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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야마 겐지, 『여름의 흐름』 중에서

  • 작성일 2019-11-28
  • 조회수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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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야마 겐지 │ 『여름의 흐름』을 배달하며…


어딘가 끝장면 같지 않나요. 영화든 소설이든 이렇듯 고즈넉하게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맞습니다. 소설의 끝장면이고요, 여름 바닷가로 휴가 온 가족의 단란한 한때입니다. 그런데 '나'의 직업은……교도관입니다. 휴가 전날, 저항하는 사형수의 목에 밧줄을 걸어 처형한 사람입니다. 위에 인용된 첫 문장도 사실은 '처형 다음날 받은 특별휴가 덕분에……'입니다. 그의 유일한 취미는 동료인 호리배와 낚시를 하는 것입니다. '좀 더 조용한 곳'을 아는 이유도 그 때문이지요. 물고기를 잡아 '큰 놈은 배를 찢어, 손가락을 집어넣어 내장을 꺼내고, 물로 씻어서 아가미에 갈대를 뀁(p.69)'니다. 낚시도 교수형 집행도 그는 베테랑답게, 묵묵히, 해냅니다. 어떤 생명은 배를 찢기고, 어떤 인간은 밧줄에 목이 걸립니다. 그리고 또 한 생명은 이제 막 엄마의 뱃속에서 태동을 합니다. 스물 한 살의 놀라운 작가 마루야마 겐지는 이와 같은 '흐름'에 섣부른 윤리적 판단 따위 채근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것이 '여름의 흐름'이라고 말할 뿐입니다.*


소설가 구효서


작가 : 마루야마 겐지

출전 : 『여름의 흐름』, 마루야마 겐지, 김춘미 옮김. 예문. 2006, p.96~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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