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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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을 배달하며…

 

 

    최근, 신문을 읽다 ‘신라의 미소’라 불리는 경주얼굴무늬수막새를 보았습니다. 한 시대의 표정이랄까 정신이 우리에게 말을 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연히 ‘백제의 미소’나 ‘모나리자의 미소’ 같은 것들도 떠올랐고요. 만일 우리 후손들이 지금 이 세기의 대표적인 표정을 고른다면, 포 뜨고 석고 붓듯 한 곳에 고정시킨다면 그 안에는 어떤 미소가 담길까 상상한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아마 데이비드 포스터 윌리스가 말한 저 ‘프로페셔널 미소’가 새겨 있지 않을까요? 고생대 지층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것 중 하나가 삼엽충 화석이듯 사회 도처에 깔린 미소가 시시티브이 곳곳에 박힌 장소가 바로 한국이니까요. 미소 그 자체가 나쁠 리는 없지요. 문제는 그 웃음을 받히고 선 노동과 통제, 질병일 테고요. 만일 이 책의 한 부분을 통째로 배달을 할 수 있다면 실은 [조지 프랭크의 도스토옙스키]를 고르고 싶었습니다. 저자가 구사하는 재치와 달변 사이의 미로를 헤매다 문득 도착한 곳에서 그만 숙연해지고 말았거든요. 오랜만에 접한 감정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는 도스토옙스키가 웃는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네요? 우리에게 남은 게 몇몇 사진뿐이라 그럴까요? 그렇다고 도스토옙스키에게 유머감각이 없느냐 하면 다행히 또 그건 아니었지만요.
 

소설가 김애란

 
 
작품 출처 :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산문집, 김명남 엮고 옮김,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71-72쪽, 바다출판사, 2018.

 
 
 

문학집배원 문장배달 김애란

• 1980년 인천 출생,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졸업
• 소설집 『바깥은 여름』, 『달려라. 아비』, 『비행운』, 『침이 고인다』, 『서울, 어느 날 소설이 되다』, 장편소설 『두근 두근 내 인생』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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