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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소리 제619회 - 첫 책 특집 : 이서하, 구현우 시인

  • 작성일 2020-06-17
  • 조회수 1,029
  • 방송일
  • 러닝타임1시간15분
  • 초대작가이서하, 구현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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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소리 제619회 - 첫 책 특집 : 이서하, 구현우 시인


사이버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560여 명의 작가가 초대 손님으로 다녀갔습니다. 《문장의 소리》의 연출과 진행, 구성작가는 모두 현직 작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0년부터 소설가 최진영, 정선임, 시인 박소란, 방수진이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사이버문학광장 홈페이지와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코너
- 지금 만나요 :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 작가를 초대하여 전문가 못지않게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취미생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오프닝 : 심규선의 노래 <너의 존재 위에> 가사 중 일부








<로고송>








〈지금 만나요〉 / 첫 책 특집1 : 이서하, 구현우 시인





이서하 시인은 2016년 한국경제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올해 봄에 첫 시집 『진짜 같은 마음』을 출간하였습니다.
구현우 시인은 2014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올해 봄 첫 시집 『나의 9월은 너의 3월』을 출간하였습니다. 구태우라는 이름의 작사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Q. DJ 최진영 : ‘문학이 저무는 시대’, ‘시집을 읽지 않는 시대’ 요즘 이런 말들을 많이 하죠. 그런 와중에 첫 시집을 내셨어요. 첫 시집 엮으면서 느낀 감상이나 생각을 말씀해주세요.

A. 이서하 시인 : 저는 시집을 계약하기 전까지는 항상 어떤 각오를 가지고 시를 썼던 것 같아요. 좋은 시는 좋은 변화를 가져올 거다, 라며 시에 큰 의미를 두었던 것 같은데 시를 쓸수록 시가 아니라 시를 쓰는 사람이 좋지 않으면 그게 불가능하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근데 나는 되게 좋은 사람이 아닌데 어쩌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진짜’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모순에 대해서 빠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진짜 같은 마음』이라는 책이 나왔습니다.

구현우 시인 : 저는 시집이 많이 팔릴 거라고 기대를 안 했어요. 아직도 기대를 안 하고 앞으로도 기대를 크게 안 할 것 같은데. 일단은 제가 제일 처음부터 생각을 했던 것은 등단 때부터 혹은 그 전부터도 그랬지만 ‘부모님세대가 내 시를 읽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들이 있었어요. 그분들은 교과서에 있는 시를 생각하고 시를 의미를 찾아야 된다는 식으로 생각을 하더라고요. 편하게 읽으시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시집을 드렸는데 어렵다는 얘기를 굉장히 많이 들었어요. 저는 놀란 게 ‘쉽게 쓰지 않았나?’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굉장히 자의적인 생각이었구나, 라는 걸 좀 알게 된 것 같아요. 최진영 작가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한 세계를 정리하는 느낌을 가장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Q. 두 분께서 서로의 작품을 어떻게 읽었는지 궁금해요.

A. 이서하 : 구현우 시인의 시집에서 제가 좋아하는 시 이기도 한데 「깊은 밤에도 감춰지지 않는」이라는 시의 마지막 문장이 되게 좋았어요. “내내 몸은 사람을 쓴다. 몸이 끝끝내 사람으로 사는 중이다.”라는 문장이 있어요. 제가 병행독서를 되게 좋아하는데 구현우 시인의 시집을 읽었을 때 엇비슷하게 읽었던 책이 헤르베르트 플뤼게의 『아픔에 대하여』였어요. 이 책은 의사가 몸과 병듦에 대한 성찰을 써내려간 책인데 이 책에도 비슷한 문장이 나와요. “내가 내 몸을 가지는 정도에 따라 몸 역시 나를 가진다. 내가 가진 몸이 나 자신이기도 하다.”라는 문장이에요. 읽는 시기가 비슷한 것도 있었는데 어떤 면에서 저에게는 구현우 시인의 이 시집과 그 책이 떼어놓을 수 없게 되어버린 거예요. 우리는 몸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심장이나 장기 같은 것들은 보이지 않는 것이고 보이지 않는 것은 평소 감각하지 못하잖아요. 내가 심장이 아프다, 간이 아프다, 이런 감각은 잘 못하잖아요. 근데 구현우 시인의 시집은 보이지 않는 것을 몸으로 감각하고 다시 마음으로 재인식한다고 느껴졌어요. 예기치 않은 어떤 상황에 놓일 때 새로운 관계에 개입되지만 그것은 하나의 몸으로써 있다가 되게 보란 듯이 ‘몸은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어’라는 생기를 주는 신선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구현우 : 저희가 잡지 같은 데 발표할 때 시를 편편이는 보잖아요. 시집 한 권의 에너지가 확실히 다르구나,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서하 시인님 시집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문장이나 문장운용방식 같은 것이었는데, 트란스트뢰메르나 쉼보르스카의 문장들처럼 번역을 해도 이 매력은 살아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몇몇 시편들이 제목을 쉽게 가는 것들 있잖아요. 「좋게 얘기해서」 「오해를 좋아하지만」 「않을 수 없지 않은가」 이런 방식들이 일상어를 가져와서 세계를 진입하는 방식을 만들어주니까 오히려 진입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들도 좋았어요. 그리고 어떤 공간을 축조하거나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도 저는 되게 첨예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이 시선을 따라가서 서사들을 보면 약간 알 수 없는 위기라든지 예견됐거나 예견돼지 않은 불행 같은 게 느껴지더라고요. 또 하나 신기했던 것은 마치 시가 팔레트에 모든 색을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근데 이것을 다 섞어놓고 나니 검정이 아닌 하양에 가까워지는 느낌인데 이게 또 백지와는 조금 다른 하양, 어떤 게 쓰인 다음에 하양이 되는 느낌이어서 그 독특한 감감이 좋았어요. 그리고 시집 제목의 경우에도, 읽고 나니까 가끔 어떤 문장들을 서하시인님께서 이중적으로 사용을 하시잖아요? 이렇게도 읽히고 저렇게도 읽힐 수 있게. 그래서 진짜 같은 마음 이라는 게 진짜로 진짜에 가까운 마음처럼도 보이고 혹은 여기 생략된 어떤 것처럼 진짜 너와 같은 마음이다, 라는 느낌으로도 읽히더라고요.


