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미, 『아홉번째 파도』 중에서
- 작성일 2018-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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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미│『아홉번째 파도』를 배달하며…
‘알아내다’와 ‘앓아내다’ 제게 두 말은 때로 같은 뜻으로 다가옵니다. 두 말 모두 어느 정도 장편의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일까요? 여기 그 장편의 세계로 우리를 ‘앓음 알음’ 안내하는 문장이 있습니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무슨 일이든 벌어질 것 같은 도입부지요. 눈앞에 한 세계가 천천히 입 벌리며 다가올 때 위화감. 작가는 그 어둠과 비밀을 현대의 행정 언어로, 어른의 문장으로 풀어냅니다. 삶을 가리키는 화살표와 죽음을 지시하는 방향이 같은 동네, 척주에서요. 그리고 이곳엔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보건소 직원 송인화가 있습니다. 오해와 고립, 죽음을 무릅쓰고요. 수천 년 전부터 어떤 인간들은 왜 그토록 비싼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무언가 알고자 했나. 안다는 건 무엇인가. 앓아내는 인간과 알아내는 인간은 어째서 꼭 한 번 만나나.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 와중에 누군가의 입맞춤, 누군가의 연애 또한 목도하는 가을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앓음 알음’은 소설뿐 아니라 사랑의 속성이기도 하네요.
소설가 김애란
작품 출처 : 최은미 장편소설, 『아홉번째 파도』, 30쪽, 문학동네,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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