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현, 「스노볼」

 

 

 

주민현 ┃「스노볼」을 배달하며

 

    우리는 "겨울이 지나갈 때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겨울, 을 하나씩 갖게 되고", 봄이 지나갈 때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봄을, 여름이 지나갈 때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여름을 하나씩 갖게 되지. 사람의 마음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 고이는 곳이야. 시간의 깊이가 그 사람이야. 그래서 우리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과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을 떠올리게 되지. 스노볼을 흔들면 그 겨울의 눈송이들처럼 "한낱 조각난 종이"들이 떠올라 반짝이고, 우리는 그걸 "하염없이 바라보게 되지"(「블루스의 리듬」). 그러면 마음 어딘가가 환해지기도 하고 부서지기도 해. 마음에는 입술이 달려 있지 않지만 우리는 마음이 내는 소리를 듣게 돼. 오늘 그 소리는 "심지가 타들어가는 소리" 같았네. 심지가 타들어가며 양초의 작은 불꽃이 피어올라 그늘진 마음 한구석을 비췄어.

 

시인 김행숙

 

작가 : 주민현

출전 :『킬트, 그리고 퀼트』(문학동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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