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 「늙은 코미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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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출처 :문정희 시집, 『작가의 사랑』, 민음사. 2018.

 

 

 

문정희 |「늙은 코미디언」을 배달하며…

 

 
    시인이 깨달은 세상의 큰 비밀은 뭘까요? 세상은 웃음과 눈물, 빛과 어둠처럼 이분법적인 정리가 불가능한 곳이라는 것. 어떤 순간은 쨍하게 환하고 어떤 순간은 가늠할 수 없이 깜깜하다면 의외로 사는 일은 간단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세상은 늘 모호한 순간들을 우리에게 선물합니다. 웃긴 일 같은데 슬프고 슬픈 것 같은데 웃겨요.
    그래서 ‘나는 외로워’, ‘나는 슬퍼’와 같은 말들은 내 마음을 표현하기에는 너무 미흡합니다. 시를 쓰세요. 비유를 써서 말해보세요. 네루다처럼 “나는 터널처럼 외로웠다”고.* 내가 외로울 때 내 가슴은 터널처럼 어둡습니다. 내 속의 새들은 밝은 곳을 찾아 날아갑니다. 밤이 되면 더욱 깜깜한 것이 내 안으로 침입해 들어옵니다. 당신의 외로움에 대해 이렇게 충분히 말해주세요. 당신은 무엇처럼 외로운가요?
 
 

   시인 진은영

 

* 파블로 네루다, 「한 여자의 육체」 중에서 (『네루다 시선』, 정현종 옮김, 민음사, 2007)
 
 

문학집배원 시배달 진은영

▪ 1970년 대전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철학 박사
▪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문학상담 교수
▪ 2000년 『문학과 사회』 봄호에 시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가는 노래』, 저서 『시시하다』,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 사회적 트라우마의 치유를 향하여』, 『문학의 아포토스』,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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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23 일 23 시 전
진리와 위로, 행복. 이처럼 허망한 말들이 있을까. 누군가(대다수가 나를 잘 안다고, 나를 아낀다고 하는 가족, 친인척, 지인들이 대부분)는 나를 보고 왜 이제 와서 시를 보냐고, 때론 시만 읽느냐고 질문을 던진다. 그럼 난 누군가(나를 다 알고 아낀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말을 배워야겠어. 질문에 대답할 말이 없네.” 돌 지난 아이들이 살아 있음의 한 명증으로, 말을 배우기 위해 낱말카드를 집어 들었다면, 나는 삶을 살아내기 위한 말을 배우기 위해 시를 들었다. 맞다. 그 이유다. 도무지 이 삶에서, 내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주고받는 말들로는 설명되기도 어렵고 이해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므로. 분명히 삶을 향한 말들이지만 그 말들로는 더 이상 삶을 찾아 낼… Read more »
푸른상아
23 일 14 시 전
예전에 가족들과 여행 중 중국인들의 서커스 쇼를 본 적이 있습니다. 작고 마른 사람들이 줄에 매달려 춤을 추고, 불을 내뿜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놀라고 환호하며 박수를 칠 때, 혼자 갑자기 너무 슬퍼지고 마음이 알알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실제로 그분들은 그러지 않을 수도 있는데, 왠지 거부할 수 없는 삶의 운명을 살아내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나에게도 그런 삶의 조건들이 있었습니다. 가난이 그러했고, 예기치 못했던 일들이 이유도 알려주지 않은채 나의 세계를 암울하게 물들였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때 시를 썼다면 더 좋았겠지만, 나는 잠을 잤습니다. 잠을 자면 꿈을 꾸고 꿈에서의 나는 내가 아닐 수 있었습니다. 나에게 있었던 일들이 나의 것이 아닐 수 있었습니다. 하늘을 날고, 바다… Read more »
브러쉬
23 일 9 시 전

엄청 길게 다 썼는데 지워져서 속상…

희야80
23 일 9 시 전
세상의 큰 비밀까지는 아닐지라도, 누구나 저마다 비밀을 만나는 순간들이 있지요. 그것이 세상의 비밀이든, 진리이든, 이치이든 혹은 나만 아는 비밀을 들킨 것같은 순간까지… 시인이 그러했듯(시인과 화자가 다를지도 모르지만 시인의 고백같아서) 며칠 전, 엄마와 밥을 먹으며 TV에서 재방송으로 하는 드라마를 보다가 몰래 눈물을 삼키며 밥을 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 곁에 남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었는데, 한없이 사랑스럽고 감동스러운, 두 주인공의 사랑이 해피엔딩으로 가는 그 장면에 저는 눈물이 와락 쏟아졌습니다. 저들처럼 연인사이는 아니었지만 누군가에게 전하지 못한 진심, 미처 저역시 제 마음을 몰랐던 그 때에 대한 회한같은 눈물이었습니다. 요즘 들어 자의반, 타의반으로 시를 쓰고 있는데(쓴다기 보다 써보려 하고 있다고 해야겠지만) 만약… Read more »
브러쉬
23 일 9 시 전
얼마 만큼을 살아야 인생에서 느끼는 것에 대해 충분히 말할 수 있을까? 답은 제각기 다르겠지만 이 질문에 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매력적인 오답의 세계에 인도된 것일 테다. 노랫말처럼 우리의 삶에 정답이란 없고(윤상, '사랑이란') 각자 손에 쥔 답은 저편에서 보면 가차없이 오답일 테니까. 다시 한 번, 이번에는 조금 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질문의 주사위를 굴려본다. 우리는 매순간 충분히 감정을 느끼고 살아가나? 내 편에서 보자면 이 질문에 자신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존재는 한 부류의 인간, 어린아이뿐이다. 한때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어린아이가 터뜨리는 울음은 나를 곧잘 슬픔의 세계로 데려간다. 원하는 무언가를 얻기 위한 울음 말고 맹목적인, 자신도 어쩌지 못해 터져나오는 울음. 그것은 '시 같은 것'에… Read more »
aperto
23 일 9 시 전
웃음과 눈물 사이 살기 위해 버둥거리는 어두운 맨 땅. 그 맨 땅에다 시인은 시를 쓴다, 거꾸로 뒤집혀 버둥거리는 풍뎅이처럼. 어쩌면 나도 시인이 발견한 그 어두운 맨 땅을 알고 있을 거다. 짧지 않은 인생의 시간을 보내면서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으니까. 시인은 어린 나이에 세상의 큰 비밀을 알게 되었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나 세상의 큰 비밀을 발견했다고 해도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 발견에 뒤따르는 행위일 것이다. 시인은 시 같은 것을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하지만 시인이 자신의 시 쓰는 행위를 거꾸로 뒤집혀 버둥거리는 풍뎅이에 비유했을 때 가장 먼저 드는 느낌은 안타까움이었다. 살기 위해 끊임없이 몸부림치는 풍뎅이가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풍뎅이는 어쩌다… Read 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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