Q. 이서하 시인님의 『진짜 같은 마음』은 사물에 논리와 생명을 불어넣으며 독자를 끊임없이 시적 세계로 인도하는 철학적 목소리가 깔려있는 시집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읽으면서 계속 뭔가를 생각하고 되짚어 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어요. 시집 해설을 써주신 소유정 평론가께서는 “우리는 그의 시를 따라 부지런히 걷다가도 몇 번이고 걸음을 멈추게 된다.”라는 문장을 써주셨어요.

A. 이서하 : 소유정 평론가 해설을 보고 너무 놀랐어요. 제가 정확하지 않은 사람이라서 그런 모순적인 것들이 많이 시에 보이는 것 같아요. 지금도 “같아요”, 이런 표현을 쓰잖아요. 직장이나 체계화되어있는 사회구조 안에서는 “같아요”라는 표현은 되게 부적절한 의견이잖아요. 책임관계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이 내는 의견에 대한 정확성이 요구되는 거니까. 근데 의아한 것은 그렇다고 해서 책임이 반드시 책임을 져야하는 사람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거예요. 그런 사회구조 안에서 책임의 의무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해서 주어지는 경우가 되게 많잖아요. 사실 책임이라는 단어에 다른 어떤 단어를 넣어도 그런 사회구조 안에서는 그 일이 가능하다는 거죠. 그래서 생각한 건 첫 번째는 구조의 문제였고 그 다음은 사람의 문제였던 것 같아요. 저는 저 자신을 되게 믿지 않는 편인데 어떤 상황 안에서 바라보거나 듣거나 웃는 한 명일 뿐이에요. 근데 어떤 한 명은 밖에서 그 상황을 바라보거나 듣거나 웃고 있을 수도 있잖아요. 무엇이 더 슬프고 무엇이 더 기쁘고 이런 것을 제가 생각해서 얘기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규정짓지 않고 정의내리지 않는 것. 그래서 저는 정확하지 않은 사람인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을 시라는 형식을 빌려서 얘기하는 사람일 뿐인 것 같아요. 소유정 평론가님이 써주신 해설 중에서 “한 개인이 아닌 세계가 잃어버린 무언가가 있다고 믿으며 시인은 그것을 언어로서 더듬어보고자 한다.”라고 적어주신 부분이 있는데 제가 생각하는 문제의 근원에는 항상 사람이 있었던 것 같아요. 당연히 거기에 저도 속하고. 뭔가 개인이라는 표현에 세계가 속할 수는 없잖아요. 세계를 사회가 아닌 개인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세계가 잃어버린 것은 한 개인들의 무관함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래서 일상의 많은 것들에 의문을 품으면서 살아가는 것 같아요. 의문으로 남겨진 것을 시로 쓰는 편인 것 같고. 아마 “몇 번이고 걸음을 멈추는 되는 것이다”라는 표현이 저한테는 굉장히 맞는 표현인 것 같아요.


Q. 구현우 시인님의 『나의 9월은 너의 3월』에는 스스로 고독을 선택한 화자가 기존의 세계 속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독백조로 이야기하는 모습들이 많이 느껴지는데요. 강동호 평론가님은 시집해설에 “어떤 감정들은 영원히 무화되지 않는 나의 감각적 기억의 지평에 흔적의 형식으로 남을 수 있다”라고 쓰셨어요. 이런 문장들 혹은 시적 세계관에 대해서 말씀을 해주실 수 있나요?

