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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 「최미진은 어디로」 중에서

  • 작성일 2018-07-12
  • 조회수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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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출처 : 이기호 소설집,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9-12쪽, 문학동네, 2018.



이기호│「최미진은 어디로」를 배달하며…



한 작가가 중고나라 사이트에 염가로 올라온 자신의 책을 발견합니다. 그러곤 ‘모욕을 당했다’는 생각에 책의 판매자를 직접 찾아 나섭니다. ‘다른 작가는 칠천원, 사천인데 어째서 내 책만 무료증정인가?’ 번뇌하는 소설가라니 처음부터 흥미진진하지요? 그렇게 ‘나’는 누군가의 디지털발자국을 열심히 좇다, 언젠가 자기도 모르게 타인의 삶에 남기고 온 손자국과 마음자국을 발견하고 맙니다. 그러곤 거기 고인 뜻밖의 감정과 조우하지요. 희극을 일컬어 ‘웃으면서 풍습을 고친다’ 한 사람이 플로베르였던가요? 이런 소설을 읽을 때 저는 종종 ‘웃으면서 자세를 고쳐’ 앉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단편에 정작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최미진은 정말 어디로 간 걸까요? 그 빈 곳의 무게, 그 생략의 무게가 제 가슴에 묘한 자국을 남깁니다. 우리가 날마다 이곳저곳에 뿌리는 디지털발자국과는 또 다른 흔적으로요.

소설가 김애란




문학집배원 문장배달 김애란

• 1980년 인천 출생,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졸업
• 소설집 『바깥은 여름』, 『달려라. 아비』, 『비행운』, 『침이 고인다』, 『서울, 어느 날 소설이 되다』, 장편소설 『두근 두근 내 인생』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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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건

  • 익명

    정말로 저런 일이 있다면 정말 살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익명이라고 해서 막말을 서슴지 않는 존재들, 타인의 아픔을 폐기물 다루듯 하는 족속들이 우리 바로 곁에 있더군요. 믿고 싶지 않지만, 정말 그렇더군요. 서글퍼 지기도 전에 그들과 함께 공존해야 하는 운명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존재로 살지 않기 위해 바둥거릴 필요를 상실했을 때 조차 그들은 너무 아무렇지 않더군요.

    • 2018-08-10 16:19:37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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