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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소리 제541회 : 문태준 시인의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편

  • 작성일 2018-07-25
  • 조회수 1,162
  • 방송일2018-07-25
  • 러닝타임1시간13분
  • 초대작가문태준 시인


문장의 소리 제541회 : 문태준 시인의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편


인터넷 문학 라디오 <문장의 소리>는 2005년부터 지금까지 560여명의 초대손님이 다녀갔습니다. 연출과 진행, 구성 모두 현직 작가이며 2018년도는 소설가 조해진, 해이수, 시인 정현우가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사이버문학광장 홈페이지와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를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스태프

연출 조해진(소설가)
진행 해이수(소설가)
구성작가/로고송 정현우(시인)



ㅇ 코너
- 작가의 방 :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책들의 방 : 책을 둘러싼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을 초대하여 이야기를 나눕니다.
- 첫 책을 소개합니다 : 첫 책을 발간한 작가가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작품을 소개합니다.








오프닝 : 최인훈 『광장』








<로고송>








1부 <작가의 방> / 문태준 시인




문태준 시인은 199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데뷔하여 시집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 『가재미』, 『그늘의 발달』, 『먼 곳』,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등을 출간하였습니다. 최근 시집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가 새로 나왔습니다.


Q. DJ 해이수 : 사모라는 단어가 선생님에게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A. 문태준 시인 : '사모'라고 하니까 사극 같은 느낌이 좀 없잖아 있기도 한데... 이 사모라는 말을 고르고 난 다음에 시 쓰는 선배 한 분이 이런 얘기를 하셨어요. "사모라는 말은 사랑이라는 말이라든지 연애하는 마음, 이런 것하고는 좀 다른 결 같다." 그분이 해석해주기를 "사모한다는 것은 내 마음 속에 한 사람을 모시는 일이다", "'모심'이다"라고 얘기를 하셨어요. 사실은 그렇게까지 생각이 미치지는 못했었는데 그 말씀이, 해석이 굉장히 좋았어요. 그래서 사모라는 것을 그렇게 보는 것이 더 적절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사모라는 말은 「호수」라는 시의 일부분에 들어있는데 어느 날 제가 큰 호숫가를 몇 바퀴 돌면서 아침에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호수의 잔물결이 바람에 밀리면서 스러지는 것을 봤죠. 물결이 스러지고 무너지는 것을 봤는데 '아, 호수의 중심이라고 할 만한 곳에 내가 사모하는 사람의 마음과 사모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이 호수라는 것을 나의 마음의 공간으로 본다면, 나는 비록 이 호숫가를 거닐고 둘레를 맴돌면서 저 잔물결처럼 스러지는 존재에 불과하겠지만 내 마음의 중심에는 사모하는 님이 계시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사모라는 말을 썼던 것이죠. 그렇게 해석해보면 그 선배가 "한 사람을 마음에 모시는 것이다"라고 말한 것이 굉장히 잘 맞는 비유인 것 같습니다.


Q. 이번 시집에서도 수많은 것들과 얽혀있는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데요. 이 관계에 대해서 말하고자 했던 것이 있습니까?

A. 관계는 이번 시집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누군가와 관계 맺는다는 것은 계속 주고받는 것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나라는 사람도 나를 설명하려면 나와 같이 살아가고 나와 생각과 말을 주고받는, 그리고 감정을 주고받는 주변에 있는 사람을 통해서 나라는 사람을 설명할 수 있다고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게 불교에서는 공사상과 연결이 되는 부분이기도 한데 그렇게 거창하게 얘기하지 않더라도 나는 누군가와 끊임없이 주고받고 연락하고 교섭하잖아요. 그리고 이 둘의 관계는 수평적인 관계에 있고 우위도 없고 열세도 없는 그런 관계에 있다는 거죠. 그래서 예를 들어서 공동체를 이룬다면,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는 공동의 재산을 공유한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관계에 대한 생각들을 이번 시집에서 좀 풀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Q. 시 속에서 그려내는 서정의 거리, 시적화자와 대상의 거리가 가까워졌다라고 느껴졌어요.

A. 시가 포착하려고 하는 것이 예를 들면 바람이 지나가면서 버드나무라든지 플라타너스 잎사귀들을 흔들지 않습니까. 우리가 감각할 수 있는 그런 움직임들을 시가 포착하려고 애쓰는 거죠. 애쓰는 것인데 정적으로 보이고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도 사실은 내부가 격렬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거울이라든지 돌이라든지 화병이라든지 이런 것들도 다 시적으로 감흥 할 수 있는 대상들이 된다는 거죠. 그것은 아마도 그 대상들하고 많은 시간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침묵 속에서도 뭔가 주고받는 것이 생긴다는 거죠. 정적으로 아무 말 없이 서있는 빗돌과도 우리는 대화가 가능하고 마음을 입힐 수 있다. 그래서 그런 시들도 있었어요. 예전에 박찬 선생님께서 쓰신 시 내용이, 산에 있는 누군가를 만나러 갔는데 그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는 거죠. '소'라고 해서 작은 물웅덩이가 있잖습니까. 고인 물에 녹음이 아주 우거진 나무가 비치는 것을 본거죠. 보면서 '아, 내가 오늘 만나지 못한 그 이도 저처럼 잘 살고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며 돌아왔다는 것인데 그 때 그 소에 비친 풀은 나무의 물그림자 같은 것이에요. 이런 것은 사실은 우리가 대화가 가능하지 않은 것이지만, 내가 만나고 싶었던 사람, 그 사람이라는 대상을 입힌 거죠. 그런 점들도 그런 대화들도 문학에서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문장들>


문태준 시인은 백석 시인의 시 「산숙」을 낭독합니다. 시를 쓰기 전에 읽게 되는 매력적인 시 중 하나라고 합니다. 담담하지만 삶을 살피는 백석 시인의 마음이 잘 느껴지는 시 입니다.