A. 구현우 : 지금 말씀해주신 것들 중에서 독백이나 흔적이라는 말을 키워드로 볼 수 있을 것도 같아요. 그 두 가지를 키워드로 보고 이야기를 해보자면 감정이란 것이 사실 해결되거나 해소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이미 지난 일에 대해서 끈을 놓지 못하는 게 기본적인 화자의 태도가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어떤 일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의식하면 더 생각이 들잖아요? 대체로 거기서 나오는 문장들이 독백조로 나오지 않았을까, 혹은 그게 방백의 형태로 드러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때 말하지 못한 것들 나중에 이불킥하고 그런 것들 있잖아요? 그 때 말하지 못했어도 혼자서라도 말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으니까, 그런 것을 약간 시를 풀어내고 있는 화자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요.


Q. 두 분의 시를 보면 몇 가지 눈에 띄는 공통된 특징을 찾을 수 있어요.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삶의 단면들을 날카롭게 캐치하는 힘, 시선인데 서글픈 우리 삶의 이면들을 아이러니하게 서술하는 매력들이 있습니다. 이서하 시인님의 『좋게 얘기해서』, 구현우 시인님의 『산타클로스의 이별선물』 속의 문장이 그렇습니다. 그런 문장들은 어떻게 쓰게 되는 건가요?

A. 이서하 : 아까 전에 최진영 소설가님께서 얘기했던 것처럼 저는 관계에 대해서 되게 많이 보는 것 같아요. 한 개인은 하나인데 그 관계에 따라서 사람은 하나가 아니게 되잖아요. 그래서 되도록 좋은 하나이고 싶은데 그렇지 못해서 주변에 되게 많이 미안해하는 편인 것 같아요. 「좋게 얘기해서」 라는 시는 연희창작촌에서 있었던 낭독행사에 이소연 시인이 낭독자로 참여하게 돼서 주민현 시인과 함께 보러 갔다가 쓰게 된 시인데. 그때 비가 되게 많이 왔는데 실외에 준비된 프로그램이 되게 많은 거예요. 한 문장을 쓰는 코너가 있었는데 종이가 비에 다 젖어서 잘 써지지 않는 거예요. 그때 쓴 것이 「좋게 얘기해서」의 첫 문장이었던 “겨울은 잘 써지지 않는다” 였어요. 물론 겨울은 아니었고 조금 추웠을 뿐이지만. 저는 날씨에 대한 진술을 했을 뿐인데 어떤 사람은 누군가에게 그 코너를 빌려서 진짜 할 말이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써지지 않는다는 건 그 사람에게는 좀 슬픈 일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생각을 하다가 ‘좋은 게 뭐지?’, ‘좋다는 건 어떻게 좋게 전달할 수 있는 거지?’ 그런 생각으로 점점 커졌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반드시 필요한 것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어떤 무언가가 필요한 것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시 안에서 있는 것처럼 추워서 불을 피워야 하는데 불을 피우려면 한 겨울에 창문을 열어둬야 하는 것과 그것을 알려줘야 하는 사람의 마음 같은 것 같아요.

구현우 : 되게 숟가락을 얹고 싶은 느낌인데요. 저는 이런 시를 쓸 때 어떤 부분에서 영감을 받는지 여쭤보셔서 그냥 이런 류의 문장이 어떻게 나오는지 생각을 해봤어요. 단순할 수 있는데 아까 그 관계에 대해서 말씀하신거랑 비슷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상황이 있으면 사실 한 측면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다각도로 바라볼 수밖에 없잖아요? 이를테면 친구 둘이 싸운다거나 하면 한 쪽이 잘못한 것 같지만 사실은 따지고 보면 그렇지도 않고 그렇다고 누구의 잘못도 아닌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고. 약간 그런 데서 여러 측면을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 시에 대해서는 제가 지금 생각을 해보자면 우리나라는 좀 다르잖아요? 굴뚝이 있고 이런 느낌이 아닌데. 생각을 해봤었어요. 크리스마스 즈음이었던 것 같은데 괜히 산타에 관해서 쓰고 싶은 거예요. 그 때 제가 크리스마스 시즌 송을 쓰고 있어서 산타가 딱 떠올라서 그냥 한 번 써볼까 했어요. 조용히 들어가서 선물을 주는 게 산타잖아요? 이렇게 은밀하게 올 거면 도둑이랑 다를 게 뭔가? 은밀하게 좋은 일을 해주긴 하는데 자칫하면 나쁜 일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 같아요. 굴뚝을 오가다보면 까매지니까 옷이 때가 타니까 거기서 그렇게 전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썼던 시에요.











문장의 소리 619회는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원고정리 : 박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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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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