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프린스호텔 소설가의 방 북콘서트 '소설가 진연주, 김의경 편'
목록

'두 소설 속 의미가 다른 각자의 방'
<프린스호텔 소설가의 방 - 북 콘서트>

 

글.사진 손정빈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가는 거리 명동. 이곳 명동에 위치한 프린스호텔 로비가 문학으로 가득 채워지는 날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프린스호텔과 함께 진행하는 <프린스호텔 소설가의 방 - 북 콘서트>를 위한 날인데요. 작가와 독자가 호텔 로비에 모여 나누는 문학 담소. 그 즐거웠던 문학의 세계로 떠나 보실까요?

 



 

지난 10월 18일 프린스호텔의 로비에는 그날의 주인공이었던 소설 「쇼룸」의 김의경 작가님과 소설집 「이 방에 어떤 생이 다녀갔다」의 진연주 작가님을 만나기 위해 독자 분들이 자리를 함께 해주셨답니다.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된 이날의 북 콘서트는 먼저 「쇼룸」의 김의경 작가님께서 문을 열어 주셨어요.

 

 

1부 : 소설가 김의경 「쇼룸」

 

소설 「쇼룸」은 전시된 아름다움을 상징하지만 그 속에 내포된 프렌차이즈형 욕망을 다룬 소설로 요즘 세대의 사람들이 보이는 아름다움을 중요시하고 추구하지만 그 속은 허황되고
정작 허전함이 채워지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날 역시 재치 있고 유쾌한 언변의 이은선 작가님께서 활기찬 오프닝으로 <프린스호텔 소설가의 방 - 북 콘서트>의 시작을 알렸는데요. 북 콘서트에 앞서 조금은 긴장하셨던 김의경 작가님도 이은선 작가님의 응원에 잘 적응하시며 여유를 찾으셨답니다.

 

소설 「쇼룸」 낭독 공연

 



 

본격적인 1부의 시작인 소설 「쇼룸」의 낭독 공연의 모습!
소설 「쇼룸」의 문장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낭독 공연으로 관객들은 소설이 관통하고 있는 이야기를 더욱 깊이 있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자신의 문장을 배우들의 공연을 통해 접한 김의경 작가님 또한 감회가 남다르셨다고 해요.

 

공연으로 더욱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김의경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나를 제대로 보고 나의 모습을 소설을 써보자

 

"예전의 저는 집안의 문제로 취직과 결혼을 정상적으로 하기 힘든 상황이었어요.
그것을 소설로 쓴 것이 「청춘 파산」이었고 그 소설로 등단을 하게 되었죠.
저의 소설은 대부분 저의 경험에서 나오는데요.
 
「쇼룸」에 나온 이야기도 대부분이 경험에서 나온 거죠.
남편과 같이 산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결혼식을 못 올렸는데
처음에 같이 살 때 다이소에서 청소용품을 잔뜩 사서 살 집에 들어갔던 기억이 있어요.
그리고 1년쯤 지나서 이케아가 등장했는데 남편은 일을 하니
저 혼자 추위에 벌벌 떨며 갔어요.
 
'뭐 별거 있겠어?' 하는 마음으로 갔는데 막상 들어가니 희번덕거리면서
쇼룸을 둘러보는 여자가 보였는데 거울에 비친 저의 모습이었어요.
 
그때 저의 상황, 집안에 대해 큰 불만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날 60개 정도의
이케아 쇼룸을 둘러보고 집에 오니 곱등이가 다니는 저의 반지하 방이
쇼룸이랑 너무 극명하게 대비가 되는 거예요.
 
그때부터 제가 '나 왜 이러지?' 의문을 가지며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케아에 가기 시작했어요. 저를 직시하고 싶었던 거죠.
저 자신과 마주 보고 나의 가난을 창피해 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말고
나를 제대로 보고 나의 모습을 소설을 써보자 하고 쓴 것이 바로 「쇼룸」 이에요.
 
저는 가난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쓰지만 제 글은 가난하지 않기를 바라요.
아주 풍성한 이야기들로 글을 채울 거예요."

 

김의경 작가님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이야기들을 써왔고 앞으로도 써나갈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자신만의 이야기가 아닌 동시대 모두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작품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합니다. 그로 인한 소설이 매개체가 되어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말씀도 전하셨어요.

 

 

 

김의경 작가님의 진솔한 토크에 이어 초대 손님으로 진연주 작가님이 자리해 주셨는데요. 이날 진연주 작가님이 낭독해 주신 「쇼룸」의 문장을 잠시 감상해 보실까요?

 

 

 

"그날 영화는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나는 연애란 외로움과 외로움이 만나는 지점에서 생겨나는 우연의 산물이라는 생각을 했다.
30대의 연애란 불꽃같은 열정이라기보다는 아무리 애를 써도 뿌리 뽑을 수 없는 허무함과
고독을 잠시 잊을 수 있다면 기꺼이 뛰어들 수 있는 그 무엇이다.
 
나에게 영화는 타이밍을 잘 맞춰 눈앞에 나타나 자존심을 굽히지 않고도 잠시
쉬다 갈 수 있도록 허락해준 친밀한 타인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내가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는 충분했다."

