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무산, 「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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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무산 | 「초심」을 배달하며…

 

    눈이 오니 눈사람이 노동을 한다. 눈을 치우는 눈사람의 노동은 노동을 잊은 노동으로서 자기 자신 외엔 다른 목적이 없는 활동이다. 이 무구한 놀이가 종종거리는 구두와 택배 오토바이와 폐지를 모으는 손수레 바퀴가 미끄러지지 않는 선업을 달성한다. 아무려나 눈은 아버지의 흰두루막 자락을 놓치 않는 다섯살의 새벽길을 잊지 않게 하고, 삶에 지친 영혼을 당목처럼 쳐서 천둥소리를 내게 하는가 하면, 마음과 몸의 구분을 넘어 온 천지를 한번도 살아보지 못한 첫날의 경이로 다시 살고 싶게 한다. 직선적인 시간의 흐름과 규칙과 제도의 작동을 정지시키는 이 감각적 사건을 노동에게 다시 돌려줄 수는 없을까. 곱은 손을 호호 불며 눈사람을 만들던 첫날이 나의 미래임을 겨우 안다.

 

시인 손택수

 

작가 : 백무산

출전 :『初心』, 실천문학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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