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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일기//조한풍 시편

  • 작성일 2018-09-09
  • 조회수 224

 


 


 


 



 


어촌 일기 • 1


 


1.


눈 뜨면


늘 어머니 편물기 소리가


은은한 바닷가에서


해류의 맥을 짚고 계셨지


 


우리들 눈빛으로도


조금은 더 푸르게 물들인 바다


그 바다에서 바람이 일면


닻을 걷어 출어를 한다 하신다 하셨지


 


바다를 일구어


바다에서 씨 뿌리는 이는


바람소리 하나 놓치지 않는 귀를 가졌다


바다를 가꾸어


바다의 열매를 거두는 이는


노을 한 조각 놓치지 않는 눈을 가졌다


 


달과


별들의 움직임을


헤아리는 밤에는


안개 자욱한 기침소리.


 


2.


밝아오는 새벽 녘


장대 끝에선 오색 깃발 나부끼고


갑판 위에서는


그물코의 해초 잎을 뜯으시며


바다의 동화를 엮고 계시겠지


 


바다 속에도


치솟은 산과 산


열려진 들이 있고


바다 속에도 언덕과 계곡


그 사이


흐르고 있는 강물이 있다는 것을


 


우리들이 잠들 적에


이 바다에서 바다 저 끝


수 길 물속에서


은어 떼의 수맥을 캐고


파둥거리는 사금파리를 건진다


엊그제 꿈속에서 본


용궁의 여의주


뚝, 뚝, 떨어지는 그물을 당긴다


 


3.


해안선


자갈밭을 밟으며


저 편으로 발돋움하면


바닷가에선 물구나무섰다가


자꾸만 쓰러지는 바람과


어두운 밤을


서낭당 촛불로 야위신


희끗한 어머니 얼굴


 


어머니 -


정화수론 피나무 숲


한 줌 바람이라면 어떨까요


저 너머 사람들은 땅속에서


황금을 캐고


우리는 바다 속에서 식량을 건진다


저 건너 사람들은 숲에서


푸른 과일 거두고


우리는 바다 속에서 싱싱한 생선을 건진다.


 


 


어촌 일기 • 2


 


1.


동트는 모래 언덕


동백 숲을 헤치면


 


밤새 손질하시던


낚싯줄 물레소리가 아른한


바닷가에서


 


하늬바람 한 폭을


적삼에 여미시며 저울질하시는


어머니 모습


 


하늘 아래 땅 끝과


바다 밑 땅 끝에서


은밀히 속삭이는 물결소리


가만


엿듣고 계셨지


 


썰물에


바다 밑으로


바다 밑으로만 드러나는


숨겨놓은 벌판


하늘과 맞닿는 순간을


기다리고 계셨지


 


2.


바다를 가르며


수평선까지 펼쳐지는 검은 흙


바위산과


계곡 사이 흐르는


바다 속의 강


 


검붉은 바다 풀 언덕 너머


갈매기 깃 치는 갯밭을


물길 쫓아 치달리는


걸음


 


저희들 눈길이


저 편 뭍으로만 설레이는


영근 꿈 이랑처럼


출렁이는 뻘


물고랑에서


주렁주렁한 조개를 건져 올리고


 


자맥질한


열길 물속 푸른 해초 잎을


한 아름 거두어 이신


소금 서린 어머니 이마


 


어머니 -, 하면


메아리도 없는 서쪽의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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