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호, 「최미진은 어디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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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출처 : 이기호 소설집,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9-12쪽, 문학동네, 2018.
 

 

 

이기호│「최미진은 어디로」를 배달하며…

 

 

    한 작가가 중고나라 사이트에 염가로 올라온 자신의 책을 발견합니다. 그러곤 ‘모욕을 당했다’는 생각에 책의 판매자를 직접 찾아 나섭니다. ‘다른 작가는 칠천원, 사천인데 어째서 내 책만 무료증정인가?’ 번뇌하는 소설가라니 처음부터 흥미진진하지요? 그렇게 ‘나’는 누군가의 디지털발자국을 열심히 좇다, 언젠가 자기도 모르게 타인의 삶에 남기고 온 손자국과 마음자국을 발견하고 맙니다. 그러곤 거기 고인 뜻밖의 감정과 조우하지요. 희극을 일컬어 ‘웃으면서 풍습을 고친다’ 한 사람이 플로베르였던가요? 이런 소설을 읽을 때 저는 종종 ‘웃으면서 자세를 고쳐’ 앉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단편에 정작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최미진은 정말 어디로 간 걸까요? 그 빈 곳의 무게, 그 생략의 무게가 제 가슴에 묘한 자국을 남깁니다. 우리가 날마다 이곳저곳에 뿌리는 디지털발자국과는 또 다른 흔적으로요.
 

소설가 김애란

 

 

 

문학집배원 문장배달 김애란

• 1980년 인천 출생,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졸업
• 소설집 『바깥은 여름』, 『달려라. 아비』, 『비행운』, 『침이 고인다』, 『서울, 어느 날 소설이 되다』, 장편소설 『두근 두근 내 인생』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