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혁, 「떨어지는 동전」

 

 

 

김상혁 ┃「떨어지는 동전」을 배달하며

 

    거스름돈으로 받은 동전을 꼭 쥐고서 “우리의 행운”과 “모든 운수”를 지키는 수호자의 이미지에 사로잡힌 소년, 동네 슈퍼를 나와서 다시 한 번 손바닥을 열어보며 뿌듯해하는 이 소년의 기분을 아마 당신도 맛본 적 있을 거예요. 뭔가를 꼭 쥐면 소중해지고 간절해지는 마음까지 만져지잖아요. 지구 반대편에서 글을 썼던 보르헤스 씨의 문장을 소년과 함께 나눠 읽어도 좋겠어요. “아마도 나는 쉬지 않고 자히르를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그것이 닳아 없어지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아마도 동전 뒤에서 하느님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보르헤스, 송병선 역, 「자히르」, 『알레프』, 민음사, 2012). 식탁에서도 변소에서도 이불 속에서도 동전을 놓지 못하는 어느 소년처럼 내게도 신자가 나 혼자뿐인 작은 종교를 만들던 시간이 있었어요. 꿈도 미래도 안 보여서 내게는 가난한 손에 꼭 쥘 수 있는 우상(偶像) 같은 게 필요했어요. 큰 것이 아니라 작은 것이 필요했어요. 그렇게 동전을 꼭 쥐고 있었는데…… 우리는 대체 어디다 동전을 떨어뜨린 걸까요?

 

시인 김행숙

 

작가 : 김상혁

출전 :『다만 이야기가 남았네』(문학동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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