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소리 제614 회 : 1부 이승우 소설가/ 2부 김봄 소설가

문장의 소리 제614회 : 1부 이승우 소설가/ 2부 김봄 소설가


사이버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560여명의 작가가 초대 손님으로 다녀갔습니다. 〈문장의 소리〉의 연출과 진행, 구성작가는 모두 현직 작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0년부터 소설가 최진영, 정선임, 시인 박소란, 방수진이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사이버 문학광장 누리집과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코너
  – 지금 만나요 :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 작가를 초대하여 전문가 못지않게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취미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오프닝 : 조해진 『단순한 진심』


 


 


 


<로고송>


 


 


 


1부 〈지금 만나요〉 / 이승우 소설가


 

 

    이승우 소설가는 1982년 한국문학 신인상에 『에리직톤의 초상』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소설집으로 『모르는 사람들』, 『신중한 사람』, 『사람들은 자기 집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다』 등이 있고 장편 소설로 『생의 이면』, 『식물들의 사생활』, 『사랑의 생애』, 『지상의 노래』, 『캉탕』 등이 있습니다. 오영수 문학상, 동인 문학상, 황순원 문학상, 대산 문학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하셨고 현재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최근에 에세이 『소설가의 귓속말』을 출간하였습니다.

Q. DJ 최진영 : 『소설가의 귓속말』은 문학 에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소설가들의 소설가로 불리시는 만큼 산문집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해 하고 반가워할 후배 작가들이 아주 많으리라고 생각이 됩니다. 소설보다 에세이가 쓰기 어렵다는 소설가들도 많은데 에세이 쓰는 게 어떠셨나요?

A. 이승우 소설가 : 일단 소설가들의 소설가인지는 잘 모르겠고… 독자 중에 소설가가 몇 명은 있겠죠. 에세이를 아예 안 쓰겠다고 마음먹은 작가들도 있고 쓰기 힘들어도 안 쓰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가끔씩 에세이를 쓰고 싶을 때가 있어요. 어떤 사람들에게 에세이에 대한 욕망이 있는지는 저는 잘 모르겠지만. 소설로는 담아내지 못하는 얘기가 좀 있어요. 소설이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자유로운 양식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 어떤 폼이 있잖아요. 그리고 뭐랄까 작가의 목소리를 어떤 식으로든 가공을 하든 변형시켜서 들어가야 하는데 더 직접적으로 내면의 것을 얘기하고 싶을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좋은 소설에 대한 욕망도 있지만 가끔씩 좋은 에세이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나라에서 에세이 라는 장르가 체계적으로 잘 계발되지 않은 것 같아요. 마치 문인들이 여기 삼아 하는 것처럼 되어 있는데 저는 에세이가 그런 장르라고는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좋은 에세이를 쓰고 싶은 생각이 좀 있어요. 아마 앞으로도 소설도 쓰면서 에세이를 쓸 수 있는 기회가 오면 망설이지 않으려고요.

 

Q. 『소설가의 귓속말』에는 작가의 삶에 대한 진솔한 고백과 문학적 영감을 어떻게 얻는가에 대한 질문, 작가로서 지녀야할 태도, 그리고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데요 2008년에 출간하셨던 『소설을 살다』라는 책도 소설가의 삶에 대해서 쓰신 에세이로 지난해 초에 개정판이 나오기도 했죠. 『소설을 살다』를 쓰실 무렵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작가로서의 삶이나 소설에 대한 생각이 변화된 것이 있을까요?

A. 변한 게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이번 걸 교정보면서 찬찬히 읽으면서 느낀 건데 조금 놀라울 정도로 『소설을 살다』나 그 전에 다른 에세이에 썼던 것과 굉장히 유사한 주제, 메시지가 많이 담겨있더라고요. 시간이 꽤 많이 흘렀는데. 그렇죠 뭐 사람이 쉽게 변하나요. 내가 하던 이야기 하던 생각이 크게 변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삶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대게 생각이라는 것은 삶과 같이 연결돼있는 거잖아요. 계기가 있어야 되니까. 그런 점에서 보면 제가 좀 안 변한 상태로 지금까지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DJ 최진영 : 저는 에세이를 읽을 때 선생님께서 다짐을 계속 하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요한 다짐들이 있잖아요? 그걸 잊지 않고 계속 에세이를 쓰면서 하신다는 느낌이 들어서 마음에 큰 기둥이 하나 생긴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튼튼하지 않은 사람일수록 다짐을 많이 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 같습니다.

