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들의 책수다 + 은희경 소설집 '중국식 룰렛'

 

ㅇ 수다팀 이름: 고구마들의 책수다

ㅇ 수다 진행 날짜 / 시간 / 장소: 2017. 10. 23 / 오후 5시 / 수원여고 영어교과교실

ㅇ 수다 참가 인원 및 명단(전체): 총 7명, 교사 최윤정, 고2 학생 심윤진, 김수진, 박소현, 송유진,  최민선, 하송민

ㅇ 수다 원작 작품: 은희경 소설집 '중국식 룰렛'

 

♦ 내용

1. 시작

윤정: 이 책 전체에 대한 느낌을 얘기해볼까?

송민: 따옴표가 없어서 읽기가 힘들었어요. 나중엔 익숙해지고 자세히 읽게 됐어요.

소현: 각각의 소설 사이의 연결고리가 없을까, 고민했었는데 어려웠어요.

민선: 토론하려고 다시 읽다 보니 숨은 매력이 많은 책이었어요.

유진: 계속 읽으면서 버스, 신발, 김치, 아파트 등 일상적인 소재들로 친숙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윤진: 책 제목이 ‘노는’ 얘기일 줄 알았는데, 삶과 연결되는 부분을 찾을 수 있었어요.

수진: 읽으면서 되게 우울하고 그랬어요. 재밌을 줄 알았는데 심오하고 깨달음을 많이 주는 책인 것 같아요.

윤정: 사실 이 책을 고른 게 ‘일상 소재’, ‘삶에 대한 고민’과 같은 설명이 와 닿아서였는데, 막상 읽는데, ‘술’ 이야기가 나와서 당황했었어. 여고생과 대화를 나누기에 적합한 책인가. 여린 수진이 충격 받으면 어쩌나. 그런데 뒤에 다른 단편들 읽으면서는 생각해볼 만한 거리들이 많아서 잘 골랐다고 생각했어.

 

2. 동성애

윤진: 궁금한 게 있었어. 단편 중국식 룰렛에서 ‘나’와 K의 관계는?

민선: K는 ‘나’를 좋아하지만, ‘나’는 밀어내고 있는 것 같아.

윤진: ‘나’는 좋아는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밀어내는 느낌이었어.

민선: 게이로 볼 수 있는 증거들이 있어. K가 ‘나’의 어깨에 기대어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는 부분이랑 진실게임에서 ‘당신은 남에게 밝힐 수 없는 사랑을 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부분.

유진: ‘나’는 전형적인 한국인 느낌이었어. K가 싫지 않지만, 한국적인 문화상 밀어내고 있는 느낌.

소현: 동성애 이런 걸 떠나서 ‘나’와 K가 하루를 도박장에서 보내고 있을 때, 아내는 혼자 있었잖아. ‘나’가 이혼하고 나서 K에게 화풀이 하는 느낌을 받았어.

송민: 둘 다 게이는 아닌 것 같아요. 그런 사건들로 단정 짓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수진: 나도 송민이랑 같이 아니라고 얘기했어. 등장인물이 여자들이었으면 단정 짓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

윤진: 진짜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있어.

윤정: 한 번 읽었을 때는 그런 느낌 못 받았는데, 다시 읽다보니 너희들이 왜 게이 얘기를 했었는지 알겠더라고. 민선이가 짚은 부분들. K는 ‘나’를 좋아하는 게 맞는 거 같기도 한데, 분명한 건 ‘나’는 아내를 사랑하고 있어. 아니면 양성애자일 수도 있을까?

 

3. 와인, 위스키

송민: 와인, 위스키 서양적인 느낌인데, 한국적인 소주, 맥주 이런 걸로 안했을까?

윤진: 소주, 맥주 가격은 비슷비슷한데, 와인, 위스키는 가격 차이가 많이 나잖아.

수진: 중년 남자들의 대화 장소로 바 분위기를 연출한 게 아닐까?

민선: 중년 남자들과 어울리는 술이잖아.

윤정: 중년 남자들이라면 소주가 더 어울리지 않아? (웃음)

이런 부분이 있었어.

위스키는 숙성시키는 동안 매년 2퍼센트에서 3퍼센트 정도가 증발하죠. 그걸 천사의 몫이라고 불러요. … 천사들은 술을 가리지 않아요. 모든 술에서 공평하게 2퍼센트를 마시죠. 사람의 인생에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증발되는 게 있다면, 천사가 가져가는 2퍼센트 정도의 행운 아닐까요. 2퍼센트의 증발 때문에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군요.”

