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김현, 「◉ 인간」

  • 작성일 2018-03-29
  • 조회수 4,841


[caption id="attachment_273042" align="alignnone" width="640" class="cente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caption]




작품 출처 : 김현 시집, 『입술을 열면』, 창비, 2018.




김현 |「◉ 인간」를 배달하며…



이 시에 붙은 동그라미 기호들이 당신의 눈동자라면, 당신은 인간을 어떻게 바라볼까요?
“인간이라니, 무슨 뜻이지요?” 이 질문에 그리스인 조르바는 이렇게 답합니다. “그건 자유라는 거지!”* 세사르 바예호라면 이렇게 말하겠죠. “슬퍼하고 기침하는 존재.”**
이 시를 읽으며 정의해 봅니다. 인간은 자기를 향한 폭력 앞에서도 평화를 그릴 수 있는 존재.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요? 생명력을 주관하는 열세 번째 천사가 죽으면 열네 번째 천사가, 열네 번째 천사가 죽으면 그 다음 천사가 가슴 속에서 다시 태어날 테니까요. 우리는 어둠 속에서 마주보고 서있는 벽 같은 존재들. 거기에는 늘 구멍이 있어요. 당신의 눈빛이 그 속으로 쏟아졌기에 내 가슴이 천사를 본 듯 환하게 흔들렸죠.

시인 진은영


*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열린책들)
** 세사르 바예호, 『희망에 대해 말씀드리지요』(문학과지성사)

문학집배원 시배달 진은영

▪ 1970년 대전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철학 박사
▪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문학상담 교수
▪ 2000년 『문학과 사회』 봄호에 시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가는 노래』, 저서 『시시하다』,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 사회적 트라우마의 치유를 향하여』, 『문학의 아포토스』,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등.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 1500

댓글13건

  • 10408문관호

    나는 개인적으로 몇번째 무엇 같이 이야기가 잘짜여진 상징적인 것들을 좋아한다. 본래 천사라는 것은 거룩하고 성스러운 존재이지만 이시에서의 단어선택을 통해 이 시에서의 의미를 보자면 이 시에서도 천사라는 것이 꼭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착한 역할만이 아니라는 생각이든다. 내 생각에는 13번째 천사라는 것은 12월달이 지나고 오는 1월달을 말하는 것 같다. 한겨울에 생명력이란 많은 의미가 있다. 겨울잠을 자는 생물들을 관리한다는 것 같고 14번째 천사는 2월달이며 주관한다는 뜻은 봄이 오기만을 기다린다는 뜻 또 15번째를 유추해보면 겨울이 다가고 봄이오는 3월달 일듯 하다.

    • 2018-11-05 09:50:15
    10408문관호
    0 / 1500
    • 0 / 1500
  • 이 시를 읽으면서 그 동안 내가 원했던 '희망'의 모습과 내가 원하지 않았던 '희망'의 모습을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더 멀리', '더 높이'의 꿈이 줄 수 있는 활력에 사로잡혀 삶의 불가항력을 담담히 직면하지 못하는 희망, 초월의 아름다움에 빠져 추락이나 전락의 가능성은 생각하지 않으려는 고집스러운 희망과는 거리를 두고 싶었다. 그런데 종종 이러한 자기 엄결성이 과해질 때면, 이 땅 위의 존재들이 뿜어내는 아름다움에 섬세하고도 부드럽게 응답하지 못하는 고집쟁이가 되고 말았다. 생명은 태어나고 죽음으로 끝이 난다는 걸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생명력을 주관하는 천사는 계속될 것이라는 걸 담백하게 수긍할 수 있다면! 내가 되고 싶은 인간은 그런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인간이다. 삶에는 늘 중간지대가 있게 마련이고 그걸 열어보일 수 있는 건 나에게 달려 있으니.

