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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지, 「중2의 세계에서는 지금」

  • 작성일 2019-01-17
  • 조회수 4,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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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caption]




장이지|「중2의 세계에서는 지금」을 배달하며…


눈이 큰 아이라니, 윤동주의 시에 나오는 소년을 닮은 얼굴이 떠오릅니다. 소년이 눈을 감으면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이 어릴 것 같은데, 세상에나 그 맑은 눈으로 삥을 뜯고 있군요. 요새 아이들은 참으로 무섭다며 탄식해야 할까요? 그럴 수가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골목을 지나치며 어른이 된 우리의 세계도 중2의 세계. 동료를 폭행하는 회사 오너에게 “수고가 참 많으십니다” 하고 얌전히 지나가는 세계. 해고된 동료에게 한 마디 위로도 못하고 돌아서면 거울 속의 내가 나를 향해 모리배**처럼 웃고 있어요. 중2 여러분, 새해에는 이 세계를 어떻게 고쳐가야 할까요? 가르쳐주세요.

* 윤동주, 「소년」 , 『정본 윤동주 전집』, 홍장학 엮음, 문학과 지성사, 2015.
** 모리배(謀利輩): 온갖 옳지 못한 수단과 방법으로 자신의 이익을 꾀하는 사람

시인 진은영


작품 출처 : 장이지 시집, 『레몬멜로』, 문학동네, 2018.



문학집배원 시배달 진은영

▪ 1970년 대전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철학 박사
▪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문학상담 교수
▪ 2000년 『문학과 사회』 봄호에 시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가는 노래』, 저서 『시시하다』,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 사회적 트라우마의 치유를 향하여』, 『문학의 아포토스』,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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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4건

  • 눈물이

    중2의 세계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닐 듯싶다. 불의를 보면 지나치라고 가르치는 어른들이 일반적인 걸 보면 어른들은 이미 그렇게 살고 있다는 거니까. 쫄면 안된다고 했지만 우리는 주로 쫄보들이다.그래서 이 시가 창피한 내 모습인 것 같아 자꾸 얼굴이 가려워 손으로 가리게 된다. 양심에 찔리는 부끄러운 마음을 갑자기 못생겨지는 기분으로 표현한 것이 재미있다.적나라하게 치부를 드러내는 표현에서 부끄러움과 함께 시원한 마음도 들게 한다.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삶의 골목마다에 거울을 놓고 나를 들여다보고 쫄보가 되지 말자 다짐하는 일일 것 같다.

    • 2019-06-21 11:14:52
    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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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놀

    단상이 많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ㅜ ㅜ 중학교때 어울리던 친구들에게 갑자기 왕따를 당해서 그뒤로 친구를 사귀지 않은적이 있다. 친구가 참 중요한시기인데 삥을 뜯고 모른척을하고 중2뿐이겠는가? ㅜ ㅜ 착찹하고 씁쓸한 사회안에 있는 학교. 안타깝다.

    • 2019-04-25 21:38:22
    지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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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나는 「몸으로 알은체를 한다」는 부분이 가장 인상깊었다. 말로 아는 체 하는 것보다 몇 배는 더 급박하고 절실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리라. 삥이 뜯기는 동안 얼마나 무섭고 수치스러우느라 힘이 들었을까? 일단 이 구절 하나로 그 학생에게 깊이 감정이입 된다.

    • 2019-04-25 10:05:34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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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디

    이 글을 읽고 초등학교 6학년 때 중학교 1학년 언니들에게 삥을 뜯겼던 일화가 생각이 났다. 당시 우리는 4명이 있었고 상대는 2명이었는데 나이 차이가 1살밖에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순진하게 생긴 탓인지 희생양이 되어서 당시 각자 만원이라는 돈을 삥을 뜯겼다. 그 때 처음으로 세상에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같다. 그 당시에는 처음 당한 일이고 너무나 당황했기 때문에 그저 울 수 밖에 없었고 그들이 원하는대로 다 해줄 수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나를 적당히 보호하고 방어하는 방법도 알고(지금 같으면 당당히 내 권리를 주장하고 그들에게 대항했을 것이다) 그저 당하고 울고 있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는 여러가지 마음들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들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 과거의 내 모습(입장)과 현재의 내 모습(입장)이 달라진 과정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 2019-04-24 01:03:54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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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유리0

    삥을 뜯는 아이, 뜯기는 아이, 그것을 본 아이... 이 모든 아이들을 품어주어야 할텐데요.. 참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 정말 중2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듣고싶어집니다. 저는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는 후회를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 뒤에 반드시 겪어야하는 어려움이 따라오거든요.. 겁이 없다고 남편은 이야기하지만..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저는 아직 삶이 절실하지 않은걸지도 모르겠어요.. 아쉬우니까 맞춰야하는 것들... 먹고 살아야 하기에 못본 척 해야하는 사람들을 탓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런저런 부끄러움에 감히 아무 말도 못하겠어요.. 하지만 바라고 꿈꿔봅니다... 마음에서 피어나는 상대에 대한 공감과 연결감을요.. 아이들이 그것을 몸으로 체화하며 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딸에게 간식을 챙겨주었습니다. 학원이 끝나 데려오는 길에 둘의 대화를 운전하며 들었습니다. “너는 나 안줬으면서 왜 내 빵은 먹어?” “난 너무 배가 고파서 먹은거야 배가고픈데 어떻게 해?” “그래도 나눠먹어야지~” “왜 그래야해? 내꺼잖아” 친구가 내리고 딸아이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친구는 안 주는데 너는 왜 나누어 주느냐고... “같이 나눠먹으면 더 맛있어” 저는 솔직히 그 친구아이가 얄밉기도 하고 우리 아이가 자기 몫을 챙기지 못하는건 아닐까? 판단하고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나누어 먹는 것이 더 재밌고 맛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몫을 먹는 그 아이도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도덕성은 왜 배우는 것이며 옳고 그른 것이 무엇인지.. 정말 그런것인지 그 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글이나 말로 하는 교육이 아니라, 그래야하기 때문에 억지로 하는 도덕적인 행동이 아닌... 경험을 통해 무엇이 더 좋은지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며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어른들이 할 일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그런 교육을 할 수 있다면 그것에 기여하는 어른이 되고싶습니다..

    • 2019-04-24 00:03:18
    바다유리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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