이 남자들이 불행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것과도 관련이 있을 것 같아.

 

4. 행운과 불운

유진: 한 사람의 인생을 행운과 불운이라는 하나로 정의할 수 있을까? 비싼 술이 행운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송민: 행운을 돈으로 환산하는 것. 비싼 술을 먹었다고 해서 행운은 아니지 않나. 자기 입에 맞는 술이 행운인 거 아닌가.

소현: K도 그런 걸 생각했던 것 같아. 취향과 상관없이 돈 있는 사람들만 비싼 술을 먹을 수는 없다.

송민: 행운 느끼는 거는 주관적이잖아. 똑같은 일을 해도 누군가는 행운이라고 느끼고, 누군가는 불행이라고 느끼고.

윤진: 그래서 사람은 항상 긍정적으로 살아야해.

유진: 검은 테 남자. 삶이 불운하다고 하지만, 비싼 술을 골랐던 건 행운이야.

소현: 2%의 몫이 어쩌다 생긴 불행으로 생각해봤어. 고작 2%인데, 우린 목을 매는 건가? 그 정도 불행한 일은 많은데. 행운보다 불행에 집착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어.

수진: 사람들은 보통 안 좋은 일에 집중한다고 하는데, 슬픈 것 같아.

소현: 2%를 바라보는 자신의 관점에 따라 각자의 인생이 달라지는 것 같아.

수진: 다들 행복해?

송민: 응. 나는 하루하루 사는 게 행복해.

수진: 행복하다고 말하면서 그렇게 안 보이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아.

윤진: 행복하다고 자꾸 말하면 또 행복해질 수 있잖아.

유진: 행복이라는 단어가 있으니까, 불행이 있는 건 아닐까?

소현: 행복한 삶도, 불행한 삶도 내가 그걸 살아갈 수 있으면 괜찮다고 생각해.

모두: 와, 멋지다…. 명언이야.

 

  1. 그것이 궁금하다

민선: 같은 술을 좋아하는 검은 테 남자의 ‘여자’와 ‘나’의 ‘아내’는 동일인물일까?

윤정: K가 알고 있다면, 나쁜 사람 아니야?

유진: 나는 동일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했어. 우연 같아. 싱글몰트는 많은 여성들이 좋아한다고 했으니까.

송민: 나도 동일인물이 아닐 것 같아.

윤진: 동일인물일 수도 있지.

윤정: 작가는 왜 이런 동일인물일 지 모르는 상황을 끌어왔을까?

유진: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이상한 기류를 뽑아낸 것 같아요.

 

6. 진실게임

윤정: 진실게임의 질문 중 내가 다른 사람에게(혹은 자기 자신에게) 가장 던지고 싶은 질문이 있다면? 각자 중요시하는 가치관이 나올 것 같아. 음, 나는 ‘당신은 자신이 운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까?’

수진: 당신은 행복합니까? 요즘에 많이 드는 생각이에요.

민선: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사건은 무엇일까?

윤진: 과거로 돌아가서 단 한 순간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언제로 가고 싶나?

송민: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소현: 나는 나에게 얼마나 솔직한가?

유진: 나의 선택들은 옳았는가?

 

7. 영재교육

윤정: 이번엔 다른 단편 대용품에 대해 얘기해보자. 같이 얘기해보고 싶었던 질문!

유진: 영재교육은 반드시 필요한가 생각했어요.

윤진: 영재교육이 있어서 안 좋을 건 없다고 생각해. 지능이 좋은 아이들을 따로 관리하고 교육하면 나라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수진: 경쟁 속에서 애들이 너무 지칠 것 같아.

송민: 없어도 될 것 같은 게, 잘될 아이는 어차피 잘 되지 않을까?

유진: 인재 양성에 적합한가? 사고력을 증진시키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 주인공이 영재교육을 받아도 행복해 보이지 않아.

민선: 영재교육이 오히려 창의성을 죽이는 게 아닌가 싶어.

 

8. 신발과 대용품

민선: ‘발’과 ‘신발’의 의미는? ‘신발’에 대한 에피소드가 많이 나오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윤진: 운명을 바꾸게 된 사소한 계기 같아요. 둘이 비슷한 삶을 살다가 신발을 바꿔 신고 운명이 바뀌었잖아요?

