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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순, 「찬란했음 해」

  • 작성일 2020-04-02
  • 조회수 3,373






김혜순 ┃ 「찬란했음 해」를 배달하며


전염병의 시절, 공기는 자유의 원소가 아니라 의심과 공포의 물질로 감지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더욱 더 단단하게 새장을 껴입은 듯 하구요. 어쩌면 그래서 당신 안의 새들이 더 크게 아우성치고 있을지도 몰라요. 새의 꿈을 밟지 마세요. 새를 죽이기 쉬운 무지막지한 나날이지만, "새가 더 더 더 달아오르는 나날"이기도 합니다. 우리 안의 새들을 지켜야 해요. 시를 한 번 소리 내어 읽어보아요. 시의 사운드에 심장을 맡겨 보아요. "새들이 울퉁불퉁 만져"질 거예요. 당신의, 당신의 뛰는 심장이며 타오르는 새입니다. 우리는 살아 있어요. 살아 있어서 꿈을 꾸고, 꿈을 꾸기에 살아 있습니다. "새들로 꽉 찬 네 가슴", "네 안의 새들이 찬란했음, 해". 이 시가 발음하는 "해"라는 마지막 음절을 느껴보아요. 그것은 높은음의 채찍질이 아니라 사랑의 빛으로 환합니다. 찬란하게 떠오르는 당신의 해입니다.


시인 김행숙


작가 : 김혜순

출전 :『날개 환상통』, 문학과지성사, 2019.



김행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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