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은영,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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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집배원을 시작하며…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어른들의 눈빛이 께름칙해서 마음 속에 묻어두고 산 날이 더 많았지만 어린 날 내 꿈중의 하나는 우편배달부였다. 문학집배원을 맡으니 우편배달부만 봐도 가슴 설레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이제 찾아갈 마을과 집들을 생각하며 자전거에 기름칠도 해야겠고 낡은 행랑의 끈도 바투 조여 봐야겠다. 어지럽게 뒤섞인 우편물들을 분류하고 갈무리하는 시간이 흩어진 마음들을 돋보기 속 빛처럼 또렷하게 만들어 주는 황홀의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검은 활자들이 타올라 꽃이 되기를, 누군가의 경험과 만나 새로운 숨결로 살아나기를…

 

 

진은영 │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을 배달하며…

 

    봄은 언제나 오고 또 와도 새봄이고, 새봄은 또한 언제나 춘래불사춘의 현실과 함께 있다. 매혹스러우면서도 곤혹스러운 '형형색색의 어둠'을 직시하면서 시인은 문학과 시를 읽으며 젊은 날들을 통과했나 보다. 그런데, 피리는 피리인데 왜 '부서진 피리'일까? 피리가 상처를 입었으니 시인에겐 불우한 일이지만 깨어질까 두려워 인지하지 못하던 벽을 두드리는 힘이 생겼으니 세상을 위해서는 천만다행이라고 해야겠다. 두드리는 힘을 알게 된 피리를 어쩌면 새로운 타악기로 명명할 수도 있으리라. 주소불명의 망망대해에 띄운 편지를 우리가 기꺼이 '받는사람'이 되어 읽는 이유이다. 따분한 개념들이 이미지로 바뀌니 여러 사유가 꿈틀거린다. 자본론과 혁명론과 문학개론과 시론 같은 두툼한 인문서 몇 권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개념들을 시 한 편에 압축해 놓았다.

 

시인 손택수

 

작가 : 진은영

출전 : 진은영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문학과지성사.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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