 

Q. 얼마 전에 바뀐 문장의 소리 로고도 책을 읽는 독자에게 귓속말로 속삭이는 모습을 담고 있어서 작가님 이번 에세이 제목을 보고 무척 반가웠습니다. 작가님께서 이 책 속에서 카프카의 「황제의 전갈」을 다룬 글에서도 귓속말에 대한 언급이 나오죠. "소설가의 귓속말" 이라는 제목을 정하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제가 원래 출판사에 준 제목은 "소설가의 혼잣말"이었어요. 아까 다짐이라는 말도 결국 자기 자신을 향해서 하는 말이잖아요. 제가 저한테 하는 소리 같기도 하고, 그런 게 많기 때문에 혼잣말이 딱 좋다고 생각했어요. 혼잣말이 너무 독백 같아서 독자들한테 전달되는 데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고 느낀 것 같아요. 편집자들과 상의를 해서 '귓속말'로 했는데 좀 간지럽고 그래서 귓속말을 피하고 싶었으나 또 써놓고 보니 뭔가 함의가 있는 것 같아요. 왜 간지럽냐면 제 책 속에 있는 카프카의 소설에 대한 생각은, 소설가가 귓속말을 듣는 사람이에요. 소설가는 누구냐, 누군가로부터 어떤 비밀스러운 말, 메시지를 듣는 사람이에요. 그걸 전달할 의무를 가진 사람이라는 게 제 생각이었는데 이 책 제목으로 보면 소설가가 누군가에게 해주는 말, 그러니까 소설 쓰는 행위, 독자를 향해서 무슨 말을 하는 사람처럼 나오잖아요. 이게 낯간지럽게 느껴졌거든요. (최진영 : 그런데 독자의 입장에서는 "소설가의 혼잣말"이라고 하면 독자가 너무 외로워져가지고…) 그러니까 그걸 출판사에서 얘기를 한 것 같고 저도 동의를 했습니다.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귓속말이라는 게 나를 유일한 청자로 두고 전해지는 말이니까 이게 문학적인 의미가 있겠다 싶어서 그렇게 이해해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Q. 책 속에 보면 H선생 등단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장에서 "50년 동안 소설을 쓰는 삶은 어떤 것일까" 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50년 동안 작가로 살았다는 것이 다만 50년 전에 작가가 되었다는 사실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50년 동안 작가의 일, 즉 창작을 쉬지 않고 해왔다는 것이 내용에 들어 있어야 한다." 라고 쓰셨어요. 이승우 선생님 등단하신지 내년이면 40년이 되세요. 그 긴 시간 꾸준히 소설을 써오시면서 슬럼프랄까 위기의 순간이랄까, 이럴 게 있으셨나요?

A. 물론 글 쓸 때마다 늘 힘들었어요. 그리고 글 쓰는 사람으로, 소설 쓰는 사람으로 산다는 것에 또 힘든 부분이 우리 사회에는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은 늘 있었는데 창작자로서의 슬럼프나 이런 것은 제가 크게 느끼지 못하면서 살았어요. 제가 둔해서 그럴 거에요. 또 하나는 아마도 슬럼프를 느끼는 사람은 자신의 나름대로 성취를 이룬 사람이 느끼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직 성취가 되지 않는 사람이 슬럼프를 느낀다고 그러면 어폐가 있는 말이 아닐까요. 저는 그런 생각이 있어서 슬럼프라는 건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80년대에 등단했잖아요. 80년대에 등단했고 청춘시절이 7,80년대니까 그 때 글쓰기 시작했고 글공부도 그런 분위기에서 했단 말이죠. 그런데 90년대가 들어서면서 세계의 판도도 바뀌고 우리 한국에서 사회 정치적 구조도 많이 바뀌었지만 문학 판의 판도가 확 달라졌어요. (중략) 그 때 90년대 초에 제가 『생의 이면』을 썼어요. 그건 아마도 지금까지 제 경험으로 봤을 때 청탁 없이 쓴 유일한 원고 같아요. 그 소설은 청탁 안 받았는데 혼자 쓰기 시작했어요. 그게 뭐였는지 모르겠는데 그 때 그냥 내가 쓸 수 있는 걸 쓰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세상이 무엇을 요구하던지, 그런 것과 상관없이. 아무리 그래도 청탁받고 쓸 때는 그런 분위기가 감지되기 때문에 나한테 청탁한 지면을 준 곳의 성향이라든지 사람이라든지 무의식적으로 의식을 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그때 『생의 이면』을 쓸 때 청탁 없이 정말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썼어요. 그러면서 제가 넘어간 것 같아요. 그 결정이 뭐였냐면 '그래 그냥 세상이 어떻게 요동치든 뭘 어디로 가든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것, 그리고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거지.' 그 결정을 하고 나니까 어떤 슬럼프나 위기도 오기 않았던 게 아닐까. 또 그런 생각도 드네요.

 


 


 


2부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고양이 : 김봄 소설가



 

    김봄 소설가는 2011년 세계문학 신인상에 단편 소설 「내 이름은 나나」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소설집 『아오리를 먹는 오후』, 앤솔로지 소설집 『무민은 채식주의자』를 내셨고 영화와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를 쓰고 계십니다.