 

 

진연주 작가님이 이 문장을 고른 이유는 「쇼룸」은 두 가지 층위인 관계와 물건이 맞물려서 돌아가는 내용인데 물건은 이케아와 같이 많은 곳에서 논의가 있을 것 같아 관계에 대해 쓴 부분을 가져왔다고 밝히셨답니다.

 

 

 

김의경 작가님과 진연주 작가님은 서로에게 지치지 않고 글을 썼으면 좋겠다는 말과 건강관리를 잘해서 작품을 계속 읽게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남기며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초대 손님 코너를 마무리했답니다.

 

전혀 다른 방식의 글을 쓰고 계신 두 작가님이지만 서로의 건강을 생각하고 작품을 응원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고 뿌듯한 미소를 자아내는 시간이었답니다.

 

 

<프린스호텔 소설가의 방 - 북 콘서트> 1부를 마무리 하며

 

「쇼룸」은 의도하지 않고 이케아에 가게 된 김의경 작가님의 경험에서 비롯된 어쩌다 낳은 자식 같은 느낌의 소설이라고 말씀하셨어요. 만약 다른 날 이케아를 가게 되었다면 전혀 다른 스토리가 나왔을 것이고 그날 보게 된 장면이 낭독 공연 속 소파에 앉아있는 여대생 3명의 모습이었기에 지금의 「쇼룸」이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의미 없이 같은 공간을 갔는데 뒤돌아보면 시인은 시를 쓰고 소설가는 소설을 쓰고 있고 연출은 희곡으로 그 장면을 극으로 만들고 있다고, 예술문학은 참 재미있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시며 김의경 작가님은 그야말로 생활밀착형 소설가라고 말하는 이은선 작가님의 멘트에 모두가 공감하게 되는 <프린스호텔 소설가의 방 - 북 콘서트> 1부였습니다.

 

 

김의경 작가님과 함께한 1부는 훌륭한 독자 서평 코너와 열띤 현장 질문 코너를 끝으로 마무리되었는데요. 작가님의 진솔한 이야기와 초대 손님으로 자리를 함께 빛내 주시며 의미있는 문장을 골라 오신 진연주 작가님 덕분에 한층 더 빛나는 문학의 밤이 될 수 있었던 <프린스호텔 소설가의 방 - 북 콘서트> 1부가 끝을 맺었습니다.

 

 

 

 

2부 : 소설가 진연주 「이 방에 어떤 생이 다녀갔다」

 

<프린스호텔 소설가의 방 - 북 콘서트> 2부의 주인공은 첫 장편소설인 「코케인」과 연작 소설집 「이 방에 어떤 생이 다녀갔다」로 주목을 받고 계신 진연주 작가님이었는데요. 1부의 초대 손님에 이어 2부에서는 <소설가의 방>의 주인공으로 함께 해주셨답니다.

 


 

2부의 낭독 공연은 어떤 방에서 자신을 스스로 유폐시켜버린 '나'의 이야기를 통해 타인과 단절된 현대인의 고독을 보여주는 이야기인 소설집 「이 방에 어떤 생이 다녀갔다」의 문장을 들려주셨답니다.

 

 

소설집 「이 방에 어떤 생이 다녀갔다」 낭독 공연

 


 

"왜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아?"
"누구한테?"
"나한테."
"널 사랑하지 않으니까"
"그런데 왜 나랑 살아"
"널 사랑하지 않으니까"

 

 

짧지만 강한 여운이 남는 낭독 공연이 이었는데요. 여기에 진연주 작가님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소설을 쓰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자 관객들의 눈이 더욱 반짝이기 시작했답니다.

 

 

 

 

내 소설은 실패로 나아가는 하나의 방식

 

"언어가 매개가 되다 보니 모순이 발생해요.
왜냐하면 언어라는 것은 결여가 되어 있거든요
예컨대, 우리가 무엇을 사랑하게 되면 그것을
사랑이라는 단어로 밖에 나타낼 수밖에 없잖아요.
그것이 항상 부족하게 여겨지게 되죠.
 
뭔가 다른 것이 있을 것 같은데 이 말 뒤편에 어떤 것이 있을 것 같은데
조금 더 신비로운 어떤 것이 있을 것 같은데 생각들을 하게 되잖아요.
 
글쓰기가 바로 그의 것들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제 소설도 그러다 보니 그 과정 속에 항상 놓여있어요.
(중략)
"언어는 그 자체로 결여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숙명적으로 언어를 다루는 사람은
실패를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제 소설은 실패로 나아가는 하나의 방식이고요.
 
간혹 저에게 소설 쓰기는 약간 형벌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쓰기를 사랑하고
언어를 사랑하고 언어를 증오하는 것만큼 사랑하고
계속해서 소설 쓰기를 해나갈 것 같고
저 같은 소설 쓰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런 소설들도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2008년에 등단을 해서 10년째 소설을 쓰고 있지만 쓰면 쓸수록 소설이 무엇인지 모르겠고 어떤 문장이 좋은 문장인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씀하시는 진연주 작가님의 진솔한 이야기가 관객들로 하여금 작가님의 작품을 더욱 이해하는 한편 창작자의 이면을 엿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아니었을까요?