<사운드 앤 스토리>


문태준 시인이 가져온 소리는 절에서 새벽이나 저녁 예불 모시기 전에 소종을 치는 소리입니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참 좋은 소리입니다. 시인은 공주의 마곡사에 가만히 앉아있었던 기억이 떠오른다고 말합니다.








2부 <책들의 방>/ 뉴스페이퍼 육준수, 이민우 기자 2




두 번째 시간은 가장 사랑하는 책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육준수 기자는 황정은 소설가의 『아무도 아닌』에 수록된 「상류엔 맹금류」를, 이민우 편집자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해결하고자 만든 <현장잡지> 5월호 ‘빵과 장미’에 실렸던 김현 시인의 시 「무덤」의 일부를 읽습니다.


Q. 어떤 독특한 정서, 어떤 분위기가 특히 이 작품에서 마음에 드시던가요?

A. 육준수 : 아까도 말했다시피 전반적으로 정서가 서글프고 외롭다는 느낌을 저는 받았어요. 그리고 제가 읽은 부분이 어떤 수목원에 가기 전에 준비하고 있는 모습인데 보통 어디 놀러간다 그러면 굉장히 신나잖아요. "어디 가자!" "뭐 보러 가자!" 그러는데 굉장히 불안하게 표현되어 있어요. 균형도 맞지 않고 조약돌 깨지는 소리가 나면서 복사뼈를 세게 다쳐요. 그런데 그 불안감을 감지하는 존재가 화자밖에 없다고 느껴져요. 어머니는 멍하니 그냥 바라만 보고 있고 그런 것들이 우리가 일상 속에서 나 혼자만 발견하게 되는 아픔들처럼 느껴졌고요. 어쩌면 제 아픔이나 그런 것들이 타인에게 공감 받지 못하고 이후에는 나조차 그 원인조차 알지 못할 정도로 그렇게 소실돼버릴 때가 종종 있지 않나. 그래서 상류엔 맹금류의 이 부분을 선택했습니다.


Q. 그 부분을 선택한 이유를 들을 수 있을 까요?

A. 이민우 : 사실은 이 시를 현장에서 김현 시인이 낭독하는 것을 직접 들었는데요. 시가 어떤 사람에게는 눈물보다는 몸을 울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경험이 있어요. 그리고 실제로 자신의 아픔이 타인의 아픔으로 이어지는 공감능력 같은 것들이 이 시에 있지 않나 하는 믿음이 있어서 읽게 됐습니다.


Q. 현장잡지에서 문인들이 발견한 문제점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인가요?

A. 이민우 :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는 사회에서 많이 이슈가 됐습니다만 문인들이 발견한 부분은 이 부분입니다. 그러니까 어떤 한 사람의 삶의 터전이었던 공간이, 특히 문인들에게 장소라는 공간은 특별하지 않겠습니까. 그 공간이 법으로 보호받고 있는 게 5년입니다. 5년만 넘으면 건물주가 금액을 얼마를 올리든 나가라 그러든 그 사람은 그 공간을 떠나야 되는 거죠. 자신의 삶이 5년 동안 묻어있던 곳에서 쫓겨나게 된다면 그곳에서 사라진 게 돈만은 아닐 겁니다. 그 사람의 삶, 그 사람이 살았던 수많은 인생들이 사라지는 거죠. 그래서 문인들이 항상 모여서 시낭송을 하고 있는 거고. 그 시들이 어떤 세상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해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낭독회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책을 소개합니다>/ 이령 시인 『시인하다』





Q. 첫 시집이 나왔어요. 많은 생각이 들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A. 시를 쓰는 분들이라면 내가 왜 태어났는가, 나는 무엇인가, 하는 근원적 물음과 고독의 답을 찾는 과정이 삶이 라는 것을 이해하실 것 같아요. 그 둘의 등불이 되어준 내 시들의 첫 집을 지어준 일이고 글을 쓰는 일이 어쩌면 저는 삶의 허무를 견디는 일이다. 그리고 그런 지리멸렬한 삶에서 존재의 못 박기. 그러므로 나를 견디며 삶의 좌표가 되는 어떤 현상들에 대한 소박한 저만의 느낌들의 총체에다가 집을 지어주었다는 어떤 뿌듯함이 있어요. 그리고 더 좋은 집을 지어주고 싶다는 다짐도 새롭게 생겨나고 이제 다시 시작이라는 어떤 설렘이 앞서는 것 같습니다.


Q. 제목은 어떻게 지어진 건가요?

A. 제가 앞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존재를 확인하고 찾아가는 과정이 삶이라면 비단 '시인하다'는 시에 국한된 것 이라기보다는 사람 사이에서 내가 본 현상들의 어떤 모순과 의구심에 대한 제 나름의 전복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규칙과 규정, 그 속에 깃들어져 있는 어떤 진실에 대한 반문이기도 하고, 장 콕토가 말한 것처럼 시인은 거짓말로 참말 하는 숙명을 타고난 인간군이고 어떤 창의적 글쓰기를 통해서 현상과 현상의 이면의 진실까지 들여다보는 것이 어쩌면 오래된 습관이라고 할 수 있겠고요. 그래서 결론적으로 중의적인 표현입니다. 삶을 견뎌내는 '시인하다'라는 뜻과 지극하게 글을 쓰는 그런 시인이고 싶다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문장의 소리 541회는 팟빵과 팟캐스트를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구성 : 박정은(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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