하면 또 행복해질 수 있잖아.

유진: 행복이라는 단어가 있으니까, 불행이 있는 건 아닐까?

소현: 행복한 삶도, 불행한 삶도 내가 그걸 살아갈 수 있으면 괜찮다고 생각해.

모두: 와, 멋지다.... 명언이야.

 

  1. 그것이 궁금하다

민선: 같은 술을 좋아하는 검은 테 남자의 ‘여자’와 ‘나’의 ‘아내’는 동일인물일까?

윤정: K가 알고 있다면, 나쁜 사람 아니야?

유진: 나는 동일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했어. 우연 같아. 싱글몰트는 많은 여성들이 좋아한다고 했으니까.

송민: 나도 동일인물이 아닐 것 같아.

윤진: 동일인물일 수도 있지.

윤정: 작가는 왜 이런 동일인물일 지 모르는 상황을 끌어왔을까?

유진: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이상한 기류를 뽑아낸 것 같아요.

 

6. 진실게임

윤정: 진실게임의 질문 중 내가 다른 사람에게(혹은 자기 자신에게) 가장 던지고 싶은 질문이 있다면? 각자 중요시하는 가치관이 나올 것 같아. 음, 나는 ‘당신은 자신이 운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까?’

수진: 당신은 행복합니까? 요즘에 많이 드는 생각이에요.

민선: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사건은 무엇일까?

윤진: 과거로 돌아가서 단 한 순간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언제로 가고 싶나?

송민: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소현: 나는 나에게 얼마나 솔직한가?

유진: 나의 선택들은 옳았는가?

 

7. 영재교육

윤정: 이번엔 다른 단편 대용품에 대해 얘기해보자. 같이 얘기해보고 싶었던 질문!

유진: 영재교육은 반드시 필요한가 생각했어요.

윤진: 영재교육이 있어서 안 좋을 건 없다고 생각해. 지능이 좋은 아이들을 따로 관리하고 교육하면 나라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수진: 경쟁 속에서 애들이 너무 지칠 것 같아.

송민: 없어도 될 것 같은 게, 잘될 아이는 어차피 잘 되지 않을까?

유진: 인재 양성에 적합한가? 사고력을 증진시키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 주인공이 영재교육을 받아도 행복해 보이지 않아.

민선: 영재교육이 오히려 창의성을 죽이는 게 아닌가 싶어.

 

8. 신발과 대용품

민선: ‘발’과 ‘신발’의 의미는? ‘신발’에 대한 에피소드가 많이 나오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윤진: 운명을 바꾸게 된 사소한 계기 같아요. 둘이 비슷한 삶을 살다가 신발을 바꿔 신고 운명이 바뀌었잖아요?

송민: 발 사이즈가 똑같다고 했잖아요. 살아온 삶이 비슷하다는 의미. 한 부분을 공유한다는 의미. 같이 영재교육 받고, 같은 여자 아이를 좋아하고, 같이 성당 복사 활동을 하고.

수진: 키 작은 아이 때문에 같이 똑똑해 보인다는 부분이 있었어.

윤진: ‘청춘시대’라는 드라마에서 두 아이는 매우 비슷한 환경에서 살았는데, 하루 새 신발을 신고 온 아이를 미술 선생님이 성폭행 했어요. 둘이 비슷한 삶을 살다가 신발을 바꿔 신고 운명이 바뀐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송민: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나니까 꼭 신발의 문제는 아닐 것 같아.

소현: 운명 자체를 나타낸다기보다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암시 같은 걸로 볼 수 있을 것 같아.

윤정: 서정주 ‘신발’이라는 시 얘기가 나오잖아. 왠지 이 시에서 이 소설이 출발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어린 시절 제일 처음 가졌던 그 신발만이 순수하고 온전한 것이고, 이후의 신발은 대용품인 거지, 마치 가면 같은 거. 이 소설에서도 키 큰 소년이 키 작은 소년의 대용품으로 살았고, 지금도 변함없다는 얘길 하는 느낌. 제목인 ‘대용품’에 대해 얘기해볼까?

송민: ‘대용품’이라고 생각한 게 슬퍼요. 자신을 물건처럼 취급한 거잖아요.

소현: 내가 샤프를 쓰다가 고장 나서 다른 샤프를 쓰잖아. 그건 대용품이라는 생각보다는 또 다른 샤프다, 라고 생각을 해서 대용품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거든. 둘 다 각각 의미가 있는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주인공이 그렇게 대신 살아가는 거라는 생각하는 걸 보고, 무엇인가를 보고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는 것 같아.

민선: ‘신발’이 단순한 물건인 줄 알았는데,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지을 수도 있구나 생각했어요.

수진: 아무렇지 않게 여기던 물건들이 갑자기 소중해지는 느낌이에요.

 

9. 어른이 된다는 것

수진: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일까?

민선: 스무 살이라고 다 어른이 되는 건 아닌 것 같고.

송민: 수업시간에 『대한민국 부모』라는 책을 읽으면서 진정한 어른은 무엇일까, 질문했었는데, 국어 선생님이 어른이 되어도 진정한 어른을 찾기 어렵다고 말씀하셨는데, 너무 슬펐어.

수진: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인지, 어른이 좋은 건지도 모르겠고.

윤진: 어른은 경험을 많이 하는 것. 장례식장을 간다거나 새로운 걸 깨닫고.

송민: 애어른이라는 말도 있잖아.

수진: 이 소설의 키 큰 소년도 어린 날에 너무 충격적인 일을 겪어서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아.

민선: 어른이 되어도 철 안 드는 사람도 많고,

수진: 어른과 성인은 다른 걸까?

윤진, 민선: 응. 성인은 그냥 법적으로.

윤정: 거짓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세계가 어른의 세계라는 얘기가 이 소설에 있었어.

 

10. 소감

민선: 어렵다고 생각했던 책을 친구들과 함께 나눠보니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윤진: 친구들과 이야기를 통해 내가 생각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얘기들을 나눌 수 있어 좋았어요.

송민: 제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고, 일상생활에서의 소소한 것들이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어 긍정적으로 살아야겠다고 느꼈어요.

수진: 선생님, 친구들과 이야기를 통해 궁금했던 부분들에 대한 답을 쉽고 창의적으로 찾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소현: 토론을 통해 소설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어 기뻤고, 내 인생에 대한 나의 태도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유진: 책 대화를 통해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었고, 책에서 이해가 안 되었던 부분을 다른 사람의 생각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어요.

윤정: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눴던 것 같아. 왜 이리 짧게만 느껴지는지. 한 번 읽고, 토론하기 위해 또 한 번 읽었더니 또 새롭고 좋았어. 같이 얘기 나누니까 더 좋았고.^^

 

*'온국민 문학 재밌수다 대잔치' 참여후기

작년부터 2년 째 자율동아리로 책 읽는 친구들과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혼자 읽으면 금방 사라지지만 대화를 하고 나면 좀 더 깊어지고 오래 마음에 남길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열여덟 기억에 따뜻한 기억으로 오래 남아 있을 거라 믿습니다. 좋은 프로그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