Q. DJ 최진영 : 고양이와의 인연을 묘연이라고 부르던데 고양이 아담과 바라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A. 김봄 소설가 : 좀 거슬러 올라가야하는데 제가 원래 고양이를 좋아하기도 했는데 혼자 살 때 좀 힘들었던 일이 있었거든요. 고양이를 키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제 친구가 키우던 고양이를 들이게 됐어요. 제 친구가 당구장을 하는 남자애였는데 고양이 두 마리를 동네 꼬마들이 '냥줍'한 거죠. 그래서 동물병원 하는 제 친구한테 갖다 줬는데 그 친구가 다른 곳에서 데리고 온 두 마리 고양이가 치즈태비였어요. 그 고양이들을 당구장 하는 친구한테 줬고 얘가 남녀 고양이가 오니까 아담과 이브라고 이름을 지은 거예요. 근데 이브는 발정이 나서 방충망을 뜯고 달아난 거죠. (중략) 그리고 두 번째 고양이 바라는 제가 등단한 해에 아담이 혼자 있으니까 한 마리 더 키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차에 제가 아는 분의 아는 분의 여자친구분에게 데리고 왔어요. 제 이름이 '보다'의 '봄'이거든요. 아담도 'ㅁ'으로 종결이 되니까 처음에는 '바람'이라고 지었어요. '바라다'의 '바람'. 근데 그때 황지우 선생님께서 '바라'가 났다고, 제 이름은 안지어주시고 고양이 이름을 지어주셔서 바라가 됐습니다. 너무 유니크 하고 좋더라고요. 왠지 종교적인 느낌이 있는 거 같고. 바라랑 산지도 벌써 9년이 되었습니다.

 

Q. 최근에 고양이 관련 방송이나 영화도 많이 나오고 소설집도 여러 권 출간이 됐는데 특히 글을 쓰는 작가들 중에 유난히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유가 있을까요?

A. 저도 어렸을 때 개를 키워봤거든요? 저희 집에 아버지가 스피치를 데려와서 키웠는데 그 개가 교통사고로 죽었어요. 애들이 너무 우니까 저희 엄마가 지하철에서 개를 사와서 그 개를 묶어놓고 키웠는데 이상하게 묶어놓고 키우는 개가 임신을 해서 다섯 마리 새끼를 낳았어요. 저희 형제가 다섯인데 각각 한 마리씩 된 거죠. 마치 왕좌의 게임처럼. 제가 고등학교 때 그 새끼 강아지를 학교에 데리고 다닌 거죠. 그 개를 18년 동안 키워봤는데 개를 키웠던 느낌이랑은 너무 다른 거예요. 개는 많이 치대요. 들러붙고 올라타고. "그만해!" 해도 한계를 모르고. 사랑스럽지만 제 성격에는 안 맞는 것 같아요. 고양이는 적절하게 거리를 유지하면서 바라보게 만들어요. 그리고 제가 밤 작업을 많이 하는데 같이 밤을 새주는 거죠. 노트북 옆에서 꾸벅꾸벅 졸더라고. 그리고 지금 저희 고양이들은 저랑 산지 오래돼서 제 리듬대로 같이 생활 중이에요. 물론 저보다 훨씬 많이 자요. 근데 제가 깨있을 때는 가급적 깨있고 제가 깨있는 장소 근처에 있고 제가 자는 자리에서 같이 자요. 아침에 제가 늦잠을 자는데 제가 다 잘 때까지 저를 깨우지 않아요. 옛날에 아담은 제가 혼자 키울 때는 "애옹애옹" 하면서 제 귀에다 대고 울고 그랬거든요. 이제 바라랑 같이 제 머리맡에 앉아서 기다려요. 배가 고프더라도. 그리고 하루 동안 집사 역할을 잘 해서 그런지 아담은 제가 잘 때 머리를 빗겨줍니다. 그게 자기보다 급이 낮은 아래 존재들한테 해주는 은혜 같은 거래요.

 

Q. 고양이가 문학적인 영감을 주거나 소설쓰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적이 있을까요?

A. 저는 있을 것 같아요. 저는 항상 적성검사를 하면 상경계열이 나왔어요. 작가들 중에서 셈이 빠른 편이에요. 물론 일반인들에 비해서 아주 쳐지겠지만. 근데 고양이랑 살면서 '잠시 멈춤'이 많아졌어요. 저는 굉장히 속도가 빠르게 사는 사람이었거든요? 돈을 벌기 위해서 굉장히 머리를 많이 쓰고 제 일정을 계획대로 수행하는 그런 강박적인 삶을 사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인데 고양이랑 살면서 잉여의 시간들에 대해서 저 스스로한테 만들어 주는 거죠. 고양이가 준 축복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개랑은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없을 것 같아요. 고양이 이기 때문에 잠시 멈춤이 있는 것 같아요.

 

 


 


 


 

문장의 소리 614회는 네이버 오디오클립과 팟빵, 팟캐스트를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원고정리 : 박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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