    • 2018-08-13 07:53:47
    0 / 1500
    • 0 / 1500
  • 한 줄

    시어보다 시의 배경 가득한 눈동자가 먼저 들어오는 이 시를 읽으면서 생각한다. ‘눈싸움’이라는 게임이 만들어질 수 있을 만큼 계속해서 눈을 뜨고 있는 일은 불가능한 일. 그러므로 1년 365일, 살아 있는 동안, 깨어 있는 동안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든 것을 본다는 것도 불가능한 일. 따라서 시력이 좋지 않다거나, 눈에 장애가 있어 시야를 확보하지 못한다는 것은 정도의 차이일 뿐, 존재 하는 모든 것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은 시력이 좋은 비장애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이 ‘인간’을 얘기하면서 이렇게 ‘눈’으로 환기 시키는 이유는, ‘영혼의 동공’을 말하고 싶어서였을 거다. 아이도 어른도, 노인도, 여성도, 남성도,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누구나 똑같이 만들 수 있는 ‘영혼의 동공’. ‘생각하는’, ‘이성을 가진’, ‘도구를 쓰는...’. ‘인간’보다 내가 먼저 되고 싶은 인간은 ‘영혼이 동공’을 가진 인간, ‘영혼의 동공’을 만들 줄 알고, 그 눈으로 세상을 보는 인간이다.

    • 2018-08-13 05:59:05
    한 줄
    0 / 1500
    • 0 / 1500
  • 브러쉬

    읽고 또 읽어보아도 각주의 영향권에서 이 시를 따돌릴 수 없을듯하다. 각주가 없었더라면 2연과 3연, ‘밤이 되면/ 잉크를 쏟는다// 영혼에 동공을 만드는 것이다’는 그저 아름답고 환상적인 시구로 읽혔을 것이다. 하지만 각주에서 여러 번 등장하는 ‘물대포’를 보고 난 뒤에는 마냥 황홀감에만 젖어 있지 못하게 되었다. 밤에 잉크를 쏟아 만든 영혼의 동공이 물대포가 그리는 원과 그 앞에 선 인간을 떠올리게 만든 것이다. 시인이 생각하는 ‘인간’은 천사와 동떨어져 있지 않은 존재다. 나 역시 천사의 존재를 긍정한다. 모든 사람의 뒤에는 자신의 천사가 있다고 믿는 이 무책임에 가까운 낙관주의는, 김현 시인이 말하는 ‘인간’에 와서 어떤 가능성을 만난듯하다. 그 가능성이란 천사들의 연대다. 열 세 번째 천사가 주관하던 밤을 지나 열 네 번째 천사가 주관하는 밤에서, 인간은 따로 존재할 수 없는 존재로, 그러나 자신만의 천사를 그려보며 살아갈 수 있다.

    • 2018-08-07 15:46:59
    브러쉬
    0 / 1500
    • 0 / 1500
  • 희야80

    시를 읽으며, 진은영 시인님의 배달글을 읽으며, 문득 고대 그리스인들의 '항전의식'이 떠올랐습니다.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그 정신은 그저 전쟁에서만이 아닌 삶에 있어서도 싸워야 할 일에 싸우는 삶의 항전의식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삶에서의 항전의식은 전쟁보다 더 어려운 거 같습니다. 인간다움도, '인간'이란 정의를 명료하게 하지 못하는 것은 삶이 너무나 복잡한 메커니즘으로 되어있기 때문은 아닐런지요. 그래서 우리는 저마다 인간을 정의하고 살아가는 인간인가 봅니다. 그리고 인간은 인간이 무엇인지 여전히 알 수 없어도, 인간은 인간을 탐구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누군가는 시를 통해, 누군가는 그림을 통해, 누군가는 음악을 통해, 자신들의 탐구 결과를 내보이는 것은 아닐까요. 그럼 여기서 정의해봅니다. 인간은 인간 자신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않는 존재라고요. 그래서 시인의 열세번째, 열네번째 천사가 바로 우리 인간인 거 같습니다.

    • 2018-08-06 03:29:13
    희야80
    0 / 1500
    • 0 /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