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곽효환, 「마당 약전(略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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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효환|「마당 약전(略傳)」을 배달하며…

 

    약전(略傳)은 한 사람의 생애를 간략하게 기록한 글입니다. 시인은 마당의 약전을 통해 하나의 공간이 얼마나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롤랑 바르트는 이렇게 말했어요. “나는 하나로 고정된 존재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톡 치면 작은 색유리 조각들이 새 문양을 만들어내는 만화경 속 유희가 좋다.”* 지금이야 병원에서 태어나고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고 결혼식장에서 결혼하고 병원에서 세상을 떠나고 장례식장에서 조문객들을 맞이하죠. 하지만 예전에는 모든 것이 한 공간에서 이루어졌어요.
    가족들이 아이의 탄생 소식을 들으며 기쁨으로 두 손을 맞잡던 곳도 마당. 집 밖이 익숙해지기 전까지 아이가 아장아장 걷던 곳도 마당. 그곳에서 혼례를 치루고, 이웃을 만나고, 물그릇을 놓고 소원을 빌기도 했어요. 세월이 흘러 숨을 거두기 전 한 사람은 떨리는 목소리로 방문을 열어달라고 말했을지도 모릅니다. 방문 너머로 자신의 한 생을 오롯이 받아준 눈 덮인 마당을 바라보며 고요히 떠나가기 위해서요. 문득,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어집니다.
 
 
* 롤랑 바르트, 『목소리의 結晶』, 김웅권 옮김, 동문선.
 
 

시인 진은영

 
 

작품 출처 : 곽효환 시집, 『너는』, 문학과 지성사, 2018.

 
 
 

문학집배원 시배달 진은영

▪ 1970년 대전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철학 박사
▪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문학상담 교수
▪ 2000년 『문학과 사회』 봄호에 시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가는 노래』, 저서 『시시하다』,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 사회적 트라우마의 치유를 향하여』, 『문학의 아포토스』,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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