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곤 , 「라스트 러브 송」 중에서
- 작성일 2018-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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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출처 : 『창작과 비평』 2017 겨울, 178호, 164-165쪽, 창비, 2017년.
김봉곤 │ 「라스트 러브 송」을 배달하며…
이 소설에는 문어의 우아함과 구어의 경쾌함이 물에 뜬 휘발유마냥 엉겨 있습니다. 물과 기름이 섞이면 오팔 빛이 나지요. 비 개인 오후, 누구든 길을 걷다 한 번쯤 물웅덩이에 어른거리는 빛을 본 적 있을 겁니다. 땅바닥에 뜬 무지개. 잘하면 두 손으로 길어 올릴 수 있을 것 같이, 무슨 생물인양 천천히 마블링을 이루며 움직이던 색(色)들을요. 그러나 아름다운 문장이 반드시 아름다운 주제에 착지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인물이 인물다워지는 거겠지요. 이 단편이 죽음을 다룸에도 불구하고 화자가 끝까지 주체의 활달함을 잃지 않는 건 아마 그 때문일 겁니다. <라스트 러브 송>에는 그 활달함이 주는 슬픔이 있습니다. 소설 속 화자는 사귄 지 열흘밖에 안 된 연인의 죽음 앞에서 어떤 감정을 느껴야 될지 몰라 당황하는 청년입니다. 청년은 연인의 장례식장으로 가는 내내 둘 사이에 감정을 추적하고 애호하며 의심하고 반추합니다. 그러곤 결국 자신도 예측하지 못한 마음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지요. 이토록 생각 많은 화자가, 이토록 관계를 예민하게 분석하는 인간이, 자기도 모르게 풍덩 들어갔다 나온 곳에 남긴 흔적을, 바닥을 적신 물기를 바라봅니다. 어쩌면 프루스트가 말한 종이꽃, 수중화가 피어나는 곳의 성질도 이와 같았을까요. 그럼 작가의 문장이, 문장 속에 과거가 현재의 독자를 만나 천천히 부풀 때, 그 문장은 예전 것일까요, 지금 혹은 미래의 것일까요. 정확히 답할 순 없지만 꽃피는 3월, ‘타인의 몸’이라는 아주 먼 장소에서 온 문장이 이렇게 또 당신을 만납니다. 삶을 두 번 사는 방식으로, 수중화가 됩니다.
소설가 김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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