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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꽃잎2」

  • 작성일 2018-05-24
  • 조회수 8,254


[caption id="attachment_273042" align="alignnone" width="640" class="cente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caption]




작품 출처 : 김수영, 『김수영 전집1』, 민음사, 2009.




김수영 |「꽃잎2」를 배달하며…



에세이스트 크리스티앙 보뱅은 사랑하는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중독자가 되었습니다. 무엇에 중독되었냐구요? 꽃이랍니다. 집안 곳곳에 꽃을 가득 두면 “단조로운 허무함에 맞서는 노랑, 하양, 빨강, 파랑, 분홍의 반박”이 느껴져 아내의 부재를 겨우 견딜 수 있었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언제 꽃이 필요하세요? 시인은 예전과는 다른 시간을 위해서, 원수를 지우기 위해서, 무엇보다 누군가와 주고받기 위해서 꽃을 원하네요. 그런데 간절히 원하던 꽃은 금세 보기 싫은 꽃이 됩니다. 꽃잎은 시들고 마르고 떨어지니까요. 그렇지만 시인은 노란 꽃이 져도 또 꽃이 핀다는 것을 믿습니다. 계속 필 것이라는 꽃의 약속이 우리 눈앞에서 떨립니다.

시인 진은영


* 크리스티앙 보뱅, 『인간, 즐거움』, 이성민 옮김, 문학테라피, 2013.

문학집배원 시배달 진은영

▪ 1970년 대전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철학 박사
▪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문학상담 교수
▪ 2000년 『문학과 사회』 봄호에 시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가는 노래』, 저서 『시시하다』,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 사회적 트라우마의 치유를 향하여』, 『문학의 아포토스』,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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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7건

  • 10811이승준

    나는 이 시를 읽으면서 "꽃을 주세요"나 "꽃을 받으세요"등의 운율이 나에게는 매우 생동감이 느껴지는 운율이라고 생각했다. 고뇌, 뜻밖의 일 등을 위해 꽃을 주는 나 자신은 어떤 심정을 느끼게 되는지 잘 나타나있고 누군가를 위해, 누군가의 원수를 지우기 위한 것이라고 나타나는 표현이 드러나는 것은 내가 처음에 이 시를 고를때 생각했던 밝고 활기찬 꽃잎의 이미지와 반대돼서 이 시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느끼게 해주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기에 나는 이 아름다운 시를 선택한 계기는 꽃잎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게 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꽃을 이루는 꽃잎이란 꽃에게는 어떤 존재였는지 생각하게 해주었다.

    • 2018-11-05 15:53:22
    10811이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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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811이승준

    나는 이 시를 읽으면서 "꽃을 주세요"나 "꽃을 받으세요"등의 운율이 나에게는 매우 생동감이 느껴지는 운율이라고 생각했다. 고뇌, 뜻밖의 일 등을 위해 꽃을 주는 나 자신은 어떤 심정을 느끼게 되는지 잘 나타나있고 누군가를 위해, 누군가의 원수를 지우기 위한 것이라고 나타나는 표현이 드러나는 것은 내가 처음에 이 시를 고를때 생각했던 밝고 활기찬 꽃잎의 이미지와 반대돼서 이 시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느끼게 해주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기에 나는 이 아름다운 시는 꽃잎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또 꽃을 이루는 꽃잎이란 꽃에게는 어떤 존재였는지 생각하게 해주었다.

    • 2018-11-05 15:36:32
    10811이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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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가에 피어 있는 꽃을 우연히 발견하고 그 의외성과 아름다움에 젖어드는 게 아니라 일부러 꽃을 찾는 경우는 사실 나란 사람이 꽃을 상당히 좋아해서 꽃을 선물 받으면 기뻐한다는 것, 꽃이 시들어가는 모습에서도 묘한 아름다움을 느끼곤 한다는 것을 내 스스로에게 떠올리게 하고 싶을 때이다. 하지만 이러한 목적성과 같은 번잡한 생각들도 꽃이 뿜어내는 소란함 앞에서는 그만 사그라들고 만다. 꽃의 글자가 비뚤어지지 않도록 꽃을 찾기 전의 것을 잊어버려야 하는 순간에서 꽃의 글자가 다시 비뚤어질 만큼 꽃을 찾기 전의 것을 잊어버리게 되는 순간에 이르기까지 꽃은 내내 떨리다가 별안간 '보기 싫은 노란꽃'이란 글자 다음에 '슬픔', '아름다움' 등등의 글자들이 숨어 있었음을 살며시 들려주기 때문이다.