 


 

이어서 역할을 바꿔 <소설가의 방> 1부의 주인공이셨던 김의경 작가님이 초대 손님이 되어 소설집 「이 방에 어떤 생이 다녀갔다」의 낭독의 시간을 가졌는데요.

 

 

"길쭉하고 불투명한 창 안쪽에 걸려있는 무엇인가도 눈에 들어왔다.
3층 집이었다. 창이 좁고 불투명해서 무엇인가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 수 없었으나
실루엣만으로는 커다란 인형이나 그래, 커다란 인형이었던 것이었다.
인터넷 서핑 중 저런 인형을 본 적이 있다.
흔히 리얼돌이라 부르는 것 같은데 사람의 살갗과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실리콘으로 제작한다고 했다.
(중략)
외피를 벗어던져야 속살이 드러나듯 나와 만나기 위해서는 외적인 소멸이 필요하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나의 외부를 수시로 목격하며 수시로 파괴하는 일처럼 여겨졌던 것이다.
또한 타인의 속살을 뚫고 들어갈 방법이 섹스뿐이고 그것이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는
모든 은유이자 상징이라면 자신과 닮은 인형과의 성적 접촉은 자신을 이해하는 가장
극적인 수단이라 여겨지기도 했다."

 

 

 

 

낭독을 마친 김의경 작가님은 "이런 상상을 할 수도 있구나"라며 꿈자리에 나올 정도로 인상이 깊었던 구절이었다고 재치 있는 소개로 로비에 둘러앉은 관객을 유쾌하게 해주셨는데요.

 

진연주 작가님 또한 자신도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며 존재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고 나를 닮은 리얼돌을 통해 나를 바라보는 것에 중심을 두고 이야기를 썼다고 답변을 해주셔서 함께한 관객들이 좀 더 폭넓게 작품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셨답니다.

 

 

Q. 두 분이 크로스 소설을 쓰게 된다면 어떨 것 같아요?

 

A. 김의경 : 연주 작가님의 방은 심리적인 방이기에 이런 심리를 불어 일으킨 현실로 들어가서 완전히 다른 소설을 쓰게 될 것 같아요.
 
이 소설은 직접적인 접촉이 없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별로 없는데 저는 등장인물과 어떻게든 접촉을 해서 연애를 하든 싸움을 하든 생활밀착, 관계 밀착 형식으로 소설을 써 나갈 것 같아요.

 

A. 진연주 : 저는 안 쓰겠습니다. 못쓰기도 하고 쓰고 싶은 마음도 없어요.
저는 다른 사람의 소설은 그 사람 자체이기 때문에 제가 어떤 식으로든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무르익어가는 분위기 속에서 마침 진행을 맡으신 이은선 작가님께서 특별한 질문을 해주셨는데요. 같은 질문에도 너무 다른 답변을 주신 두 작가님은 소설에 대한 생각과 의견이 인상 깊은 자리였답니다.

 

<프린스호텔 소설가의 방 - 북 콘서트> 2부 역시 진연주 작가님과 관객의 질문과 답변의 시간을 끝으로 마무리되었는데요. 북 콘서트를 마무리하며 진연주 작가님이 독자에게 전하는 말을 전하며 현장 소식을 마치겠습니다.

 

"독자들을 보면 요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책
이런 책들을 선호하고 많이 읽으시더라고요. 제 편견일 수 있겠지만.
하지만 그런 작품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고 좋은 작품을 쓰는
작가들이 굉장히 많아요.
 
문학이 살기 위해서는 여러분들이 좀 더 다양한 문학 작품들을 읽기 위한
작가의 몫도 있지만 독자의 몫도 분명히 있을 것 같아요.
좋은 작품들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품도 들여야 하고 시간도 들여야 해요.
 
다양하게 우리나라 작가들이 정말 좋은 시와 소설들을 많이 쓸 수 있는
풍토를 여러분들이 길러주셨으면 하고 감히 생각해봅니다."

 

 

단 한 명의 독자를 위해서라도 꾸준히 자신의 방식으로 글을 쓰겠다고 하신 진연주 작가님과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쓰고 있지만 자신만의 이야기가 아닌 동시대 모두의 이야기를 계속 쓰겠다고 하시는 김의경 작가님.

 

자신만의 방향성과 분위기를 지니고 계시지만 소설을 쓰는 목적과 독자를 생각하는 마음은 모두 같다는 걸 느낄 수 있었는데요. 이날 역시 두 분의 작품 세계와 그 뒷이야기로 시종일관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북 콘서트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더 다양한 작품으로 두 분을 뵙길 희망하며 호텔 로비에서 소설을 듣고 깊이 빠져드는 시간! <프린스호텔 소설가의 방 - 북 콘서트>는 11월 1일 소설가 김솔, 이갑수 작가님과 함께하는 자리가 마련될 예정이니 관심 있는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목록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