송민: 발 사이즈가 똑같다고 했잖아요. 살아온 삶이 비슷하다는 의미. 한 부분을 공유한다는 의미. 같이 영재교육 받고, 같은 여자 아이를 좋아하고, 같이 성당 복사 활동을 하고.

수진: 키 작은 아이 때문에 같이 똑똑해 보인다는 부분이 있었어.

윤진: ‘청춘시대’라는 드라마에서 두 아이는 매우 비슷한 환경에서 살았는데, 하루 새 신발을 신고 온 아이를 미술 선생님이 성폭행 했어요. 둘이 비슷한 삶을 살다가 신발을 바꿔 신고 운명이 바뀐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송민: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나니까 꼭 신발의 문제는 아닐 것 같아.

소현: 운명 자체를 나타낸다기보다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암시 같은 걸로 볼 수 있을 것 같아.

윤정: 서정주 ‘신발’이라는 시 얘기가 나오잖아. 왠지 이 시에서 이 소설이 출발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어린 시절 제일 처음 가졌던 그 신발만이 순수하고 온전한 것이고, 이후의 신발은 대용품인 거지, 마치 가면 같은 거. 이 소설에서도 키 큰 소년이 키 작은 소년의 대용품으로 살았고, 지금도 변함없다는 얘길 하는 느낌. 제목인 ‘대용품’에 대해 얘기해볼까?

송민: ‘대용품’이라고 생각한 게 슬퍼요. 자신을 물건처럼 취급한 거잖아요.

소현: 내가 샤프를 쓰다가 고장 나서 다른 샤프를 쓰잖아. 그건 대용품이라는 생각보다는 또 다른 샤프다, 라고 생각을 해서 대용품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거든. 둘 다 각각 의미가 있는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주인공이 그렇게 대신 살아가는 거라는 생각하는 걸 보고, 무엇인가를 보고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는 것 같아.

민선: ‘신발’이 단순한 물건인 줄 알았는데,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지을 수도 있구나 생각했어요.

수진: 아무렇지 않게 여기던 물건들이 갑자기 소중해지는 느낌이에요.

 

9. 어른이 된다는 것

수진: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일까?

민선: 스무 살이라고 다 어른이 되는 건 아닌 것 같고.

송민: 수업시간에 『대한민국 부모』라는 책을 읽으면서 진정한 어른은 무엇일까, 질문했었는데, 국어 선생님이 어른이 되어도 진정한 어른을 찾기 어렵다고 말씀하셨는데, 너무 슬펐어.

수진: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인지, 어른이 좋은 건지도 모르겠고.

윤진: 어른은 경험을 많이 하는 것. 장례식장을 간다거나 새로운 걸 깨닫고.

송민: 애어른이라는 말도 있잖아.

수진: 이 소설의 키 큰 소년도 어린 날에 너무 충격적인 일을 겪어서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아.

민선: 어른이 되어도 철 안 드는 사람도 많고,

수진: 어른과 성인은 다른 걸까?

윤진, 민선: 응. 성인은 그냥 법적으로.

윤정: 거짓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세계가 어른의 세계라는 얘기가 이 소설에 있었어.

 

10. 소감

민선: 어렵다고 생각했던 책을 친구들과 함께 나눠보니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윤진: 친구들과 이야기를 통해 내가 생각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얘기들을 나눌 수 있어 좋았어요.

송민: 제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고, 일상생활에서의 소소한 것들이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어 긍정적으로 살아야겠다고 느꼈어요.

수진: 선생님, 친구들과 이야기를 통해 궁금했던 부분들에 대한 답을 쉽고 창의적으로 찾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소현: 토론을 통해 소설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어 기뻤고, 내 인생에 대한 나의 태도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유진: 책 대화를 통해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었고, 책에서 이해가 안 되었던 부분을 다른 사람의 생각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어요.

윤정: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눴던 것 같아. 왜 이리 짧게만 느껴지는지. 한 번 읽고, 토론하기 위해 또 한 번 읽었더니 또 새롭고 좋았어. 같이 얘기 나누니까 더 좋았고.^^

 

*'온국민 문학 재밌수다 대잔치' 참여후기

작년부터 2년 째 자율동아리로 책 읽는 친구들과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혼자 읽으면 금방 사라지지만 대화를 하고 나면 좀 더 깊어지고 오래 마음에 남길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열여덟 기억에 따뜻한 기억으로 오래 남아 있을 거라 믿습니다. 좋은 프로그램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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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후기 글 잘 읽었습니다~ 독서 모임 응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