    • 2018-09-03 13: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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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러쉬

    화단에 핀 무수한 꽃 중 단 하나의 꽃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심정으로, 한참 우두커니 앉아 이 시를 들여다본다. 그러나 나는 꽃에 매료된 것이 아니다. 내가 이끌린 건 시인의 목소리, "꽃을 주세요"하는, 언뜻 구애로 보이나 실상 회유에 가까운, 어쩌면 꽃을 잊었거나 모르는 자들에게 강력히 호소하는 언어였다. 시인은 여느 시에서 꽃을 다루는 방식처럼 꽃을 쉽게 대상화하거나 무력으로 취하지 않는다. 꽃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대신 시인은 읽는 이의 코앞에 '꽃'이라는 글자를 데려다놓고 온종일 떠다니는 그것을 바라보도록 만든다. 그 태도는 일견 폭력적으로 비치지만 청유형의 문장이 그 위를 둥그스름하게 감싸고 있어, 어느새 나는 가랑비에 옷 젖듯 이 낯선 달콤함에 온전히 젖어버렸다. 이러한 감각, 꽃의 전복. 영어식으로 말해 관사 'a'가 'the'가 되는 순간, 꽃이 '노란 꽃'이 되는 순간, 노란 꽃에 다시 의미를 부여하고 꽃의 글자를 이리저리 흔들어보는 순간, 나는 꽃의 주인이 아니라 꽃에 파묻힌 사람으로, 꽃의 언어가 나의 언어가 되는 언어도단의 세계에 휘말려버려 불가항력적으로 꽃의 소음을 바로 듣고 있었다. 꽃의 본질은 보는 것 외에 듣는 것에도 있다고 시인은 말해주고 싶었을까? 언제부터인가 꽃을 보면 바로 카메라를 꺼내들어 사진을 찍는 버릇이 생겼다. 꽃이 나를 끌어당긴 것이다. 꽃이 아름답다고 느끼면 늙은 거라는데. 그런데 그 말은 꽃의 아름다움을 꽃의 무용함에서만 찾는 사람들이 지어낸 말은 아닐까? "꽃을 주세요"하고, 내가 먼저 꽃을 끌어당기면 꽃과 나 사이에는 관계가, 믿음이, 의미가 맺어지려나? 꽃을 대하는 마음이 내가 타자와 관계 맺는 방식을 고스란히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해보며, "영원히 떨리면서 빼먹은 모든 꽃잎을 믿으세요"의 '꽃잎'을 배역으로 잘못 읽은 자리에 계속 머물러보며 오늘은 꽃잎처럼 흔들려보아야지. 나를 흔든 것이 무엇도 아니라 죽은 시인의 육성이라 할지라도.

    • 2018-07-25 16:07:42
    브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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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perto

    ‘꽃에 담긴 못 보는 글자, 떨리는 글자, 영원히 떨리면서 빼먹은 모든 꽃잎’이라는 표현에서 꽃잎 하나하나가 마치 글자들로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꽃 한 송이에 담길 수 있는 수없이 많은 말들이 떠오릅니다. 길가에 핀 꽃송이들을 유심히 들여다 볼 때도 내 안에 번지는 느낌들이 다양해서 그 들꽃들이 전하는 말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으로 꽃들에 시선을 집중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꽃 한 송이 선물할 때조차 그 꽃이 전하게 될 말을 얼마나 신중하게 판단해서 건네는지. 대부분 꽃 모양이 예뻐서 그 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꽃말이 좋아서 좋아하게 되는 꽃들도 있습니다. 젊은 시절에 나는 백합꽃을 좋아했습니다. 먼저는 작지 않은 꽃봉오리에서 화려하지 않은 힘이 느껴지기 때문이었고 나중에 꽃말이 ‘순결’, ‘변함없는 사랑’이란 걸 알고 나의 선택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된 기억이 있습니다. 시인은 어떤 노란 꽃으로 시인의 말을 전하려고 했을지가 궁금해집니다.

    • 2018-07-23 02: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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